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반쪽' 감사결과, 분란만 가중되나
월성1호기 '반쪽' 감사결과, 분란만 가중되나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0.10.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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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 '종합적 타당성' 검증 제외
경제성 감사 결과 두고 여야 다른 목소리
산업부, 직원징계 요구에 "감사재심청구 추진 계획"
한수원 월성1호기
한수원 월성1호기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감사원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확실한 결론은 빗겨가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정부의 에너지정책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과는 사뭇 다른 전개라는 것이다.

당초 국회 감사 요구는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과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였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감사 중점 범위를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과 관련한 가동중단 결정 과정의 '경제성' 평가 여부를 위주로 점검했고, 원전의 안전성 및 지역 수용성 등의 문제는 감사 범위에서 제외했다. 정부 정책 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는 감사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감사원 '직무감찰규칙'에 따른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조기폐쇄의 경제성은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고, 한수원 관계자들의 일부 책임은 있지만 '배임'은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감사를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산업부는 "지난해 9월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른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였음에도 월성1호기 즉시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으로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경제성 外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향후 탈원전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산업부가 경제성 분석과정에 관여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췄다'는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당시 산업부의 정책적 판단은 국정과제의 취지, 조기폐쇄 정책 수립 배경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 결정에 관련된 책임자들을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1일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월성1호기의 부당한 폐쇄 과정에서 감사 방해, 직권남용을 비롯해 공용 서류를 손상시킨 관련 책임자들을 모두 형사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월성1호기는 언제 멈추나'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3,700억원이 날아갔고, 지적된대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공직자들이 대량의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폐기한 것도 원전 폐쇄가 원천적으로 문제였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관련자들을 직접 고발조치를 취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고발이 진행돼 수사기관이 수사할 경우 참고할 수 있도록 자료를 송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산업부는 직원들의 징계 여부를 건의한 감사원의 조치에도 동의하지 않을 의사를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감사에서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정을 한 직원들에 대한 적극행정 면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세부 쟁점 사항에 대한 추가 검토를 거쳐 감사 재심청구 여부 등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여당도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전면 동의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국회가 감사를 요청한 지 386일 만에 감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감사 결과는 일부 절차 미흡에 따른 기관경고와 관계자 경징계에 불과했다"며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과 같은 문제는 지적되지 않았고 '경제성 평가 결과의 신뢰성이 저하됐다'는 의견일 뿐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고 명시하지 않았으며, 신뢰성이 저하된 이유 또한 '제도상의 미비점' 때문으로 향후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는 것 뿐"이라고 질책했다.

여야가 감사원의 동일한 감사 결과를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탈원전 정책이 본 궤도에 오를지, 난관에 봉착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