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코로나19속 소음갈등 확대되는데 환경부는 뒷짐?
[긴급진단]코로나19속 소음갈등 확대되는데 환경부는 뒷짐?
  • 선병규 기자
  • 승인 2021.01.2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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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내 ‘소음진동 전담부서’ 설치요구 빗발
-환경분쟁 중 85%차지…부처 담당인원 겨우 3명, 종합컨트롤 타워 부재
-한정애 환경부장관 취임후 풀어야 할 선순위 과제
-코로나19로 실내층간소음문제 급증…국민 눈높이정책 마련 시급
-“소음분쟁 문제해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수립해야”

[국토일보 선병규 기자]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층간소음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급증하고 있는 분위기다.

1년 여 동안 지속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사회활동을 상당부분 제약하는 결과를 불러왔고, 국민들 대부분이 집안에 거주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음관리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바뀌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 내에 소음정책과 문제 해결을 담당할 전담부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올들어 연예인 등 방송인들의 층간소음 유발로 이웃 주민의 층간소음 민원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층간소음 갈등이 커지며 이웃 간 폭행이 벌어지고 심지어는 살인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환경분쟁 민원의 약 85%가 공사장, 주택가, 도로 등의 소음진동이 차지할 정도로 이웃 간 소음 문제는 사회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정책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중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조사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2015년 1만9,278건, 2019년 2만6,257건에서 2020년 4만5,250건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또 공사장 소음민원 역시 2015년 7만7,179건, 2018년 10만3,169건, 2019년 10만7,794건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소음은 ‘원치않는 소리(Unwanted Sound)’로 정의되는데, 일정 시간과 수준을 초과하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은 물론 육체건강을 파괴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몇 년전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과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소음과 불임 간 상관관계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야간소음에 노출된 사람들의 불임률이 높았다.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 미래가 불투명한 이 시기에 소음문제도 출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우려된다.

또한, 소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유도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

코르티솔 분비가 늘어나면 심장박동, 혈압, 혈당 등을 높이는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고, 이러한 상태가 수면 중에도 지속되면 신체부담이 가중돼 협심증, 동맥경화 등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2015년 유럽 환경청에서 “소음노출로 인한 심장문제로 매년 최소 1만 명이 조기 사망한다”고 발표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주거 생활환경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서 현 정부는 소음진동 문제해결과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지금부터 보다 적극적인 소음진동 관리정책 확대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국내 소음진동 관리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은 겨우 3명 이내로 현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환경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과거 1997년까지 환경부 대기보전국 내에 소음진동과 부서가 있었지만, 이후 생활공해과, 생활환경과로 개편되면서 소음진동 관련 정책업무는 대폭 축소되고 빛공해, 라돈, 실내공기질, 환경유해인자관리 등이 더해져 백화점식 업무로 구성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음·진동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현 환경부 생활환경과는 과장을 포함해 10명(소음·진동업무 3명) 남짓의 인원이 광범위한 업무를 맡고 있어, 소음진동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은 생각도 못할 형편인 것이다.

 (사)한국소음진동공학회 박영민 회장(KEI 선임연구위원)은 “환경분쟁 10건 중 9건이 소음진동인데 환경부에 소음진동 관련 정책과 법규를 담당할 전담부서가 없다는 사실은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적 오염원 특성 상 장·단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펼치려면 과(課)가 아닌 국(局)으로 오히려 확대개편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사장 소음 노출로 인한 인근 주택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게 관련 정책을 보완 및 강화하라고 권고한 사례가 있다.

이는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을 국민권익위원회가 대신해주고 있는 꼴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환경부 내 국가 소음진동문제를 진단하고,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에서 비롯된 단면임을 엿볼 수 있다.

만약 환경부에 소음진동 전담부서가 있었다면, 관련 환경민원을 종합해 환경부가 총괄적으로 정책을 마련해 유관 부처나 기관, 지자체에 하달해 소음진동 노출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 하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또한, 국토부의 ‘주택법’과 환경부의 ‘소음·진동관리법’간의 상충으로 인해 ‘주택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준공한 아파트라도 준공 후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법적기준을 초과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고, 이에 따라 사회적 분쟁의 단초가 되고 있기도 하다.

(사)한국소음진동기술사회 허 민 회장은 “국가의 소음진동관리정책은 수질, 대기, 폐기물 분야와 비교한다면 현저한 방치상태에 놓여 있는 실정”이라며 “층간소음 저감과 관리, 측정과 기술개발 유도, 소음진동 건강영향 조사‧평가체계 등 관리목표와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독립적인 예산과 체계적인 조직을 갖춰 환경부내에 소음진동과로 재 설치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소음진동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에 소음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음진동 저감기술개발, 24시간 실시간 측정을 통한 정보공개, 관련 전문가 및 인재 육성 등 새로 만들어야 할 정책들이 산적해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엄두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나아가 대학에도 소음진동을 다루는 전문학과가 희소해 머지않아 소음진동 분야 인재도 바닥날 지경이다.

 이제 일상생활 속 소음 문제는 이웃 간 배려와 소통과 함께 사회적 합의와 국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정책현안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전문인력도 없고 관련 예산도 부족한 소극적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소음진동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대적 흐름이 변한만큼 환경부가 이제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소음진동 정책을 총괄 담당하는 전문부서 설립에 서둘러야 한다”는 전문가와 국민들의 주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즉, 새로운 환경부 수장이 될 한정애 장관 후보자가 국민을 위해 팔걷고 풀어야 할 선순위 과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