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 원전 '블루칩' 기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차세대 원전 '블루칩' 기대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1.08.1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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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 안정적 전력공급 및 탄소배출 無 장점 부각
안전성강화·비용 절감 등 장점 접목된 SMR 시장 확대
한수원·두산중공업, 기술 개발 및 시장 확보 노력 강화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정부가 최근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탄소 넷제로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10월 말 최종 확정될 시나리오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제시했고, 원자력발전에 관한 내용은 빠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세계 각국은 친환경성을 내서우며 원자력발전(SMR)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아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하지만, 원자력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물론, 탄소 배출이 없다는 장점을 부각하고 있다.

■ 좀 더 정교해진 원자력 발전 'SMR'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2016년 경주에서 5.8 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원전 안전성에 대한 걱정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안전한 원전 기술인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자로) 기술이 주목되고 있다. SMR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로 전기출력이 300MWe 이하인 원자로다.

SMR은 규모를 기존 원전의 약 10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축소할 수 있어 다양한 장점이 있다. 모듈 형태로 제작, 이송 및 건설이 가능해 건설공기 단축과 건설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소형이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 및 발전 목적에 따라 활용도 유연하다. 전력망과 무관한 분산형 전원, 수소생산,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활용성이 있고 일반 원전 대비 매우 높은 안전성도 지닌다. 극지 및 오지에 전력공급도 용이하고, 고온의 노심을 갖는 SMR의 활용을 통해, 수소의 운송 없이 지역 사회에 대량의 수소 공급, 산업단지에 공정열 공급 및 산업용 증기 공급이 장점이다.

해외 시장도 호황이 예상된다. SMR 글로벌 시장은 2035년 65~85GW(1GW는 원전 1기 설비용량), 2050년에는 2,000~4,000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대형원전이 수출국간 경쟁 심화, 신재생에너지 등 경쟁에너지원의 급성장, 막대한 건설비와 과다한 용량으로 수요발굴 한계에 직면한 반면, SMR은 비교적 낮은 건설비와 다양한 활용성으로 인해 수요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특히 2030년을 전후로 SMR 글로벌 시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러시아 등 원전 설계기술을 보유한 모든 국가에서 SMR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총 71종 이상의 SMR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美 바이든 정부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SMR을 꼽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2006년에 설립한 원전기업 '테라파워'를 통해 SMR 개발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영국의 National Nuclear Laboratory 2014 보고서는 2035년에 SMR이 대형경수로가 차지할 수 없는 틈새시장만 진출하는 시나리오 경우에 발생하는 잠재가치를 30-40조원 정도로 평가했다. SMR이 대형경수로와 경제성이 비슷한 수준에서 완전 대체가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적용할 때 발생하는 잠재가치는 390에서 620조원으로 평가한다.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부터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ReacTor)라는 SMR 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해 2012년 7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바통을 이어 받아 한국수력원자력이 현재 SMART를 개량해 경제성, 안전성 및 혁신성이 대폭 향상된 '혁신형 SMR'을 개발중이다.

혁신형 SMR은 170MWe급 소형모듈원자로로서 무붕산, 내장형 제어봉구동장치 등을 설계 적용해, 안전성, 경제성이 개선된 소형모듈원자로다.

한수원은 한국원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SMR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28년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SMR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후 본격적으로 원전 수출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한수원은 SMR에 대한 예비타당성 신청을 9월 중 마무리하고 10년내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페이스북에 "SMR 안전성과 효율성, 유연성을 대폭 개선한 개념설계와 기획을 마무리했다"며 "지난 2012년 설계인증을 받은 스마트(SMART)를 개량한 스마트모델의 설계변경인가를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혁신형 스마트모델은 한 발전소 안에 여러 개의 모듈형 원자로를 함께 넣을 수 있는 3.5세대 원전으로, 현재 동일한 SMR을 보유한 국가는 뉴스케일에 대한 설계인증을 받은 미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선두주자다. 두산중공업은 SMR 개발 선두주자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추가 투자를 결정하고 소형 원자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원자력 전문 설계업체인 뉴스케일파워와 추가 지분 투자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2019년 국내 업체들과 함께 뉴스케일파워에 4,4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고, 이번에도 국내 투자자들과 6,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두차례 지분 투자로 뉴스케일파워가 향후 발주할 수조원 규모 SMR 기자재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뉴스케일파워로부터 원자로 모듈에 대한 제작성 검토 용역을 수주해 올 1월 완료했고, 시제품을 제작 중이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SMR이 전세계 에너지 산업과 탄소중립 트렌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SMR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혁신형 SMR 국회포럼' 출범식 모습.
'혁신형 SMR 국회포럼' 출범식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