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호소 묵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
건설업계 호소 묵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1.01.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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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조치 의무 어길시 1년이상 징역·10억이하 벌금
건설업계 “하한형 처벌 및 면책조항만큼 반드시 수정” 주장
처벌정책 효과 없어… 향후 산재예방정책 중심으로 전환돼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관련 경제계 입장 발표 현장(왼쪽 5번째부터 손경식 경총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관련 경제계 입장 발표 현장(왼쪽 5번째부터 손경식 경총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 등을 가중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지난 7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오늘(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는 “상식과 거리가 먼 법안이고, 오직 한쪽 편 주장만 들어주는 질주에 가까운 입법이다”며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앞으로 안전조치 의무를 어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며 법인이나 기관은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경영책임자 범위는 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로 정해졌다. 경영책임자 의무는 ‘안전·보건조치’이고 건설공사 등을 발주한 경우에는 발주처에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있을 경우 경영진은 손해액의 최대 5배 이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됐다. 건설업의 경우 50억원 미만 공사장은 3년 뒤부터 법을 적용받는다.

앞서 건설단체인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0개 경제단체와 기자회견을 열고 제정을 제고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특히 이 법이 제정될 경우 최대 피해자가 될 업계가 건설업계임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요구사항이 받아지지 않아 울분을 삼키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하한형(1년이상 징역)은 반드시 상한형 방식으로 고쳐야 하고, 사고에방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면책하는 조항을 둬야 한다”고 이 두 가지는 최소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건설업계는 업체마다 적게는 수 십 개에서 많게 수 백 개의 건설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법안대로라면 건설 사업주는 개별현장을 일일이 모두 관리하며 사고발생을 막아야 한다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기업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 기업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그야말로 기업의 운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초래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국내는 해외 선진국에 비해서도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수준이 상당히 높은 실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7년이하 징역인데 반해, 독일은 1년이하 징역, 영국은 2년이하 금고, 미국·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 수준이라는 것이다.

선진적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다는 EU의 경우 중대재해 예방정책을 처벌위주가 아닌 경제적 인센티브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안전교육 및 안전관리시스템 비용, 연구개발비 등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독일은 연간 근로자당 최대 500유로까지 안전비용에 대한 세금혜택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국내 건설업계 역시 처벌보다 산재예방정책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사전예방의 한축인 안전점검·감독 기능 강화를 위해 전문요원의 양성과 교육기관 육성 등 범국가적 안전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수차례 제안했다.

또 시공단계에 집중된 책임·처벌에서 탈피해 시공인전 단계부터 안전관리 조직을 체계화하고, 공사 참여주체들의 의무화 책임 분담을 통한 협력적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제시한 바 있다.

건설업계는 “그간 안전사고를 줄이기위 해 지속 처벌위주 정책을 펼쳤으나 재해발생은 크게 줄지 않았다”며 “사후처벌보다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