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건산법, 소유냐 존재냐
[기자리뷰] 건산법, 소유냐 존재냐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1.01.29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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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흠 전 국회의원이 쏘아올린 공이 꽤나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진성준 의원이 건설관련협회장들과 관련공제조합 운영위원회를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한 이후, 국토교통부는 곧바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은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잡음을 일으켰다. 국토부 입법예고 게시판을 보더라도 댓글이 1만8천개나 달렸고, 게시판엔 찬성과 반대 입장이 격렬하게 맞서는 중이다. 지금은 접속 한 번 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게시글이 마비된 상태다.

표면적으론 ‘건설공제조합 조합원 비상대책위원회’와 ‘건산법 시행령 개정 저지 전문건설업계비상대책위원회’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건설공제조합지부’(건설공제조합 노조)와 갈등을 빚는 양상이다. 비대위는 국토부의 자율권 침해를, 노조는 운영위원회의 월권을 핵심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현재 국토부는 분위기가 묘하게 감지되자 입법예고가 지난 11일 끝났음에도 추진을 못하고 있다. 입법 추진이 지지부진해지자 건설공제조합 노조는 지난주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개정안 작업을 신속히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조합의 주인은 누구인가. 조합은 조합원인 건설사업자들이 출자해 설립한 조직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산업자본이 소유할 수 없는 금산분리를 기본원칙으로 한다. 즉 주인은 협회원이자 조합원이지만 아니기도 하다. 말장난일 수도 있으나 이는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를 보면 해석할 수 있다.

권위를 소유하고 있느냐, 아니면 권위로 존재하느냐로 기준이 갈린다는 것이다. 프롬의 해석대로라면 건설단체는 방만한 경영을 잡기 위해 조합을 권위로서 소유하려는 것이고, 조합은 고신용등급을 획득하는 등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함으로써 소유의 대상이 아닌 조합 자체의 권위적 존재로서 의미를 두려는 것이다.

꽃을 예로 들어본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꽃을 소유하고 싶기도 존재의 의미로도 두기 위해 꽃을 뿌리째 캐내어 생명이 보존되도록 이식했다. 결과적으론 꽃은 자생의 원칙을 두고 있으니 존재의 독립성을 의미한다. 이렇듯 정부는 오로지 공제조합의 경영방향이 어떻게 해야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