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집단소송제 확대' 건설중소기업 줄도산 도화선 되나
[기획] '집단소송제 확대' 건설중소기업 줄도산 도화선 되나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0.11.16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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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법 제정안 및 상법개정안 입법 예고
건단련,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안 재고 건의 나서
과징금·형벌·징벌적 손해배상 등 삼중처벌 가능… 이중처벌금지 등과도 어긋나
건설산업, 강력 처벌수단 이미 구축 '이중고·삼중고' 우려… 부작용 커
건설업계 "규제완화 장려 중… 이 제도는 무한경쟁 퇴보 초래 '부적절'"
건설회관 야간 전경.
건설회관 야간 전경.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최근 중소기업계가 ‘집단소송제 확대’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 법무부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집단소송법이 제정될 경우 자금 여력이 없고 법적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도산할 수 있다”며 “집단소송제는 개별법에 선별 도입하고 소송허가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집단소송제도의 소비자 피해 구제효과가 크지 않고 기업의 법적 대응 비용이 증가하면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건설업계에서도 이를 두고 문제 제기에 나섰다.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도입이 건설업계 역시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김상수)는 최근 법안을 제고할 것을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국회에 건의한 바 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50인 이상의 모든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일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전체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전분야로 도입하겠다는 게 정부 개정안이다. 또 상인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특례는 상인이 상행위로 고의나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상인은 손해의 5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부담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업은 건설만의 특성상 계약단계부터 준공 이후 사후관리까지 사업 생애주기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고 있다. 소송 남발 시 업계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단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현재 세계 각국은 과감한 투자와 세제감면, 규제완화로 리쇼어링을 장려하고 있다”며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제도의 신설은 무한경쟁에서 퇴보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체질을 강화해 고용과 임금 유지에 전력해야 하는 시기에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시기상으로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건단련이 제기한 ‘집단소송법 제정안 및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 법제도 신설, 무한경쟁 퇴보
건단련은 당사자의 위임 없는 집단소송은 현행 민사소송법상 처분권주의나 기판력 체계와 충돌하며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 법원이 판결하고 그 기판력이 소송당사자, 승계인이 아닌 구성원 전부에게 미친다는 것이다.

제외신청을 하지 못한 경우 대표당사자가 패소하면 소송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까지 판결의 효력을 받아 더 이상 다투지 못하게도 된다.

또 공동주택 관련 남소와 기획소송 제기에 따른 비용이 증가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공동주택의 하자 다툼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손해배상 등을 목적으로 전문브로커를 통한 기획소송 증가가 불가피해진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피소 사실만으로도 매출이 급감하고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는 등 승소여부 관계없이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경영상 피해가 발생한다. 또 신기술·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소극적이 되고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 산업 투자에 쓰일 자본이 소송 방어비용으로 낭비하게 된다.

특히 집단소송제는 소송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조차도 심각한 부작용으로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미국은 SNS를 통한 기획소송의 남발로 사회적 비용의 낭비 문제와 실질적 수혜자가 피해자가 아닌 변호사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일례로 맥도날드 햄버거는 광고보다 열량이 높고, 스타벅스는 얼음이 많고 커피가 적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을 당했다. 승소했지만 브랜드가치 하락 등 과다비용이 소요된 바 있다.

일본과 프랑스는 소비자단체가 소를 제기한 뒤 승소하면 참가신고를 통해 참여하는 단계적 집합소송제 도입(영국도 참가신고제 인정)으로 남소를 방지하고 있다.

다수 선량한 기업의 법률 비용을 증가시키고 소송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의 도산 가능성도 증대한다.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은 사내 변호사나 법무팀이 없어 소송대상이 될 경우 피해가 막대하며 대기업과의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건설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고 이미 개별 법령에 강력한 행정형벌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전 수행과정에 걸친 소송과 이중처벌로 타 산업에 비해 타격이 심각하다.

특히 이해관계자가 기본적으로 50인 이상인 주택사업과 개발사업에서 집단소송이 집중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ADR, 화해·조정·중재)가 무용화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또 건축물을 구성하는 건축자재·설비 등에 대해서 제조물 책임을 적용받고 있어 하자담보책임과 중복배상 논란도 초래할 수 있다.

공공공사의 경우 하자담보책임 기간 내에는 하자담보책임이 집단소송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으로 전환돼 하자담보책임이 유명무실화되고 피해배상으로 인한 시공사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국가배상법상 ‘영조물책임’ 사건도 소송브로커에 의해 집단소송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시공사가 부당하게 책임을 부담하는 사례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자분쟁 장기화 방지 및 분쟁비용 절감을 위한 국토부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확대 등 주택관련 분쟁 개선 정책과도 배치된다. 현행법상 공동주택은 다수의 개별적 소송 없이 관리주체 등이 대행해 입주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받아 집단소송이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동주택 하자는 발생 단계와 원인제공자의 책임을 불문하고 최종적 책임을 주택사업자가 부담하는 구조로 소비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월등히 보장되고 있다. 당초 목적(계약의 흠결보정, 하자의 보수)은 상실한 채 거액의 소송관련 비용부담과 금전적 보상에만 몰두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입은 실질적 손해 외에 형벌적 성격의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인데 민사소송절차를 통해 부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게 된다. 동일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형벌, 징벌적 손해배상 등 삼중처벌이 가능해져 이중처벌금지와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어긋나게 된다.

실손해 배상 원칙의 민사 손해배상 체계와 배치되고, 제조물책임 법리에 비해 입증책임 강화 등 헌법상 절차적 권리 보호에 미흡해진다.

경제체질을 강화해 고용 및 임금 유지에 전력해야 하는 시기에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新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내세웠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지속되고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불황 장기화 및 한계기업이 증가한 상태다.

세계 각국은 과감한 투자와 세제감면, 규제완화로 리쇼어링을 장려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제도의 신설은 무한경쟁에서 퇴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이 과거 론스타 사태와 같이 선진국 집단소송 전문로펌의 먹거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 도입 시엔 독소조항 수정해야
건단련은 도입이 되더라도 집단소송법안 취지를 고려해 이미 ‘총원의 권리실현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 수단을 개별법으로 갖춘 경우’ 적용배제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법조브로커의 불법영업에 따른 남소 및 반사회적·악의적 불법행위를 사전 스크린하기 위해 하자분쟁조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보완책도 필요하다.

하자소송이 통상적으로 1~7년이 소요되고 고비용이 드는데 비해 하자분쟁조정은 60일 이내에 조정이 이뤄져 조속한 분쟁 해결을 가능케 한다는 예를 들었다. 이는 지난 2015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공동주택 하자 기획소송의 최근 동향 및 대응 방안’ 제시에 따른다.

집단소송법의 독소조항 제거·수정도 요구된다. 헌법의 불소급 원칙을 위반하고 기업 책임을 무한대로 확대시키는 소급조항을 삭제시켜야 한다.

또 소송 대리인에 대해 기간과 대리 소송 건수 제한 등을 통해 남소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요구된다. 영업비밀 유출을 야기할 수 있는 소송 전 증거개시제도와 입증책임전환 규정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론 재판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집단소송 허가 결정이 있는 1심 재판에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는 내용도 삭제하길 건단련은 요구하고 있다. 끝으로 집단소송 허가결정에 대한 불복을 불허해 본안재판에서만 다투도록 해서 무조건 본안소송에 말려들게 만드는 규정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단련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준의 5배 비율보다 다수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수준으로 손해배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과 위법행위별 억제력 수준을 고려한 합리적 배상비율로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