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대통령의 뒤늦은 문제인식
[기자리뷰] 대통령의 뒤늦은 문제인식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1.01.1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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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끝자락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 비로소 주택공급 확대를 언급했다. 최근 신년사를 통해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공급방안”을 말한 것이다.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대통령의 문제인식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그간의 행보에 비춰볼 때 말에 담긴 속내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공급방안”에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살만한 집을 공급하는 ‘정공법’은 더딘 방법이다. 때문에 속도를 언급한 대통령이 해법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지 않는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작금, 서울의 주택시장은 기형이 되어가고 있다. 정상적으로 접근할 수 없게 됐다. 40대 서민들은 청약에 목숨 걸고,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단 한 가구 나오는 추첨에 목맨다. 이도저도 아닌 30대가 영끌 매수에 나선 이유다.

전세로 살며, 전세를 끼고 집을 장만한 뒤 입주하는 주거사다리도 무너졌다. 대출이자 없이, 월세부담 없이 해보겠다는 착실한 전략은 파훼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는 규제가 나올수록 값이 오른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모두 주택시장을 기형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7년간 도시정비사업을 규제한 결과이며,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 도시재생사업이라는 패착이 공모한 사태다.

여기에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악법이 전세매물을 거둬들였고, 보유·양도세 부담에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시장이 도래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 주택과 같은 한정된 재화는 가만히 있어도 값이 오른다. 돈의 힘은 신년 벽두부터 코스피를 3000선 위로 밀어 올렸고, 다시 3200을 뚫어내는데 거침이 없었다. 집값이라고 별 수 없다.

이제는 허경영식 마인드로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와 여의도 국회의사당 자리에 수만 가구를 공급하는 파격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낡은 아파트를 개선하는 재건축과 낙후된 지역을 탈바꿈시킬 재개발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文대통령의 임기 내에는 불가능한 일이며, 차선을 크게 이탈한 만큼 이를 돌이키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신년벽두, 대통령의 말은 1년 남지 남은 임기 내에 상황을 개선할 의도였을까? 혹은 집값 폭등과 전세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을 다독거리려는 의도였을까? 어찌되었건 구정 전에 나온다는 공급계획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통령에게 남은 1년여의 시간으로는 기형적인 상황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 거시적인 자세로, 다음 정권까지 염두한 정책을 펼침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