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구조물 견적도면, '시공상세도'로 둔갑… 가설안전 '정책따로 현장따로'
가설구조물 견적도면, '시공상세도'로 둔갑… 가설안전 '정책따로 현장따로'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1.04.16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견적도면과 시공상세도는 용도·내용 측면서 ‘차이’ 커
설계단계서 이뤄질 작업 임대업체가 떠안는 기형적 구조
설계부터 현장여건 반영한 설계도서 작성 등 선행돼야
가설구조물 시공상세도 이미지.
가설구조물 시공상세도 이미지.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추진 등 건설안전 제도는 점점 강화되고 있으나 현장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련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시공사가 수행해야 할 구조안전성 검토 및 시공상세도 작성 업무를 가설재 임대업체가 대신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부 현장에선 비용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임대업체가 물량을 산출하는 견적도면을 시공상세도로 대신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견적도면과 시공상세도는 그 용도와 내용이 확연한 차이가 있고 작성의 주체도 명확하다. 견적도는 공사 수행에 필요한 자재, 인원 및 장비 등 총 공사비를 산출하는 것이다.

반면 시공상세도는 시공자가 목적물의 품질확보 또는 안전시공을 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의 진행단계별로 요구되는 시공방법과 순서, 목적물을 시공하기 위해 임시로 필요한 조립용 자재와 그 상세 등을 설계도면에 근거해서 작성하는 도면이다.

건설기술진흥법 하위법령에서는 가설구조물 구조안전성 확인에 필요한 비용을 안전관리비로 계상해서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원도급사는 하도급 업체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중소건설현장의 경우 제출된 구조검토서를 검토할 전문인력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설계기준을 무시한 채 전문건설업체와 가설임대업체 요구대로 구조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선 자재비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꼭 필요한 가새재 등을 넣지 말라는 지시까지 돌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소건설현장에서 가설구조물 붕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이를 두고 가설재 임대업체 한 관계자는 “본 공사에 들어가기 전, 설계단계에서 구조설계나 시공상세도 등이 작성돼야 하는데 이를 시공사가 아닌 임대업체가 수행하다 보니 비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이러한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가설구조물 안전을 담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업체는 시공사가 요구하는 자재만 임대만 해주면 된다는 해석이다.

이에 건설업계 관계자는 “구조설계나 시공상세도는 임대업체가 수행한다지만 우리 시공사도 최종적으로 별도 검토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이를 설계단계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발주자가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대형건설사에서는 이러한 관행을 없애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A 건설사는 시공사 주도로 가설구조물을 설계해서 협력업체에게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B건설사에서는 3자 검토시스템을 도입해 제출된 가설구조물 구조계산서와 조립도를 검토해 잠재적 위험요소를 제거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건설사는 협력업체와 설계업체가 참여하는 가설구조물 사전검토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로 설계변경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설계단계에서부터 현장여건을 반영한 설계도서 작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공사가 직접 설계하거나 전문설계업체에게 설계도서를 제공해서 구조계산서와 시공상세도, 물량산출 등을 의뢰하는 방식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관리절차 간소화로 인한 공기 단축과 비용절감, 적정공사비 산출에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에 발주자 입장에서도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최근 개최한 ‘소규모 건설현장 사망사고 근절 방안’ 모색토론회서, 박문서 교수(서울대 건축학과)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의 건설안전제도 등 예를 들며 “원도급사가 주도적으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 능력이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전문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종합건설업체가 단순히 하도급 관리업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안전 사각지대인 가설구조물 구조 안전성 확인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관계기관에서도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