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중대재해법, 기업에 미치는 영향분석과 대응 철저히 해야
[국토일보 현장 25時] 중대재해법, 기업에 미치는 영향분석과 대응 철저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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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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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건설업계는 불만 제기에서 벗어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대응에 신중해야
중대재해처벌법, 기업 경영과 안전장비, 안전인력, 교육, 컨설팅 시장 등에 큰 영향
자동화, 기계화, 로봇, 3D 프린터, 모듈러 등 스마트 건설기술 적극 도입으로 대응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고 기업에 10억원 이하의 벌금 등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등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초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CEO 직속으로 안전전담조직을 만드는 등 건설현장 안전관리 강화에 총력을 다하면서도, 처벌만 강화하기 보다는 사고 예방 지원 등의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영계는 기업에 대한 고강도 처벌 규정만으로 중대재해 사고를 모두 막을 수 있다는 사고는 전형적인 규제 만능주의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중대재해는 근로자와 시공자, 설계자, 발주자 모두가 유의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도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3월 말경 7개 경제단체들과 건설단체총연합회에서는 정부에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완입법을 요구했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징역 하한형을 규정하고 사망자 범위를 확대하며 경영책임자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한 면책규정과 근로자 책임을 신설하고 안전보건 관련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삭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반면에 노동계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허점투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막상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노동계가 요구해 온 주요 사안이 모두 사라져 누더기 법안이 됐다며 정부와 정치권을 연일 성토하고 있다. 법 명칭에서 ‘기업’이 삭제됐고 인허가 및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공무원 처벌조항이 삭제됐으며 안전 의무조치와 관련 발주처가 제외돼 실질적인 경영자 처벌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점과 대표이사 외에 별도의 처벌대상을 둘 수 있도록 한 점은 맹점이라고 주장하면서 꼬리자르기와 솜방망이 처벌로는 중대재해를 절대로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는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에 맞게 제도가 운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참여 주체별로 안전 책임을 부과하고 의무를 확립해야 한다고 보고 건설안전특별법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하여 경영계, 노동계, 정부 등 각 주체별로 입장이 각각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건설업계의 경우 법안에 대해 불만만을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차분하게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존의 기업 경영방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재해는 더 이상 안전 이슈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가치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안전관리에 대한 법률준수 등에 대한 대응을 본격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방법으로서 경영책임자들은 작업자들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건설기술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 건설의 대표적인 방법, 즉 자동화되고 기계화된 방법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로봇이나 3D 프린터, 공장에서 사전제작 후 현장에서 시공하는 모듈러 공법 등 스마트 건설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작업자들의 안전성을 향상시키면서도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건설 패러다임이 변화될 것이다.

일부 경영책임자의 경우 안전에 대한 리스크 분산을 위해 생산적인 건설업이 아닌 서비스업나 부동산 임대업으로 사업을 변경한다든지 과중한 처벌형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을 폐업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책임자의 경영공백과 민형사상 책임 등으로 산업재해를 은폐할 가능성도 있다. 근로자들은 안전수칙 위반 시 위반책임을 전혀 묻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경영책임자를 압박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안전관리 조직체계, 안전보건 예산투자 증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안전담당이사는 대표이사 직속 체계로 변화하고 강력한 권한이 부여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대리 경영인, 일명 ‘바지사장’, ‘총알받이’가 속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예산투자가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나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안전관리비에 대한 증액요구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관련 장비, 교육, 컨설팅 시장과 안전전문가들의 영역을 대폭 확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건설안전에 대한 법적 자문이 증가할 것이고 사내 준법 감시시스템인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에 대한 정비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안전보호구 및 안전장비 시장은 단기적으로 즉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약 10조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될 것 같다.

안전교육 시장이나 안전 컨설팅 시장도 지금보다는 최소 5배 이상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문성과 역량 있는 안전관리자 등에 대한 인력공급을 대학이나 직업훈련기관에 요청하게 될 것이고 법 지식과 안전관련 지식을 겸비한 안전전문가도 요구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심히 우려되는 점은 안전에 대한 소명의식이 없는 돈만 밝히는 가짜 사기꾼 안전 전문가들이 시장을 교란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스마트 건설기술과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 그리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이용한 사고의 사전예측 기술에 대한 수요도 점차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하여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계속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꾸준하게 나올 것이고, 올해 하반기에 시행령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개정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각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있게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