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주경 회장 "건설안전, '안전설계' 의무화로 선제적 예방해야"
[인터뷰] 박주경 회장 "건설안전, '안전설계' 의무화로 선제적 예방해야"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0.11.23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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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 박주경 회장에게 '건설안전'을 듣는다
시설물안전진단협회, 건진법 상 건설안전점검기관이기도 해
과도한 책임부과 아닌 안전관리 실효성 시급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 등 실효적 정책지원 앞장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 박주경 회장.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 박주경 회장.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이 지난 19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상정됐다. 현재 이 법안을 두고 건설업계에선 과도한 책임부과만 있을 뿐, 안전관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생 건설과 시설안전을 책임져 온 박주경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 회장에게 건설안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박주경 회장은 토목기술자로서 40여년간 종사해 왔다. 그중 건설회사 근무 16년 동안 건설안전기사, 건설안전기술사 자격으로 고속도로와 댐, 지하철 등에서 안전관리자와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소임을 다한 바 있다. 또 성수대교 붕괴 후 도입된 전면책임감리제도 하에서 서울지하철7호선 2단계 구간의 책임감리원으로 임했고 1998년부터 시설물안전에 종사한 그는 평생을 건설과 시설안전분야를 개척한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 협회는 시설물의 안전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설안전 분야도 다루는지요.
▲ 협회를 구성하는 ‘안전진단전문기관’은 ‘시설물안전법’에 의한 점검과 진단업무뿐만 아니라 ‘건설기술진흥법’상의 ‘건설안전점검기관’입니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에 자격과 경험이 풍부한 기술자에 의해 안전점검이 이뤄지고 있으며, 현장의 체계적인 안전관리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건설안전과 관련해 현재 가장 큰 이슈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요.
▲ 대통령께서도 최근 건설현장의 사망재해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지시했지만 역시 이슈는 ‘건설안전 특별법’ 제정인 것 같습니다. 현재 안전사고 발생시 ‘산업안전보건법’에 사업주 처벌조항이 있는데 징벌적 손해배상과 영업정지, 사업주와 발주자의 형사처벌을 묻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건설안전특별법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 성수대교 재가설 공사의 영국인 감리단장 마이클 킹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설계-시공-유지관리의 단계에서 설계를 완벽하게 하면 시공과정에서 사고는 일어나지 않고 설계가 부실해도 시공이 완벽하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시공이 부실해도 유지관리가 완벽하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습니다. 안전사고 예방을 매 단계마다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특히 설계단계에서 ‘안전설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안전설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면.
▲ 설계하는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건진법’상에 시공단계에서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설계안전성 평가(Design For Safety)’ 제도가 있는데 설계사들이 이를 허술하게 합니다.

그리고 안전관리비의 주변건축물 등 피해방지대책비용에 계측기 설치, 분석, 유지관리 비용을 반영하게 돼 있지만 설계에 반영해도 계측업체에 50%이하의 저가로 계약토록 함으로써 도로 침몰사고 등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런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제안을 하나 드린다면 ‘안전설계 의무 도입'니다. 가스관로가 매설돼 있는 일정규모이상의 굴착공사에서는 ‘가스영향평가’를 공사 착공 전에 실시해 가스관의 매설 상태별로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가스기술자가 공사 중에 입회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제도인데, 이렇게 관리하면 사고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건설공사 현장의 안전관리도 이같은 방식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공법 비교 등 형식적으로 하고 있는 ‘설계안전성 검토’ 제도를 보완해 설계 단계에서 ‘안전설계’가 의무화 돼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수백 명이 배출돼 있는 건설안전기술사의 ‘안전설계’ 활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사고는 그 유명한 1:29:300의 ‘하인리히(W.Heinrich)법칙’이 있습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이지요. 즉 한 번의 중대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300번의 부상을 당할 뻔한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아울러 안전사고의 원인은 안전난간의 미설치 등 사업주 책임의 불안전한 상태에도 기인하지만 절대적(80% 정도)으로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한 사고가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에 한국도로공사에서 근로자의 과실에 의한 사고에 대해 적절한 패널티(책임)를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사업주의 책임과 함께 근로자의 이력을 관리하고 책임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서울시와 안전MP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안전MP의 중요성은 무엇인지요.
▲ 안전MP(Master Planner)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건설공사 안전관리 업무수행 지침’상의 ‘설계안전성검토(Design For Safety)’ 시행여부, 안전관리비 적정성과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건설공사 표준 안전작성지침’등에 기초한 안전관리를 우리 협회에 소속된 유자격, 유경험 전문가가 기획-설계-공사-준공 단계별로 세부적으로 검토, 자문하는 제도입니다. 저희 협회와 서울시가 맺은 ‘공공건설 안전MP 업무협약’은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과 저감, 안전관리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협회는 앞으로 건설안전을 위해 어떠한 목표를 세우는지요.
▲ 정책 지원에 앞장설 것입니다. 현재까지 건설공사 안전관리는 근로자 안전에만 치우쳐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 구리시 도로침하 사고, 건물철거 중 붕괴사고 등 최근의 사고에서 보듯이 그 유형이 제3자 피해등 복잡화, 다양화 하고 있습니다. 협회는 이러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주무부처와 협의해 건설공사 정기안전점검 실시에 따른 제도개선과, 타워크레인 전도사고 예방과 점검 방안 등 실효성 있는 정책지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4차산업 혁명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한다면요.
▲ 국가의 건설안전정책도 규제(Enforcement)도 좋지만 ‘스마트 건설안전’과 ‘안전산업 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입니다. 복합공정과 동시 작업에 따른 작업 Sector(구역)별 디테일한 안전작업 지침이 근로자에게 주어지고 안전 장비와 시설이 사전에 비치돼야 할 것입니다.

안전용 가설재의 경량화는 물론 3차원 드론, 안전 로봇, 가스·화재 자동탐지기와 이동식 소화설비의 개발, ICT와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한 기술 등이 건설안전을 지켜줄 것입니다.

우리 협회는 이를 위해 약 1,000여명의 전문기술사, 100여명의 건설안전기술사의 인력POOL을 갖추고 있으며 설계-시공-유지관리 과정에서 MP제도의 확대와 제도, 기술발전에 노력 할 것입니다. 또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소규모 건축공사를 포함한 모든 공사의 설계시에는 ‘안전설계’ 의무화제도의 도입을 적극 추진 할 것입니다.

 

-끝으로 남기실 메시지가 있다면.
▲ 저는 매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일인 6월 29일과 성수대교 붕괴사고일인 10월 21일에 위령비를 찾아 비문에 새겨진 대로 ‘부실했던 양심’으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것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고 그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다짐을 합니다.

제도를 만들어 사후에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세밀하게 대책을 세워 실천해 ‘부실했던 양심’으로 인한 사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