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상풍력발전, ‘탄소중립·관광명소’ 역할 톡톡
[기획] 해상풍력발전, ‘탄소중립·관광명소’ 역할 톡톡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1.07.0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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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사례·해외 연구 결과, ‘관광 자원화’ 효과 뒷받침
덴마크 미델크룬덴·영국 램피온 단지, 여행객 수백만 명 달해
제주 탐라해상풍력·청사포 해상풍력, 지역 경제 활성화 역할
네덜란드 노드오스트 윈드파크 (© Noordoostpolder Wind Farm)
네덜란드 노드오스트 윈드파크 (© Noordoostpolder Wind Farm)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한 축인 해상풍력발전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풍력발전은 친환경에너지 생산으로 탄소 저감 기여는 물론,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큰 역할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관광 수입 확대뿐 아니라, 풍력단지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건설해 지역민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장점도 있다. 해외 유수 대학과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풍력발전기 자체가 관광산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사례 중 하나는 덴마크의 미델그룬덴 풍력단지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앞 3km 해상에 설치된 이 풍력발전단지는 풍력발전기 20기로 구성돼 있으며, 총 발전 용량은 40MW다. 미델그룬덴 풍력단지는 8,5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한 협동조합이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이익공유 모델로 유명하다. 또한 이 단지가 모범적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로 알려지면서 매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200만 명에 달한다.

아름다운 경관으로도 유명한 미델그룬덴 발전단지의 협동조합은 재생에너지 개발 성공 사례 홍보와 방문객 유치를 위해 풍력단지 관광 상품을 개발, 운영 중이다. 관광객들은 보트를 타고 해상풍력단지 내부로 들어가 발전단지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단지 건설에 얽힌 이야기와 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듣을 수도 있다.

영국 램피온 해상풍력단지를 방문한 관광객들.
영국 램피온 해상풍력단지를 방문한 관광객들.

지난 2018년 가동을 시작한 영국의 램피온 해상풍력단지는 영국 남부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인 브라이턴에 건설됐다. 140m 높이의 풍력터빈 116기가 설치돼 400MW 규모의 발전 용량을 자랑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다.

램피온 해상풍력이 위치한 브라이턴이 영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업이 성행하던 도시인만큼,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1박 이상 체류 여행객이 2017년 60만4,000명에서 2018년 61만5,000명으로 증가했고, 2019년에는 64만7,000명으로,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걱정을 불식했다.

일본의 가마야하마 해변도 해안선을 따라 17기의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건설돼 있지만 젊은 층에게 매우 인기가 높은 관광지 중 하나다. 일본의 아름다운 해변 100곳 중 하나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꾸준히 토호쿠 지방 최고의 해변으로 꼽히고 있다.

■ 해안선에서 가까울수록 ‘관광자원’으로 매력 높아

다수의 해외대학과 기관들도 해상풍력과 관광산업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가우처폴이 2017년 메릴랜드주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해안의 경관을 감상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인해 ‘해당 바다를 방문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12%에 달했다. 같은 해 진행된 볼티모어의 컨설팅 회사의 리서치도 동일한 결과를 나타냈다. 해상풍력이 관광업과 부동산에 특별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발전기의 존재가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최초의 대규모 상업 운전 해상풍력단지인 ‘블록 섬 해상풍력’의 경우, 준공 이후 주변 에어비앤비의 여름 시즌 야간 예약 건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지역 관광 수입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로드 아일랜드 주립대학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델라웨어 대학교의 2018년 연구는 해안선으로부터의 이격 거리와 관계없이,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보기 위한 ‘호기심에 이끌린 관광(curiosity trip)’을 하겠다는 비율이 7%에서 11%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음을 밝힌 바 있다. 오히려 해상풍력 발전기가 해안으로부터 약 30km 이상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관광하고자 하는 비율이 3.6%로 떨어지기도 했다. 델라웨어 지역에서 진행한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해상풍력단지의 이격 거리가 1.5km일 경우 동일한 해변에 관광차 방문하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섰다.

네덜란드 노드오스트 윈드파크는 해안선과의 거리가 더 짧다. 86개의 풍력터빈으로 이뤄져 육상과 해상풍력을 동시에 운영하는 이 발전소의 발전기 1기당 발전 용량은 해상풍력이 3MW, 육상풍력이 7.5MW다.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로 큰 풍력단지인 노드오스트 윈드파크는 해상풍력 발전기의 해안선 이격 거리가 600m에 불과해 육지와 매우 가깝다. 또한 해상터빈의 크기는 날개를 포함해 약 150m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경관을 감상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와 함께 풍력발전 정보를 제공하고 안내해주는 볼포 풍력발전 안내센터를 운영하며 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2030년까지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해상풍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해상풍력 설치 용량을 40GW로 확대할 계획인 해상풍력 선도국가 영국도 해상풍력이 관광업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발전기업 스코티시파워 리뉴어블이 컨설팅 회사에 의뢰한 조사 결과는 해상풍력단지가 관광업의 고용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때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건설되고 있는 지역의 고용률은 해당 지역이 속한 대단위 행정구역의 고용률 추세를 따라가거나, 도리어 더 나은 수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 ‘네덜란드 해안의 수평선에 풍력발전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바닷가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관광객의 비율은 10% 미만이다. 네덜란드에서 해상풍력 부문은 매년 1,600개의 기간제 일자리와 475개의 상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개수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해도 이는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창출하는 일자리의 개수로 상쇄되는 수치다.

탐라해상풍력단지 (© 두산뉴스룸)
탐라해상풍력단지 (© 두산뉴스룸)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해상풍력단지(조감도)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해상풍력단지(조감도)

■ 제주 탐라 해상풍력-주변 관광객 증가로 상권 확대

■ 부산 청사포 해상풍력-관광 자원화 가능성 기대 상승

지역 관광 자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국내 해상풍력의 선도모델은 우리나라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 ‘제주 탐라 해상풍력발전’이다.

탐라 해상풍력은 설비 용량 30MW 규모로, 2017년 제주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해안선에서 800m 떨어진 해안에 건설됐다. 건설 전에는 생활 소음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일부 주민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파도 소리나 바람 소리 등에 묻혀 발전기 가동으로 인한 소음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준공 이후의 주된 의견이다.

탐라 해상풍력은 해상풍력 발전기들이 에메랄드빛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풍경으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사진 촬영 명소이기도 하다. 가동 이후 두모리와 금등리 일대의 관광객이 늘면서 요식업을 포함한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해운대 앞바다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청사포 해상풍력도 주목된다.

청사포 해상풍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실현과 부산시 클린에너지전환의 마중물 역할뿐 아니라, 국내 대표적 관광단지인 해운대의 또 다른 관광 자원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청사포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청사포 인근 바다에 40MW 규모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연간 약 10만MWh의 청정에너지가 생산되며, 이는 약 3만5,000세대의 연간 전기 사용량이다. 해양도시라는 지리적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산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자립률을 2050년까지 50% 달성하겠다는 비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평가된다.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위원회는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선 후 자연 경관에 대한 견해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국내·외 사례와 관련 연구들에 비춰 볼 때 청사포 해상풍력의 관광자원화 가능성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관광객 증가와 이로 인한 지역 상권 활성화는 지역 일자리 창출, 부동산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전반적으로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청사포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이익공유제’도 도입한다. 해상풍력 개발 사업에 조합원으로 함께 참여한 주민들과 완공 후 해상풍력발전에 따른 수익을 20년의 운영 기간동안 같이 나누는 ‘연금형’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지역과 상생하는 ‘지역 상생 비전’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