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년 칼럼] ‘서동요(薯童謠)’
[김광년 칼럼] ‘서동요(薯童謠)’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2.03.28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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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편집국장


삼국유사에 설화로 내려오는 기록 중 ‘서동요’ 가 있다. 백제의 서동이 신라 진평왕 셋째딸인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선화에게 좋지 않은 소문을 퍼트려서 부모로부터 쫒겨나게 하고 결국 서동은 선화와 결혼을 하게 된다는 얘기.

그 이상한 소문을 담은 노래가 곧 서동요다. 서동요로 하여금 백제무왕으로 등극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동이 선화공주를 목숨처럼 사랑한 나머지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위험(?)한 과정이 지혜롭고 숭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작금 한국건설 산업을 보면서 문득 ‘서동요’ 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마음 같아선 2백만 건설인 모두가 하나가 되어 다 함께 ’서동요‘ 를 부르자고 제안하고 싶은 심정이다.

설계를 비롯한 감리, CM 등 엔지니어링 산업을 비롯한 시장은 이미 고사 위기에 처해 있고 주택, 건축은 물론 공공시설 토목사업까지 이제는 고갈 상태에 이르러 있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무엇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직원들 월급 조차 밀린 기업들이 한 두 업체가 아니다. 감히 임원들은 눈치만 보느라 더욱 더 힘들고 어렵다.

눈 빛만 봐도 대충 알 수 있는 오래 만나 오던 산업계 지인들을 접하면서 전문기자로서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

가뭄이 오래 되면 들판에 논바닥이 쩍쩍 갈라진다. 아마도 지금의 건설산업에 몸 담고 있는 건설인들의 가슴속은 그 논바닥처럼 숨쉬기 조차 버거울 정도로 메말라 있지 않을까!

단비가 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면 이제부터라도 정부를 비롯, 산, 학, 연 공동의 ‘서동요’를 불러서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지 않겠는가!.

불황의 늪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마음속까지 갈라져 터널속으로 들어가면 정녕 헤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건설산업 지금이 기회다”
“부동산시장 안정화… 투자의 가치를 찾아라”
“ 해외건설 700억불…  한국건설 희망 뿐이다” 등등…

우리 모두가 힘과 용기를 북돋울 수 있는 표어를 걸고 노래라도 만들어 한국건설 분위기를 UP시켜야 한다.

알고 있는가?
암 환자가 암 세포의 성장에 의해 죽음을 맞는 거 보다 환자 자신이 자포자기하는 나약한 정신력에서 병세는 질풍노도처럼 빠르게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현재 한국건설이 그렇다. 힘들다 . 어렵다. 죽겠다. 주저앉지 말고 칼을 들어라. 그리고 무라도 썰자. 부지런히 썰어 놓은 무가 나중에 든든한 디딤돌이 될 확률은 아주 높다.

요즘엔 만나는 취재원 마다 축 늘어진 어깨와 자신없는 모습을 보면서 전문기자로서 무슨 말이 필요한가 고민하던 중 어느 날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의 한 말씀을 듣고 오늘 ‘서동요’를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서동요’ 는 한 남녀의 사랑얘기를 담은 설화이긴 하지만 21세기 이 시대에 현대판 ‘서동요’ 가 울려 퍼지면 과연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올 것인가 궁금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누군가 해결해 주겠지 하는 의존형으론 더 이상 캄캄한 터널속을 빠져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우리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 제안하는 등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이라도 해서 국내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할 때다.

‘건설은 과학이며 종합예술’임을 강조하고 이 시대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첫째 목적이 복지라면 그 복지의 원천은 건설이라는 중대한 사실을 널리 알리고 전파하자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