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의 날 특집|전기방재] 전기화재, 화재 중 20%…피해액 2천200억원 달해
[방재의 날 특집|전기방재] 전기화재, 화재 중 20%…피해액 2천200억원 달해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1.05.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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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기안전관리법’ 본격 시행… 전기화재 사고 방지 국민안전 보장
전기설비 안전등급제·정기점검제도 신설 등 산업과 국민안전 균형 발전
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 구축 총력… 국가 안전관리 시스템 변화 선도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최근 5년 간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화재 4만여 건 가운데 약 30%가 주거시설에서 일어났다. 이 중 절반은 콘센트 누전이나 전자기기 과열 등으로 인한 사고다. 전기를 대량 사용하는 공장이나 산업단지 등과 비교해도, 국민 주거공간에서 적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2020년 ‘전기안전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2019년 전기화재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약 2,207억 원에 달한다. 전기화재는 8,155건이 발생해 총 화재 4만102건 중 20.3%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이로 인해 2019년 한 해에만 41명이 숨지고 295명이 다쳤다.

정부는 지난 4월 ‘전기안전관리법’을 본격 시행했다. 증가하는 전기화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1998년 27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부산 냉동창고 화재사고를 계기로 논의된 전기안전관리법은 ‘전기설비의 복잡화-대용량화’, ‘안전기술 발전’ 등 제반여건 변화를 반영했고, 전기사업 및 안전관리 분야 유관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은 1년간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규정을 제정하고 세부 규정을 마련했다. 특히 전기안전관리법은 ‘전기사업법’에서 안전규정을 분리해 별도 제정됐다. 이로써 전기화재와 감전사고 예방 등 국민안전 강화와 전기사업과 안전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기안전관리법 시행 후 전기에 의한 대형 인명사고 방지와 국가 안전관리 체계 강화로 국민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전기안전공사 직원이 ESS를 점검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직원이 ESS를 점검하고 있다.

■ ‘전기안전 등급제’ 도입···전기안전관리 ‘촘촘’

전기안전관리 체계가 고도화된다. 산업부장관은 법률에 따라 전기재해 예방 등 체계적인 전기안전관리를 위해 5년마다 ‘전기안전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산업부는 전기안전 중장기 정책, 제도개선, 교육·홍보, 안전서비스 지원방안 등을 마련하고 전기안전 관련 전문기관, 이해관계기관 등으로 구성된 전기안전자문기구 운영을 통해, 전기안전관리 정책을 원활하게 수립-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인센티브를 동반한 ‘안전등급제’도 도입된다. 이 제도는 전통시장과 다중이용시설(숙박시설, 유치원 등), 구역전기사업자 설비를 대상으로 실시돼, 국민의 전기안전에 대한 인식 강화에 기여한다.

대상시설은 전기설비 상태별 맞춤관리를 위해 노후도, 관리상태 등을 반영한 5등급 A~E로 구분된다. 우수등급(A)을 받으면 검사·점검 주기 1년 연장(시기조정 등의 인센티브)이 제공되고, 전기설비 개선 등의 조치를 한 경우에는 안전등급 변경도 가능하다.

즉각적인 개선조치가 필요한 하위 등급시설물에 대해서는 점검주기를 앞당겨 집중적인 관리 감독을 받도록 해 전기설비에 대한 관리를 더욱 강화한다.

■ ‘정기점검제’ 신설··전기설비 안전성 강화 

일반주택만을 대상으로 3년에 한번씩 실시했던 정기 안전점검이 노후 공동주택으로 확대된다. 지어진 지 25년 이상 된 아파트가 대상으로 전국 210만 여 가구가 해당된다. 대상 아파트는 3년 이내에 안전점검을 받고, 이후 3년마다 재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용자가 많은 마을 경로당은 지난해부터 매년 한 차례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규정이 마련돼 지역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농어촌민박 시설이나 전기차충전소와 같은 여러사람이용시설들도 정기 점검 대상에 새로이 포함해, 영업 개시 전 반드시 안전점검을 받도록 했다.

배선, 차단기, 콘센트 등 사용설비까지 사용전검사 범위를 확대해, 정기검사 시, 안전관리자 점검기록을 제출하거나 매월 1회 종합정보시스템에 관련 사항을 입력하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신재생발전설비도 원별 특성을 고려해, 공정단계별로 사용전검사를 받도록 검사시기가 조정됐다. 최근 재산피해가 컸던 강원 고성·속초 산불은 한국전력의 전선 노후 및 부실 시공·관리 등 복합적인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전기화재였다. 이를 막기 위해 ‘전체 공사가 완료된 때’ 사용 전 검사를 받던 규정을 변경해 ‘기초구조물 완료 시’, ‘일부 완성 시’ 등 규정을 제정, 안전을 강화한다.

