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5년간 대기업에 '요금혜택 10조원' 몰아줘
한전, 5년간 대기업에 '요금혜택 10조원' 몰아줘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0.10.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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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다소비 50대 기업, 5년간 산업용 계시별요금제로 받은 전기요금 할인 10조원
대기업 경부하 할인요금, 한전 kWh당 20원씩 손해 … 중기·국민만 부담 가중
김성환 의원,"경부하시간대 대기업 과도한 요금할인혜택 조정 필요"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제공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 계시별 요금제의 할인혜택이 대기업에 심각하게 편중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5년간 한전이 50대 전력다소비 기업에게 제공한 요금할인액만 10조원이 넘어, 그 부담은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국회의원(서울 노원 병)은 22일 산업부 종합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공사을 대상으로 산업용전기 할인혜택이 일부 대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돼 돌아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성환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력다소비 50대 기업이 지난 5년간 계시별요금제를 통해 받은 할인혜택은 약 10조 280억원에 달한다. 다소비 50대 기업이 전력을 각 부하시간대별로 균등하게 소비했을 때 부담해야 하는 전기요금과 비교한 분석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력소비 상위 50개 기업은 경부하 시간대에 사용전력을 54%를 집중하며 소비량 대비 적은 요금을 납부했다. 실제로 5년간 50대 기업의 전력 소비량은 23.9%를 차지했지만, 한전에 납부한 요금 비중으로는 21.1%에 불과했다.

그중 상위 10대 기업이 받은 혜택은 50대 기업이 할인받은 액수의 절반이 넘는 5조 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가장 많은 전기요금 혜택을 본 기업은 철강업체인 현대제철로, 5년간 1조 752억원의 계시별 할인혜택을 받았다. 그밖에도 삼성전자가 9,457억원, 공기업인 포스코도 9,482억원의 혜택을 받아 상위 3사가 약 3조원의 산업용 경부하요금 혜택을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환 의원은 "초과수요 대응을 위해 값비싼 첨두발전기를 돌리면서 발전단가가 급등해, 한전은 구입단가에 20원씩 손해보며 산업용 전기를 할인판매하고 있다. 이 부담은 오롯이 최대부하시간에 전기를 사용하는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이 시장의 가격신호를 왜곡하면서 제도의 본래 목적인 수요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년간 산업용 전력소비량이 5.7% 상승하는 동안 50대 기업은 8.7%, 10대 기업은 9.7%의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50대 기업을 제외한 기업들의 전력소비량 증가율은 3.6%에 불과하다. 저렴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대기업들의 전력소비량이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과도하게 누리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가정용 전기보다도 비싼 금액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성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산업용으로 판매된 전기요금 단가는 107.0원/kWh으로 주택용 113.1/kWh에 비해 약 6원 저렴했지만, 이중 50대 기업을 제외하고 단가를 계산했을 때는 114.6원/kWh으로 주택용 단가보다 비싼 전기료가 부과됐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경부하시간대 할인율이 과도하게 설정되면서, 조업시간과 전기사용량 조정이 용이한 대기업에게 유리하게 산업용전기 할인혜택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의원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전기요금 할인을 받기 위해 조업시간을 조정하기 쉽지 않아 할인혜택을 받기 어렵다. 현재 산업용 전기 계시별 요금제는 사실상 대기업 전기요금 할인을 위해 중소기업이 더 많은 전기요금을 부담하게 하는 꼴이다. 한전은 대기업에게만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전은 본래 목적인 수요관리에는 실패하고, 오히려 경부하시간대 전력낭비를 부추기고 있는 현재 산업용 계시별 요금할인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