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 SOS 친 SK이노베이션, '배터리전쟁' 새 국면 맞나
바이든에 SOS 친 SK이노베이션, '배터리전쟁' 새 국면 맞나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1.03.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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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공장 철수 배수진, ITC 결정 번복 요구
배터리, 中 영향력 낮추려는 美 거부 가능성도
양 사 합의 금액 차이 커...배터리 업계 주목
SK이노베이션이 건설중인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현장.
SK이노베이션이 건설중인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현장.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 건설하고 있는 조지아 배터리 공장을 변수로, 바이든 행정부의 개입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현지시간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 명령)에 대한 거부권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ITC의 결정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하고, 대통령은 ITC 결정에 대해 정책적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요청서는 ITC의 결정이 조지아주에서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 1, 2공장은 SK이노베이션의 설명대로라면, 2025년까지 약 3,4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규모다.

관련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백악관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며 '수입 제재를 받으면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을 버릴 수도 있다'는 배수진을 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ITC 결정대로 SK이노베이션의 미국에 대한 수출이 금지되면 당장 조지아 공장은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 1, 2 공장에는 장기적으로 총 5조6,000여억원이 넘게 들어가고 이미 3조원 넘게 투입됐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ITC의 결정이 번복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불공정 무역관행 개선 등을 강조했기 때문에,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있다. 바이든은 현지시간 지난달 24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개 분야에 대한 미국 공급망을 100일 동안 검토하는 행정명령에 대해 서명했다.

품목의 공급선을 다변화해, 필수 부품 부족 등으로 자국 제조업 기업들이 생산 라인을 멈추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 골자다.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 품목에 대한 중국 기업의 시장점유율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2026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25%라는 공약을 내 건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배터리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어서, 조지아주 공장은 버릴 수 없는 카드다. SK이노베이션이 마지막으로 바이든의 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양 사가 합의를 통해 미국 수입제재를 푸는 방안도 있지만, 양사의 합의금액 차이가 너무 커 당장 실행은 어려워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3조원을, SK이노베이션은 5,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