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승강식피난기, 품질경쟁에 나서라
[기자리뷰] 승강식피난기, 품질경쟁에 나서라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1.03.1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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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화재사고 대부분이 주거시설에서 발생한다. 화재 발생 시엔 연기와 불길을 피해 밖으로 이동하는 것을 기본 대피 방침으로 하고 있다. 다만 현관을 이용할 수 없을 때는 다양한 피난시설을 이용해서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

화재대피 피난시설로는 안전벨트를 착용해서 내려오는 완강기가 있고, 벽을 부숴서 피난하는 경량칸막이 설치가 있다. 또 발코니 바닥을 통한 하향식 피난 사다리 방식도 있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진일보한 ‘승강식피난기’가 화재대피시설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승강식피난기는 전기와 상관없이 무동력을 기본으로 하며, 기존 사다리를 이용하기 힘든 아이들과 노약자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전이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만큼 승강식피난기는 소방법상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에서 성능인증을 받아야만 제품 사용이 가능하다. 국내에는 두 개 업체가 승강식피난기를 제조하고 있다. 두 제품의 차이가 있다면 하나는 와이어로프 방식이고, 하나는 랙기어 방식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배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30층 이상 고층 주상복합이나 아파트 화재가 이틀에 한 번꼴로 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화재대피가 어려운 고층건물일수록 승강식피난기 등 기술 진보한 화재대피시설이 이제는 필수시설로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KFI가 주관하는 성능인증기준에서 두 제품 모두 부적합이 의심돼 잡음이 일고 있다. 소방청의 제품검사 기술기준 관련 자료에 따르면 두 제품 모두 개선해야 할 부분이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업체는 재심사를 받고 리콜에 들어가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미 개선이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언론에선 방재기관의 부실행정과 제품의 안전성을 지적하며 기업들에게 제2차, 3차 가해를 가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미흡한 기술기준을 바로잡고 제품의 기술력을 키워 안전을 도모하기도 바쁜데 연일 네거티브라는 것이다. 이러다 두 제품 모두 조합원이나 건축사, 건설사에게 외면당해 신기술이 사장될까 염려된다.

네거티브는 네거티브만 낳는다. 몇 년 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네거티브 광고 난타전을 펼쳤던 적이 있다. 지난해 네거티브 마케팅을 지양하고 마침내 품질 경쟁에 나서겠다고 양사가 입장을 밝혀 일단락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기적 네거티브 마케팅 전략이 오히려 타 기업 어부지리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승강식피난기 기술 역시 그렇다. 현재는 두 개 업체가 공존하고 있지만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는 일본 나카 공업사가 국내 진출을 계획 중에 있다. 고가 제품이라 현재 국내업체 제품이 가격에서 밀리지 않는다지만, OEM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온다면 시장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예단할 수 없다. 국내기업끼리 흠집을 내는 네거티브 마케팅보단, 상호 기술 발전에 초점을 맞춰 화재안전 도모에 앞장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