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이후 한국건설을 생각한다
한미FTA 이후 한국건설을 생각한다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2.01.2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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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년 칼럼] 본보 편집국장


미국업체, 최저가제도 시행 등 국내시장 매력 못 느껴
제도 선진화 요구 등 국내기업 신용평가 제고 계기
CM.설계 등 고부가가치 분야는 미국기업 진입할 듯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 FTA가 결국 국회를 통과하고 본격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 동안 긴~ 진통에서 벗어나 정치,경제 사회 전 분야에서 생산적 토론과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온 나라가 한미FTA 정국에서 혼미를 거듭한 지 6개월... 지루한 논쟁 끝에 얻은 결과물이긴 하지만 아직도 시끄럽고

짜증나는 시간이 지속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후 세계경제 흐름에 말 그대로 자유무역호의 배를 탔으니 미칠 영향 등을 세밀히 분석하는 경제진단을 해야 할 때다.

특히 건설산업의 경우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선결돼야 할 것이다.

한국건설에 끼칠 영향은 어디까지이며 得과 失은 무엇인가. 한미 양국의 경제규모를 합산한 수치는 EU, NAFTA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는 만큼 이번 한·미 FTA 협상이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건설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국내 건설시장은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개방돼 미국뿐 아니라 어떠한 외국업체도 국내건설업자로 등록해 국내시장에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적인 개방은 없다. 따라서 국내 건설시장이 개방된 이래로 외국업체가 공사를 직접 시공한 사례가 없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한미 FTA 체결로 인해 국내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한미 FTA 체결로 양국 간 건설산업 부문의 교류가 확대된다면 건설기술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으며 특히 설계, 엔지니어링, 건설사업관리(CM)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 국제교류 증대에 따른 건설용역업의 고부가가치화 등 기술력 제고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 등 건설산업의 선진화가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국내 기술사·건축사 등 전문직의 미국시장 진출이 매우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사와 건축사의 국내자격을 미국자격과 동일하게 인정되도록 논의, 상호인정이 이루어지면 미국시장 진출의 새로운 교두보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미국 건설업체들의 국내 시장 잠식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를 계기로 국내 건설기업들이 선진화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탈피하여 해외시장에서의 수주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신용평가 관점에서도 국내 건설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건설산업과 관련 있는 분야는 조달분과 및 통관분과이다.

우선 FTA의 정부조달 분야는 미국 주정부 및 한국의 지자체와 공기업을 제외한 중앙정부로 한정했으며 둘째, 민자사업(BOT만 해당)을 정부조달 대상에 포함하고 이와 관련된 중소기업 보호조항을 신설하고 건설서비스 양허하한선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했다.

셋째 입찰 및 낙찰 과정에서 미국 내 과거 실적 요구를 금지하고 현행 약 2억원에 달하는 중앙정부 물품 및 서비스 양허하한선을 1억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기술자와 건축사의 양국간 상호인정을 추진키로 한 것이 주요 협상내용이다.

중요한 점은 이번 한미협상이 국내 건설산업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문제다.

한마디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결론이다. 한미협상이 타결됐다고 미국 건설사가 단기간 내에 국내 공공부문 건설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국내 공공부문 건설시장은 3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한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특히 이를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이 추진중에 있고 민간 건축부문의 위축으로 인한 공공 건설부문 수주경쟁 심화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 건설업체들의 참여를 유인할 만한 매력이 거의 없는 상태다.

실제로 미국 도급순위 1위업체인 Bechtel社 등이 과거 국내 일반건설업 면허를 취득했으나 대부분 면허를 반납하거나 말소돼 현재 일반건설업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건설업체는 1개 사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 97년 공공부문 시장이 개방된 이래 미국 건설업체가 공공부문 입찰에 참가한 실적도 전무하다.
물론 국내 건설사들도 단기간 내에 미국시장 진출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보증보험 발급기관 상호인정’이 제외됨에 따라 국내 건설업체들이 미국 정부 조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보험회사로부터 공사이행보증을 발급받아야 하며, 미국 보험회사는 미국 내 시공실적 및 신용상태를 근거로 보증보험을 발급하고 있어 국내 건설업체의 미국 정부조달 시장 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선진업체에 의한 국내 시장 잠식이라는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국내 건설산업 및 건설기업들의 선진화를 위한 계기 마련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미 FTA 체결 이후 정부 입찰제도를 비롯한 국내 건설산업 시스템의 선진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설계.엔지니어링.CM 등 미국 건설사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소프트부문 중심의 사업에 대해 국내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미국 기업이 있을 것으로 예상, 이 분야 국내 기업에게는 긴장이 요구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한미협상은 국내 건설기업의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은 확실하다.

즉 한미 FTA로 인해 국내 입찰시스템 및 건설산업 환경이 선진화 되고 국내 건설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 탈피,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신용평가 관점에서도 장기적으로 국내 건설기업에 대한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한미FTA는 국내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 및 기업선진화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