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하도급, 부실 해체계획서 등도 직·간접 원인 '총체적 부실'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가 계획과 달리 과도한 성토 작업으로 인해 구조물이 전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명백한 인재(人災)다.
9일 국토교통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6월 9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고대상 건물은 광주시 동구 학동에 위치한 철근콘크리트조 지하1층, 지상 5층의 근린생활 업무시설 건물이다.
공사는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으로, 사고는 6월 9일(수) 16시 22분경 건축물 해체공사를 위해 도로 반대편, 배면에서 철거작업을 하던 중 건물이 붕괴되면서 도로변으로 전도돼 일반 시민 9명이 사망했고, 8명의 부상이 발생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현장조사 결과 사고 전 해체공사를 위해 성토됐던 흙이 건물 지하층에서 도로변 끝까지 밀려와 있었으며, 이를 통해 붕괴 당시 도로변 방향으로 토사의 측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건물의 상부 잔재물 제거 후에 1층 바닥판의 파괴 모습도 확인됐다.
공사 중 1층 토사 무게를 지지하기 위한 지하층 보강작업을 수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사로 되메우기를 수행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배면 쪽 지하층은 일부 잔재물 및 흙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차례 청문조사를 통해 하도급사가 재하도급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원도급사는 전문건설업체에게 해체공사 업무를 전적으로 일임했고, 하도급사는 회의를 통해 원도급사에게 공사작업에 대한 사전보고 후 공사를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감리자는 요구되는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은 것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관련 문서도 검토한 결과, 해체계획서는 관련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거나, 부실하게 작성됐으며, 검토와 승인도 형식적으로 진행됐다.
불법하도급 계약과정에선 공사비가 당초보다 16% 절감되는 바람에 이에 따른 무리한 해체공법이 적용돼 안전관리 준수에 어긋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는 사고원인 분석결과에 따라 해체계획서의 적정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제시했다. 해체계획 작성 매뉴얼 등을 마련해 계획서의 수준 편차를 최소화하고, 해체계획서의 작성, 검토 시 해체단계별 구조안전검토를 수행할 수 있는 관련분야 전문가가 참여토록 해야 한다는 방안이다.
해체공사 관계자의 책임강화도 요구된다. 감리자의 감리일지 등이 누락되지 않도록 하고, 허가권자의 현장점검을 통해 해체공사 현장의 관리·점검이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아울러 시공자 포함 해체계획서 작성자와 감리자 등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기술자로서의 안전의식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
끝으로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하 처벌수준을 강화하고, 이번 사고와 같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는 처벌대상도 확대 적용해 자발적 불법 재하도급 퇴출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사조위 이영욱 위원장은 “최종보고서는 지금까지 분석된 조사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해 약 3주 후에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사조위에서 규명된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대책 TF에서 논의한 사항을 토대로 해체공사 안전강화 방안을 마련했고, 10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