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건설업, '적정임금제' 도입 놓고 공방전
정부-건설업, '적정임금제' 도입 놓고 공방전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1.06.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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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가 근로자에 일정수준 지급하는 '적정임금제' 도입 가시화
일자리위·부처합동,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방안' 발표
국토부, "다단계 건설생산 구조 인한 임금삭감 방지 기대"
건설업, "정부, 임금지급 구조 이해 부족… 전면 재검토돼야"
국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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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정부가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방안’을 발표, 건설근로자 임금삭감 방지를 통한 건설일자리 환경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선 능력에 관계없이 과도한 임금지급을 강요하는 적정임금제 도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적정임금제는 발주처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건설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로, 정부는 건설산업이 원도급사에서 하도급사, 그리고 팀·반장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생산구조에서 건설근로자의 임금삭감으로 가격경쟁과 저가수주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팀·반장의 중간 수수료 수수 등으로 인한 임금수준 하락은 건설업 취업기피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 왔고, 건설근로자의 실질임금이 하락함에 따라 내국 숙련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불법 외국인력이 이를 대체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7년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 대책’을 통해 적정임금제 도입방향을 발표했고, 관련 연구를 통해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방안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적정임금제는 공사비 중 직접노무비를 지급받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적용하게 된다. 직접노무비 지급 대상은 아니더라도 측량조사, 설치 조건부 물품구매 등 실제 현장 작업에 투입되는 근로자에 대해서도 추후 시행을 검토하게 된다.

300억이상 공사를 대상으로 먼저 추진하게 되며, 제도 도입효과에 대한 분석 등을 거쳐 추후 시행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적정임금은 임금직접지급제, 전자카드제 등을 통해 수집된 건설 근로자 임금정보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산정하게 된다. 건설근로자의 실제 임금 정보를 수집한 후 다수가 지급받는 임금수준인 ‘최빈값’을 직종별로 도출하고 이를 적정임금으로 적용하게 된다.

또 적정임금 도입에 따른 추가 공사비를 반영하기 위해 종합심사낙찰제 동점자처리기준 개선(최저가입찰→균형가격근접) 등을 반영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적정 공사비가 반영되는지 여부를 분석할 계획이다. 건설사들이 적정임금을 제대로 지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자카드시스템과 임금직접지급제 시스템도 개선된다.

끝으로 정부는 적정임금제의 도입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 및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추진하며, 관련 법령 개정 및 시스템 보완 등을 거쳐 2023년 1월부터 시행하게 된다.

이러한 도입방안을 두고 각 건설단체 협회(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소방시설협회)가 깊은 유감의 뜻을 전했다. 건설산업에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제도 도입 방안을 최종 구체화한 것이 건설업계의 우려와 불만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 적정임금제는 작업조건, 경력, 숙련도 등 시장원리에 따라 사업주가 근로자간 계약을 통해 결정돼야 하는 임금수준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등 시장경제질서에 정면 배치되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또 건설업계는 다단계 생산구조로 인해 노무비가 삭감된다는 주장이 건설근로자의 임금 지급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현장에서의 노무비 절감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노무량을 절감하는 것이지, 개별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건설근로자 수급이 원활치 않은 노동시장의 특성상 일방적 임금삭감이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으며, ‘임금직접지급제’ 등이 도입돼 이미 제도적으로 임금 삭감 방지 장치가 완비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청년 일자리 확보 정책과도 엇박자라는 점을 지적했다. 발주자로부터 제한된 노무비를 지급받아 모든 근로자에게 중간 임금 수준 이상으로 지급하도록 할 경우 건설업계는 생산성을 고려해 청년인력 등 미숙련·신규근로자의 고용을 기피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취약계층 근로자의 실적·고용감소 문제를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건설 6개 단체는 “과거 건설업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던 미국도 과도한 공사비 증가, 일자리 감소 등 문제로 많은 주가 제도를 폐지하거나 적용 대상을 축소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건설업계 의견에 조금 더 귀 기울여 제도 도입을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