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날 특집] 인터뷰 | 허정 한국철도협회 수출지원센터장
[철도의 날 특집] 인터뷰 | 허정 한국철도협회 수출지원센터장
  • 이경옥 기자
  • 승인 2021.06.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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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 기술력 세계수준… 중남미 진출 등 지원 총력”
-올 국제 인증 규모 20억, 전년대비 두 배 확대… 지속 확충 만전

= 2018년부터 국내 철도기업 해외 진출 지원… 시장 발굴·국제인증 취득 지원 앞장
= 국내 6개사 국제인증 취득 내년 20곳 예상… 해외협력委 구성·정보 교류의 장 마련 
허정
허정 한국철도협회 수출지원센터장.

[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국토교통부는 2018년부터 국내 철도 중소·중견기업 국제 인증 취득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철도기술이 국제인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건당 최대 1억원까지 비용을 지원하고, 역량강화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위탁받아 총괄 수행하고 있는 허정 한국철도협회 수출지원센터장을 만나 국내 철도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과 해외 진출 현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철도협회 수출지원센터에 대해 소개한다면.

▲ 2018년 국토교통부로부터 수출지원업무 위탁을 받게 돼 수출지원센터가 설립됐다. 앞으로 수출지원센터는 당초 계획한대로 각 기관 전문가 영입 등으로 크게 키워나갈 계획이고, 지금은 초기 단계라고 보면 된다.

주요 업무는 현재 해외 시장 발굴, 국제인증 취득 지원 등이다. 해외시장을 발굴하고 회원사에게 소개하는 업무의 경우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또 하나 중요한 업무는 국제인증 취득지원사업이다. 철도용품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이 있다. TSI, SIL, IRIS 등이 그 예다. 해외 발주처가 인증을 취득한 물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국제인증을 취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돕기 위해 국토교통부 위탁을 받아 최대 1억원까지 인증 취득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고, 역량강화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인증을 취득한 기업이 6곳이고, 올해가 지나면 20곳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도 해외협력위원회 상호정보 교류 등도 돕고 있다. 해외협력위원회는 건설사, 엔지니어링사, 차량 부품, 신호·통신 관련 회사로 구성돼 있고 약 50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국가철도공단, 국토부 등의 의뢰를 받아 정부 대 정부 간 계약 사업 등에 ‘팀코리아’를 구성해 회원사를 선정하는 업무 등도 지원하고 있다.

- 올해 특별히 주력하는 사업이 있다면. 

▲ 올해는 국제인증 규모가 작년의 두 배가 됐다. 작년에는 지원금이 10억원 규모였으나 올해는 20억원이 됐다. 보다 많은 기업들이 국제인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철도기업들이 그동안 아시아에 많이 진출했는데, 작년부터는 파나마, 페루 등 중남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관련 정보 수집 등에 주력하고 있다.

-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 엄청나게 많다. 사실 1년에 반은 해외로 나가 영업활동을 해야 하는데 작년부터 꼼짝을 못하고 있다. 이메일 등을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발주가 많이 취소됐다. 사업 자체가 없어졌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도 많다.

▲ 태국에서 성과를 냈다. 인천교통공사 APM 사업을 지원했다. 공사가 처음으로 해외사업을 진출할 때 저희에게 지원을 받았다. 태국이 고속철도사업을 처음으로 하고 있는데, 국가철도공단이 사업관리 용역을 수주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지원했다.  

그 외에도 공단이나 국토부가 의뢰한 경우, 협력사를 모집한다. 이 경우 가장 알맞은 회사를 선정해 ‘팀코리아’를 구성해 사업 수주를 도왔던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수출지원센터 업무는 아니지만 철도협회에서 글로벌 철도연수과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사업이다. 매년 해외 공무원 20여명을 초청해서 서울과기대 석사학위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오신 분들과의 유대관계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협력위원사들과 공무원들과 상호 교류할 수 있도록 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 철도 국제 인증 지원 사업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하다.

▲ 국내 기술력에 대해서는 사실 논란이 많이 있다. 제 생각으로는 세계적인 첨단 기술력과 경쟁해도 손색이 없다. 
다만 국내 철도업체들이 국제 인증을 받은 기업이 별로 없다는 것과 영세하다는 것이 사실 어려운 점이다.

