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선총독부 말뚝
[기자수첩] 조선총독부 말뚝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1.07.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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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독부 말뚝’은 어디든 꽂기만 하면 조선인 땅을 총독부와 일본인 소유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악(惡)의 요술방망이’다. 이 요술방망이로 한반도 국토 절반 이상 면적의 토지를 조선총독부가 소유했던 적이 있다.

조선 농민들은 조선총독부 소유지의 소작농이 되거나, 화전민, 노동자 신세로 전락했다. 자연스럽게 전통적 공동체 사회는 파괴됐고 민족문화는 말살됐다. 토지조사사업은 이렇듯 조선의 토지를 강탈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자 역사적 아픔으로 기록되고 있다.

얼마 전 토지 강탈의 아픔을 딛고 토지 소유 기록 대장인 지적공부의 일제 잔재 청산 희소식이 정부로부터 발표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지적도면은 일본 동경을 기준으로 위치를 결정해 지적공부로 활용해 왔다.

동경측지계로 등록된 지적공부는 세계표준 측지계보다 북서쪽으로 365m 편차가 있었고, 이미 세계표준 측지계로 변환된 지형도, 해도, 위성영상 등 타 공간정보와 차이가 있어 공간정보 융·복합 활용에 장애 요인이었기에 이를 바로 잡은 것이다. 1910년 이후 110년 만에 지적공부의 완전한 일제 잔재 청산을 이뤄냈다.

탄력 받고 우리는 우리 국토의 일제 잔재 청산에 열을 더 올려야 한다. 제안하는 바는 ‘법정동 경계 명확화’다. 법정동과 법정리 지번 체계 역시 1910년대 토지조사사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서울 종로구를 보면 면적 23.91k㎡에 법정동이 무려 87개다. 강남구가 39.51k㎡에 법정동이 14개동이니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좁은 면적에 여러 법정동이 생기면 하나의 건축물이 교집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 예로 과거 종로구 신영동 주민은 주택 절반이 평창동에 걸쳐 있어 도둑이 들어 경찰에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이 바로 찾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또 주택에 화재가 발생해도 주소를 헤매 소방차가 뒤늦게 도착한 사례도 있다.

물론 지금이야 맵 체계가 잘 잡혀있어 이러한 초보적인 실수는 벌어지지 않는다지만, 도면관리 측면에서도 복잡한 법정동을 재정비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당장 수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더라도 이 또한 일제 잔재라면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이게 곧,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하나의 일제 잔재 청산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