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오이밭에서 신발끈 매지 마라
[기자리뷰] 오이밭에서 신발끈 매지 마라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0.10.1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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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공이 말하길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 하여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매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바로 잡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남에게 의심받을 짓은 애초부터 하지 말아야 함을 뜻한다. 그런데도 무언가 행함에 있어 의견을 피력하나 뒷사정을 들춰보면 으레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것이 드러나곤 한다.

최근 국회서 이를 두고 ‘이해충돌방지법’을 잇단 발의 중이다. 특히 박덕흠 무소속 의원의 가족 소유 건설사 공사 수주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박덕흠방지법’ 발의가 주목 받는다.

먼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위공직자와 존·비속 대표인 조직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면 처벌 수위를 높이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박 의원을 언급하며 국회의원, 중앙기관장, 광역·기초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그 친족이 소유한 사업자에 대해 지자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지방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박덕흠 의원 외에도 삼성물산 부당합병 관련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관련 이상직 의원, 부동산 투기 김홍걸 의원을 직접 지목하며 이해충돌방지법 발의에 힘을 보탰다.

‘박덕흠방지법’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다. 그는 상임위원회 소속 위원 등이 취득한 정보 등을 통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이해관계가 얽힌 의원들이 해당 상임위에서 배제토록 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놓았다.

염려되는 건 전문성이다. 21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은 건축공학 전공 강준현 민주당 의원과 국토부 출신 송석준·김희국 국민의힘 의원 정도를 제외하곤 국토교통 분야와 무관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특히 민주당 대부분은 초선의원이며 법·정치외교·행정학 등 사회학 전공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법조계와 관료출신, 보좌관 경력들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은 대부분 시민단체 출신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홈페이지 속 국토위 정의가 무색하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주택과 토지, 건설, 수자원 등 국토분야와 철도, 도로, 항공, 물류 등 교통분야에 관한 의사결정기능을 수행하고 행정부의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나와 있다. 전문성 있는 의원들을 모두 배제하고서 정책을 논한다는 것이 어패가 있어 보이지 않나.

전문성은 필수여야 한다. 건설사들이 공공발주기관 갑질에 고충을 호소할 때 현장 목소리가 얼마나 대변될지, 또 기술적인 측면과 전문성, 그리고 경제성까지 모두 따지고 얼마나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자문을 구한다면 이는 또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종합적 판단을 내리는데 있어 전문성은 상임위원의 필수불가결이어야 한다. 국회 법사위에 판검사, 변호사 출신 없이 법 관련 정책을 논하는 꼴이지 않는가.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드는 것은 옳다. 다만 사전에 차전하겠다고 이해당사자의 상임위 배제를 법으로 규정해버리면 국회의 전문적 견해가 자칫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이해관계자는 특정한 이익이나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사후처리를 통해서 예방이 가능하다. ‘박덕흠방지법’이라는 ‘떼법’보다는 모니터링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올바를 것으로 보인다. 이해당사자들도 오해를 받지 않게 스스로들 오이 밭에선 신발 끈을 매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