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 진 (주)GS풍력발전 상무이사
[인터뷰] 위 진 (주)GS풍력발전 상무이사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0.12.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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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 트랙레코트 확대해야 산업 발전 가능하다"
한전 발전 생산 시장 진출은 '공정경쟁 시장'과 배치
풍력 R&D 예산, 중소 소재기업 '개발 비용' 지원에 사용돼야
위 진 (주)GS풍력발전 상무이사.
위 진 (주)GS풍력발전 상무이사.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올해 하반기 풍력업계의 최대 이슈는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 허가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 발의다. 7월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을 두고 재생에너지업계, 특히 풍력업계는 최근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통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직 개정안은 상정되지 않았지만 한전은 부사장 직속으로 '해상풍력사업단'을 발족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진행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전은 민간발전사들이 건설하기 어려운 400MW 이상 대형 풍력발전 위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풍력업계 관계자들은 한전의 발전사업 참여는 '심판이 운동장에 들어와 선수로 뛰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23일 역삼동 GS타워에서 위 진 (주)GS풍력발전 상무이사를 만난 업계의 현황과 어려움을 들었다.

(주)GS풍력발전이 2,700억원을 투입해 경북 영양읍 무창리 일원에 건설된 'GS풍력발전단지'는 3.3MW 풍력발전기 18기와 3.45MW 풍력발전기 7기로 구성됐다. 2016년 1단지 준공, 2018년 2단지 종합 준공을 완료한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설비용량 83.6MW의 대규모 풍력단지로, 연간 180GWh의 전력생산을 담당한다.

인터뷰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수칙을 준수해 진행했다.

-정부가 풍력보급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둑 터지기 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관련 제도나 기술력이 조금 더 구비된다면 급속히 성장할 수 있다. 다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데 아직 미흡한 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풍력발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재생에너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풍력산업이 대기업 위주라는 평도 있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 풍력은 기본적으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 중심이다. 재생에너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풍력단지는 최소 40MW급에 달한다. 투자비만 1000억원에 이른다. 은행에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자금을 융통해도 신용도가 있는 대기업 위주로 대부분 진행된다. 외국에 작은 협동조합식으로 진행하는 방식도 있지만 전체 5%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풍력은 20년 이상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이것을 중소기업이나 협동조합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도 리스크가 크다. 실제 사업을 진행해보지 않은 외부에서 판단해, 대기업들만이 이익을 본다는 생각은 편협한 논리다. 중소기업들이 비용을 감당하며 진입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상생의 방안이 없을까.

▲정부의 R&D 지원 예산이 필요한 곳에 사용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기에 사용되는 부품들이 이미 모두 생산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발전기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회사들도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제품을 생산해도 사용하기 어려운 산업구조라는 것이다. 국내기업이 부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초기비용을 정부가 R&D 비용으로 지원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과 연구개발을 함께 한다. 신차에 사용되는 부품을 이 기업들의 제품을 사용한다. 풍력산업도 이 지점에서 소재 제조사들의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또, 트랙레코드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제조사들이 대량으로 값싸게 생산할 수 있다. 풍력은 1차적으로 국산제품이 쓰일 수 있는 발전소가 적다. 국내 제조사들은 소량으로 비싸게 생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업하는 기업들이 저가의 중국 제품을 사용하고 이것으로 악순환이 생긴다.

-해외 풍력시장은 어떤가.

▲해외 풍력시장은 이미 발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구조를 넘어섰다. 발전기를 공급하고 '롱텀서비스시스템'처럼 유지관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국내 시장도 장기적으로 이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시장(풍력발전소 건설)을 만들고, 부품 관련 연구개발을 지원해 관련 산업 생태계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는 '원스톱샵' 제도가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까.

▲'원스톱샵'은 정확히는 건설 시공과는 별개의 문제다. 원스톱샵 제도는 풍력사업을 하기 위해 설계와 토지의 사용을 허가받기 위한 과정까지에 여러 기관으로 분산된 과정(인허가 등)을 한 번에 처리해 사업 진행이 편이성을 높이자는 제도다. 일단은 이 부분이 가장 시급하니까 업계에서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풍력발전을 짓는 것이 원전 건설보다 어렵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전의 해상풍력시장 진출도 이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인데.

▲한전이 사업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송배전망을 '독점'하는 한전이 사업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유통망을 독점하는 기업이 생산도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예를 들어 A 대형마트에서만 물건을 살 수 있는데(공급망 독점) 여기서 생산까지 하겠다고 하면 다른 생산업체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되겠는가.

-그렇다면 풍력발전 시장(재생에너지 시장 포함)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국내 전력시장은 구조부터 잘못됐다. 한전은 상장된 회사다. 수익을 내야한다. '한전이 수익이 안 나는 대규모사업에 투자를 한다?' 난센스다. 한전은 송배전선로 건설을 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 한전 경영진은 잘못하면(수익을 내지 못하면) 주주들에게 고발된다. 재생에너지 송배전 계통 확대가 부진한 이유다. 송배전망은 고속도로와 마찬가지로 기간 인프라 사업이다. 미래 장기적인 투자 개념으로 예산을 투입해 확대해야한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연결 계통 방식을 도입해야한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240만개다. 발전소를 한 곳에서 컨트롤할 수 없다. 책임과 권한을 나눠야한다.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기 위해서는 구조를 분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전에게 독점적인 권한을 주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분산전원을 늘린다는 정부 정책은 방향이 잘못됐다.

첨언하자면 풍력타워를 건설하기 위해 블레이드를 수송하는 것은 국내 도로법상 불법이다. 관련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도로 파손, 도로 안전 등 단편적인 상황만을 고려한 것이다. 기업들이 풍력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과태료를 내고 진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규정의 세밀화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반대하는 입장이 아직도 존재한다.

▲1년에 우리나라가 에너지를 수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110조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면 이 자금을 다른 산업에 사용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국가가 부유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위진 (주)GS풍력발전 상무이사.
위진 (주)GS풍력발전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