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방치 폐기물 보관량 확인제도, 이대로 둘 것인가!
[전문기자리뷰] 방치 폐기물 보관량 확인제도, 이대로 둘 것인가!
  • 선병규 기자
  • 승인 2021.04.02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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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기관의 폐기물 보관량 확인 ‘측량 의무화 필요’

최근 3년간(2018~2020년) 국내에 발생한 불법폐기물은 약 150만 톤, 그 중 방치폐기물이 100만 톤에 육박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방치폐기물이란 허가 취소나 폐업 등으로 폐기물 처리업체 사업장 내에 법정 보관기일을 초과해 방치되는 폐기물이다.

이는 폐기물 처리 능력을 상실한 업체가 사업장 내에 폐기물을 그대로 적재, 방치하는 경우에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의성군 쓰레기 산’을 들 수 있다.

‘의성군 쓰레기 산’은 경북 의성군 소재 폐기물 처리업체 내에 폐기물이 다년간 쌓여 그 규모가 무려 17만 톤을 넘어서며 사회적 고질병으로 대두됐다.

더욱이 CNN 등 외신에도 보도될 만큼 심각한 이슈가 되면서 처리 여부에 모두의 눈길이 쏠렸다.

끝이 보이지 않던 폐기물이 처리되기까지 약 20개월, 소요된 국비만 280억을 훌쩍 넘었다. 하물며, 최근 평택 고덕 신도시에서도 20만톤에 달하는 방치폐기물이 발생하며 또 한 번 ‘쓰레기 대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렇듯 폐기물처리업자가 폐기물을 반입하고 처리하는 일련의 처리과정을 제대로 이행하지도 않고, 해당 사업장 내외에 폐기물을 장기간 방치하거나 부적정 처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환경당국에서도 팔 걷고 나섰다.

환경당국은 ‘불법폐기물 근절대책(2018)’, ‘불법폐기물 관리 강화 대책(2019)’ 등을 수립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불법폐기물 처리 및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방치폐기물 처리에 소요되는 국가 재정 손실을 최소화하고 방치폐기물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현행 '방치폐기물 처리이행보증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방치폐기물 처리이행보증 제도'는 폐기물처리업자가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방치폐기물의 처리 이행을 사전에 보증하는 제도며, 폐기물처리업자는 방치폐기물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공제조합에 분담금을 납부하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으로 ‘방치폐기물 처리이행보증제도’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개정령(안)의 내용은 보증기관(공제조합, 보증보험사)의 보증범위 확대와 함께 매년 보증 갱신을 주 골자로 하고 있으나, 제도적으로 미비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이행보증범위를 확대하면 방치폐기물을 신속히 처리함으로써 침출수, 악취 등 2차 환경오염 예방 및 인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국가 재정 부담 또한 완화가 가능한 부분으로 보아 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처리이행보증보험의 가입 및 갱신 시 측량을 통한 업체의 폐기물 허용보관량 확인(점검)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행 이행보증제도의 한계는 실제 발생하는 방치폐기물의 물량 대비 이행보증범위가 부족해 보증범위를 초과하는 물량의 처리문제도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허용보관량 초과 등 방치폐기물 처리업체 관리 소홀로 인한 방치폐기물 발생의 사전 예방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에, 폐기물처리업체에 대한 허용보관량 준수여부 및 폐기물 보관실태 등의 사항을 실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이행보증범위 확대에 따른 보증기관의 책임만 가중될 것이 뻔하다.

그저 이행보증범위만 확대하는 제도 개선은 결국‘빗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꼴이다.

타법과 비교해도 현 ‘방치폐기물 처리이행보증 제도’의 미비점은 뚜렷하다.

‘화재보험법’에서 규정하는 보험의 예를 들면, 화재 예방을 위해 보험가입 제도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 최초 가입 및 매년 갱신 때마다 보험기관이 점검을 실시하고 필요시 관계행정기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폐기물 처리이행보증기관은 폐기물업체의 보관량 및 관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없다.

화재보험법에서 규정하는 점검과 같이 방치폐기물 처리이행보증제도 역시 폐기물 보관량 확인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비단, 이 문제는 제도 개선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행법상 현장에서 방치폐기물 지도점검의 의무를 지고 있는 지자체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다.

‘의성 쓰레기 산’의 사례만 보더라도 처리업체에 대한 지자체의 소홀한 지도점검은 물론 위험 의심 업체의 관리 또한 미흡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지자체를 향한 국민의 분통과 불거져만 가는 불신을 잠재우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몇몇 지자체의 점검요청에 의해 공제조합은 각 업체들의 폐기물 보관량에 대한 측량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지자체 전반에서 지도점검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폐기물관리법의 방치폐기물 처리이행보증 범위를 확대하고 매년 이행보증보험을 가입 및 갱신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보증기관이 폐기물처리 업체의 보관량을 확인하도록 한다면 방치폐기물 예방 효과를 달성함과 동시에 국가 재정 손실 역시 크게 감소될 것이다.

또 지자체를 향한 따가운 시선도 한 풀 꺾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환경부 역시 방치폐기물 예방을 위해 보증기관이 각 폐기물업체의 보관량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책무 강화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우리 삶과 폐기물은 불가분의 관계다.

끊임없는 고민과 대안 마련, 그리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바탕으로 폐기물 예방에 손을 모아도 모자란 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어딘가에는 제2, 제3의‘쓰레기 산’이 쌓여가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