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美 아파트 붕괴참사' 남의 일 아니다. 우리도 철저히 대비해야
[국토일보 현장 25時] '美 아파트 붕괴참사' 남의 일 아니다. 우리도 철저히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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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2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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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무게 지탱하는 하단 부분 파손, 위층 무너지는 팬케이크 붕괴 형태
노후화, 누수 등 구조부재들 하중 지지하기엔 불안전 상태였을 듯
지하에서 폭발이나 충격, 미지의 진동이 가해져 단 12초 만에 파괴 초래
노후 구조물은 센서 등 활용 자동화 상시 계측기 설치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유지관리 산업 활성화 방안, 원점에서 다시 한번 재검토 필요

최근 광주에서 건물 철거 중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 죄 없는 시민들이 희생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에서 멀쩡하던 아파트 건물이 불과 12초 만에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1년 6월 24일(현지시간) 오전 2시경, 미국 플로리다주의 12층짜리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아파트가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지금까지도 구조작업이 한창이다.

이번 사고는 L자형 건물의 중간 부분이 먼저 무너져 내린 뒤 해변가에 위치한 부분이 뒤따라 내려앉았다.

특히 이번 사고는 ‘팬케이크 붕괴’ 형상으로 파괴됐는데 건물 하단에서 무게를 지탱하는 부분이 파손돼 위층이 도미노 식으로 무너지는 형상이어서 생존자들의 구조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붕괴는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보이는 파괴 양상과는 전혀 틀리다. 너무나도 극적이며 이례적이다. 설계에서 결코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갑작스러운 파괴 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원인 분석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붕괴원인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조사되어 나온 것은 없지만 몇 가지 추론해 보면 다음과 같다.

붕괴된 아파트는 1981년 건설되어 40년이 경과된 건물로서 구조물의 노후화가 이번 참사를 일으킨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내에 있던 철근이 부식되고 이로 인해 콘크리트 균열이 더욱 가속화돼 내구성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 발생 전에 아파트의 녹슨 철근과 훼손된 콘크리트를 보수할 예정이었고, 안전점검과 함께 지붕 층 보수 작업을 진행하는 중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바닷가 근처에서 불어오는 해풍으로 인해 철근을 부식시키는 소금기(염화칼슘)와 연간 2mm씩 진행되는 지반침하 등은 붕괴의 주요 요인과는 거리가 멀지만 아파트 구조물의 노후화 현상을 가속화 시키는데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붕괴의 특징은 건설현장에서 다이너마이트 폭약 등을 사용하여 건물을 발파공법으로 해체하는 듯한 모습으로 파괴된 ‘팬케이크 붕괴’라는 점이다.

발파 해체 방법 중 구조물을 그대로 땅으로 주저앉히는 방법인 단축붕괴 방법과 유사해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건물의 주요 기둥들이 건물을 지탱하기에는 역부족 상태였을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랜 기간 동안 지하수나 수영장의 누수, 건물 옥상에서부터의 누수 등에 의해 건물을 지지하는 주요 구조 부위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1층은 주차장인 필로티 구조로서 이런 건물은 노후화될수록 안전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설계나 건설 재료 문제, 환경의 영향, 공사의 부실, 유지관리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이번 붕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고 후 현장 전경 사진을 보면 철근부족이나 콘크리트 두께 등이 일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이 급작스럽게 붕괴되기 위해서는 건물이 불안전한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나 진동과 같은 힘이 가해져야 붕괴되는 것이 일반적인 붕괴 발생 매커니즘이다.

아무튼 건물의 노후화와 염해, 지반침하, 누수 등에 의해 건물을 지지하는 주요 구조 부재의 취약화는 불안전한 상태를 유발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외부 힘이 가해지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다.

목격자들의 증언들에 따르면 큰 폭발음을 들었다는 내용으로 보아 지하 주차장에 위치하는 보일러(온수, 가스) 폭발(진동)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폭탄테러 가능성도 있지만 폭탄 폭발로 인한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폭탄 테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전날 보수 작업 중 건물이 흔들렸다는 증언에 의하면 건물이 가지는 고유 진동수와 일치하는 공진현상 가능성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중국 선전에서 75층짜리 건물이 갑자기 흔들렸던 사례나 우리나라의 테크노마트 흔들림 원인이 공진현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전히 배제할만한 사항은 아니다.

종합적으로 40년이 지나면서 건물이 노후화된 상태에서, 건물 1층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필로티 구조와 건물 주요 기둥들이 건물의 하중을 지지하기에는 미흡한 불안전한 상태에서 지하에서 보일러 등의 폭발이나 충격, 미지의 진동 등이 발생하여 급작스러운 팬케이크 붕괴를 초래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하여 본다.

이번에 붕괴된 미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노후화된 구조물의 변화양상을 즉시 측정하기 위해 센서 등을 활용한 자동화 계측기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고 안전 모니터링 실시를 제도화 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예산 타령을 하겠지만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더 이상 예산에 구속되지 말고 돈의 굴레에서 제발 벗어나길 바래본다.

또한 필로티 구조나 지하층, 지상 1~3층 기둥 부위에 대한 구조설계 강화와 보수보강 조치를 실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폭발 가능성이 있는 보일러, 배관 등의 노후 시설물에 대해서는 폭발 등에 대한 영향 분석을 실시하고 필요시에는 보수보강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겠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갈고 닦아온 안전진단과 시설물 유지관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미래형 블루오션 시장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가 육성해 온 안전진단과 유지관리 산업 기술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제발 건설 업역 간 밥그릇 싸움은 그만하고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유지관리 산업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원점에서 다시 한 번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