국내 철도업체들이 영세한 곳이 많다. 우리나라 내수시장이 워낙 작다보니 기업이 성장할 만한 터전이 사실은 형성이 돼 있지 않다. 그렇지만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노하우는 해외 기업들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기업들이 국내에 있을 게 아니라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다소나마 해소하자고 한 것이 국제인증 취득 지원 사업이다.  

- 이 사업도 시작한 지 얼마 안됐다. 굉장히 의미가 있다.

▲ 그렇다. 2018년도 수출지원센터 설립 시기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그 전에는 이 사업도 없었다. 

- 사업 시작 이전에는 국제인증 기업 자체가 없었나.

▲ 있었다. 2012년부터 극소수의 회사들이 해외 발주처의 요구로 인증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그 때 당시 국내 인지도가 없었고, 기술자가 없었다.
그러다 2015년부터 국제인증에 대해 크게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정책 담당자인 국토부에 얘기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국제 인증을 취득하려는 회사들이 늘어났다. 2022년까지는 많은 기업들이 국제 인증 취득 시도를 많이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국제 인증 취득 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현황은 어떤가. 

▲ 앞으로 해외진출은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2019년도 1억8천6백만불이었는데 작년에는 47억불로 늘었다. 국가별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아시아권이 거의 절대 다수다. 나머지 반은 중동과 중남미가 각각 차지하고 있다.  

시공 용역 분야는 상위 5개사가 거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시공은 건설사, 용역은 엔지니어링사가 해당되는데, 건설사의 경우 상위 5개사 총 수주금액이 상위 85%를 차지하며, 엔지니어링사 역시 상위 5개사가 상위 75%로 대형사 위주로 편중이 돼 있다. 

철도 관련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경 약 7억5천만불 정도 규모로 수출했다. 대부분 차량과 부품에 집중돼 있다. 신호·전기·궤도 분야는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차량이 금액이 커서 그렇게 볼 수도 있다.

- 특이사항이 있다면.

▲ 건설 부분은 최근 5년간 국가 소득이 높은 나라에서 수주가 발생하고 있다. 용역 부분은 국가소득이 낮은 나라의 수주금액이 늘고 있다. 잘 사는 국가들의 경우 유럽에 용역을 맡기는 경향이 있다. 철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프라 업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제가 2016년부터 2018년도까지 인도 러크나우 메트로 건설사업 현장 사무소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한국기술자들이 발주처로부터 상당히 인정을 받고 있다. 부지런하고, 책임감 있고,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받고 있다. 다만 언어부분에서 약하다. 유능한 기술자들이 영어는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 업계 발전을 위해 보완해야할 점이 있다면.

▲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다. 지금 해외시장에 한국기업들이 나가다보니 한국기업끼리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발주처에서 계약 금액을 낮추려고 은근히 경쟁을 시키는 경향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 부분은 국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국내기업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니 저가수주가 되겠다.

▲ 그렇다. 저가수주가 문제다. 한국기업끼리 경쟁하다보니 저가로 수주하게 된다. 그런 일이 빈번하면 누가 나서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열심히 활동을 하겠나. 해외 수주를 위해 공을 들이면서 사용했던 여러 가지 비용을 회수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 부분이 조금 안타깝다.

- 제도적으로 보완이 되면 좋을 것 같은데.

▲ 아직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 해외철도사업은 PPP 사업을 성사시킨 사례가 전혀 없다. 

▲ 한국의 빈약한 금융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할 때 금융이 장기간의 리스크를 부담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철도사업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리스크가 크다보니 많은 금융사들이 해외철도 민자사업에 참여하기를 꺼리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PPP사업이 인프라 쪽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사실 국토부나 국가철도공단이나 건설사에서도 노력은 하고 있는데, 상당히 쉽지는 않은 현실이다. 정부에서도 필요성을 느끼고 KIND를 설립해서 민간투자사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 해외 수출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해외에서 한국철도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나라 철도가 굉장히 ‘편리하다’, ‘정확하다’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한국철도를 들여오고 싶은 욕구는 많다. 그런데 한국의 어떤 회사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협회가 한국철도시스템 전반을 들여오고 싶은 해외 단체나 정부기관에 한국기업들의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향후 계획이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이 목표다. 또 회원사 뿐만 아니라 공공 부분의 목소리도 담아내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싶다. 예전에는 철도청이 있었는데, 지금은 철도청이 없어지고 건설은 국가철도공단이, 운영은 철도공사나 SR, 정책은 국토부가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협회가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