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해외자원개발 후유증, 석유공사도 자본잠식
MB 해외자원개발 후유증, 석유공사도 자본잠식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0.10.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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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이후 해외자원개발 관련 공공기관 누적손실 20조원 달해
김성환 의원, "MB자원개발 후유증, 국민과 現정부가 떠 안아"
김성환 의원.
김성환 의원.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한국석유공사의 올 상반기 순손실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하고  정부가 출자한 10조원도 바닥을 드러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MB정부 당시 외형적 성과를 내기 위해 추진된 석유공사의 대형화 시기('08~'12년)에 이뤄진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잇단 실패로 부채가 급증하자 자구노력을 기울였지만, 올해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자체 개선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의원(서울 노원병)은 20일 한국석유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MB정부때 시작된 자원개발의 후유증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문제를 제기했다.

에너지 공기업들이 제출한 해외자원개발사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올 6월 기준 석유공사를 비롯한 에너지공기업들의 해외사업 누적손실액이 20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의원은 "해외자원개발사업의 공기업의 손실액 규모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감사원 감사결과 확인된 3.4조원의 확정손실액을 시작으로 2018년 13.7조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올해 20조원을 넘어섰다"며 "이로 인한 부담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의원은 석유‧가스‧광물‧석탄공사 및 한전(자회사 포함)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투자사업실적('08~현재)을 분석한 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석유공사 8조 4,316억원(캐나다 하베스트 외 29개 사업) △가스공사 8조 6,714억원(호주GLNG외 20개 사업) △광물공사 2조 4,307억원(멕시코 볼레오 외 11개 사업) △ 한전 및 자회사 5,162억원(호주 바이롱광산 등) 등에서 대규모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성환 의원이 공개한 석유공사의 '2020년 상반기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기순익은 –1조 1,82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해외사업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작한 지난 2015년 이후 최대 규모의 손실이다. 자본총계는 -5,56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로 돌아섰다.

특히 대규모 해외사업 투자를 위해 과도하게 차입을 늘린 탓에 매년 수천억원대의 이자비용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의원은 "석유공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5,714억원인데 이자비용만 지난해 4,745억원에 달했다"며 "한 해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빚 갚는 데 써야 할 처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3월 석유공사가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자본잠식으로 돌아왔다"며 "석유공사가 현 상황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성환 의원은 MB정부 당시 총리실 주관으로 18차례 운영됐던 '에너지자원외교지원협의회' 회의록과 석유공사 자체감사처분요구서 등의 일부 내용을 공개하며, 당시 해외자원개발사업이 범정부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미 알려진 대로 2008년 이후 추진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당시 정부가 공기업 등을 앞세워 이른바 VIP 치적쌓기와 정권 홍보를 위해 무리하게 추진했고, 공기업들이 이에 호응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3일 만에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를 결정하는 등 졸속으로 진행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