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광주 건물붕괴 사고, 뼈를 깎는 건설산업 구조 변화 없이는 '되풀이'
[국토일보 현장 25時] 광주 건물붕괴 사고, 뼈를 깎는 건설산업 구조 변화 없이는 '되풀이'
  • 국토일보
  • 승인 2021.06.14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명기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광주 건물해체 중 붕괴, 원칙과 기본이 무너지고 부정과 편법이 원인
해체 감리자가 감리업무 본연의 역할을 수행토록 감리환경 개선 필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사전 안전관리 시스템 작동 필요
해체공사 수행하는 건설기술인, 해체감리자, 작업자들의 역량 강화 필요

 

사회적으로 물의를 야기 시킨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예전부터 적용됐던 시나리오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동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현실화 되고 있다.

이번 광주 동구 학동 건물 붕괴사고도 기존의 다른 사고에서 보였던 것과 같은 대응 패턴이 비슷하게 반복될 것 같다.

사고 재발 방지라는 명목 하에 실시되는 요란한 안전점검과 힘없고 빽 없는 공사 관계자 몇 명의 처벌, 그리고 제도개선을 위한 법령의 일부개정이 이뤄지는 등의 순서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언제 그랬느냐 듯이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이제는 제발 이러한 각본 짜인 시나리오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해보고 바래본다.

지난주 광주 동구 학동 재건축 현장에서 해체공사 중 건물이 붕괴되면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한마디로 원칙과 기본이 무너져 발생한 사고이다. 해체계획서는 현장 여건과 해체대상 구조물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부실하게 작성되었다. 해체계획서를 작성한 자가 셀프 검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관할 구청에서는 자체적인 아무런 검증 없이 그대로 허가해 주었다고 한다. 답답하고 미치고 환장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다가 시공사는 해체계획서와는 다르게 해체순서와 해체방법으로 시공했고, 이러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할 책임이 있는 해체 감리자는 현장에 아애 있지도 않았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어이가 없는 지경이다. 어쩌다가 2021년 미래를 향해 스마트 건설을 지향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런 재래식 사고가 발생한다 말인가.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건물 해체공사 중에 붕괴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건설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운영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재하도급 문제와 최저가에 따른 수주방식 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사고재발 방지는 요원할 것이다.

이번 해체공사 과정에서 원도급사가 재건축 조합에서 수주한 평당 해체공사비는 28만원이었다. 그러나 하도급업체가 원도급으로부터 수주한 금액은 10만원 이라고 한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재하도급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재하도급 업체에서는 불과 4만원에 해체공사를 수주했다고 한다.

당연히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는 원가절감을 위해 기를 쓰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을 통한 공사비를 절감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적절한 공사비 지급과 공기를 준수토록 하지 않으면 똑같은 사고가 일어날 것이다.

둘째, 해체 감리자가 감리업무 본연의 역할 수행이 가능하도록 감리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해체 감리자와 계약을 체결한 재건축 조합이나 시공사 입장에서는 해체 감리자가 공사 중지나 시정조치를 요청하면 당연히 공사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공기지연 발생으로 손해가 막심하다.

어느 재건축 조합이나 시공자가 이러한 감리를 좋아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해체 감리자는 감리비용을 지급하는 재건축 조합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지역사회 인간관계로 인해 감리는 본연의 해체 감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원 감정인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 볼 수 있다. 감정 당사자가 감정료를 법원에 미리 납부하면 법원에서 지정된 감정인은 당사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감정을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다.

감정 결과에 따라 감정료는 법원으로부터 받는 법원감정인 운영 방식을 해체감리에도 도입하면 해체 감리자들이 재건축 조합이나 시공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불안전한 행동을 할 경우에는 작업중지나 시정지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사고가 터지면 동네방네 요란을 떨 것이 아니라 사전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안전관리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해체계획서 작성 시 현장여건을 반영한 작성과 검토 및 허가가 필요하다. 해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인과 저감대책을 사전에 도출하고 영향을 분석하여 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해체계획서의 사전 검토, 허가 내실화와 이행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현재는 전문가 1인이 사전에 계획서를 검토하도록 되어 있는 방법을 구조기술사나 건설안전 기술사와 같은 해체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맡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위원회의 전문가들이 해체공사 중 필수확인점(Hold Point) 시기에 해체감리와 같이 안전점검을 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넷째, 해체공사를 수행하는 건설기술인과 감리자, 작업자들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건축사법이나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감리자격이 있는 자가 해체감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해체공사 감리역량은 미지수이다.

따라서 구조기술사나 건설안전기술사들을 포함한 자격조건 강화, 해체감리 교육시간의 증가와 내실화, 대학에서 해체공사 관련 교육 강화 등 지속적인 역량강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제발 예전에 단골로 사용했던 레파토리를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전한 건설현장 조성을 위해서는 해체공사에 대한 붕괴원인의 기술적인 분석과 개선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왜 해체작업자들이, 해체 감리자들이, 해체공사 현장관리자들이 원칙과 기본을 준수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해결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똑같은 사고는 계속해서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