또한 검사 결과와 전기화재 통계 등의 각종 정보들은 ‘전기안전종합시스템’을 통해 취합 공개해 투명성을 강화한다. 전기설비 점검 결과, 전기안전관리자 선·해임 현황, 전기재해 통계분석 등 각종 정보를 공개한다. 국민이 직접 해당 시설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도록 규정, 전기설비 소유자나 안전관리자가 자발적으로 시설을 개선하도록 지원한다.

전기시설에 대한 ‘긴급 안전조치’도 실시된다. 산업부장관은 전기재해가 발생하거나 발생이 우려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긴급점검결과 사고발생 우려가 현저한 상황이면 개수, 철거, 이전 등 공사중지 및 사용중지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본사 사옥 모습.
한국전기안전공사 본사 사옥 모습.

■ 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관리법 시행 ‘첨병’

전기안전관리법은 전기안전업무 종사자의 전문성과 업무여건 개선규정도 담았다. 전기안전 업무위탁 전문업체(시설물관리자)는 자본금, 인력, 기계 등 등록요건을 갖춰야 하고 시공관리책임자는 안전시공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일정 제약 하에 대행사업자의 안전업무 대행도 가능하게 했고, 대행업무에 대가 산정기준도 마련했다. 업체간 과당경쟁 및 안전점검 부실 방지가 법의 주요 목적이다.

전기안전관리법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해 전기안전공사가 역할을 다한다. 한국전기안전공사(사장 박지현)는 전기안전관리법 시행을 계기로 ‘안심경영’을 새 경영의 좌표로 삼아, 국민 안심사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전기안전공사(이하 공사)는 최근 이 같은 모토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난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사는 지난 4월 전북혁신도시 본사에서 박지현 사장과 본사 각 부서장, 지역본부장 등 임직원들이 함께한 가운데 ‘경영이념 선포식’을 개최하고 경영 활동의 새 청사진을 발표했다.

전기재해로부터 ‘국민안전’을 지킨다는 본연의 가치 실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의 마음에 닿겠다는 공사 경영의 새 지향점을 실었다. 이를 위해 공사는 ‘내가 항상 성실’, ‘내가 먼저 도전’, ‘내가 제일 열정’, ‘우리 함께 공정’을 경영방침으로 정했다. 국가안전과 국민안심을 위해 맡은 바 업무에 열정을 갖고 혁신을 위한 도전,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다.

공사는 이날, 경영이념 선언식과 함께 새로운 노동조합의 출범에 따른 노사 공동 협약도 체결했다. 노사 양 측은 새 경영이념 선포를 계기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사를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이행 ▲직원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일터 조성 ▲지속적 경영혁신에 앞장서기로 다짐했다.

박지현 사장은 “새 경영이념 선언을 계기로 국민중심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가 안전관리 시스템 변화를 선도하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기안전관리법이 시행됨에 따라 주관기관으로 업무수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안전관리와 검사기준 정립을 위한 ‘신재생안전처’, 전기안전 정책의 전문성강화를 위한 ‘법령정책실’, 사업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존의 검사점검처와 기술지원처를 통합한 ‘사업운영처’를 신설해, 업무 추진 동력을 마련했다.

박지현 사장은 “전기안전관리법을 통해 국민안전을 강화할 더욱 촘촘한 그물망이 펼쳐지게 됐다”며 “시행 법률이 조속히 안착되도록 최선을 다해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공사의 ‘장애인’을 위한 전기 안전 방안 마련 노력도 주목된다. 화재 사고 발생 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은 장애인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이 2019년 발간한 ‘장애인 건강보건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비장애인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의 경우, 주거시설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화재 요인이나 위험을 정확히 인지해 사고가 일어났을 때 빠르게 대처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공사는 최근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본사 대강당에서 특별하고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했다. ‘유니버셜 안전예술단’ 특별공연이다. 공사가 매년 펼치고 있는 전기안전 어린이 체험뮤지컬을 장애인들이 직접 꾸며 마련한 무대다.

안전에 관한 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경계 없이 모두가 ‘보편적인(Universal)’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공연예술을 통해 안전문화 교육의 새 길을 열겠다는 뜻이 이름에 담겼다. 유니버셜 안전예술단은 공연연출자와 연기자, 스태프 등 열두 명 구성원 모두가 장애인들로 구성돼 장애인들에게 알기 쉽게 전기안전방안을 전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장애인 안전예술단이 공연 후 종이비행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 장애인 안전예술단이 공연 후 종이비행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