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시대
고통의 시대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0.10.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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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가 전세를 없앴다. 투기를 잡겠다며 펼친 과도한 시장개입이 정작 보호해야할 서민의 주거부담을 가중시켰다.” 두고두고 회자될 부동산 임대차시장의 변곡점. 세금부담을 가중시켜 살수도 팔수도 없는 시장을 만들었고,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모양 좋은 악법을 내놓아 시장을 뒤흔들었다.

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에 따르면, 7월 이전까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월세의 1.5~2배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급격이 줄었다. 9월말 기준으로는 월세 매물이 전세를 역전했다.

매물이 잠기자 가격이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가격은 6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상승세는 아파트를 넘어 주택으로 확산되며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롭지만 뼈아픈 지표가 나온다.

반면, 상황을 반전시킬 ‘공급’이 통하지 않는다. 정권 3년차에서야 나온 계획이 엉뚱하게도 3기 신도시 같은 외곽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서울은 민간에 기댄 실정이며, 이마저도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 재건축·재개발에 인센티브를 주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뜬구름 잡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 차라리 신혼부부들에게 100만호를 지어 주자는 허경영식 논리가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정책의 패착은 후폭풍을 야기한다. 입지가 뛰어난 3기 신도시로 인해 2기 신도시의 몰락이 예견되며, 이로 인한 서울의 수요 분산은 미미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의 공급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2022년 대선까지 서울의 아파트 시장은 매매와 전세는 줄어드는 가운데, 월세와 반전세가 늘며 집값은 신고가를 기록하는 ‘서민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상황은 최악이지만, 흐름은 자연스럽다. 삶의 질이 중요해진 현대 사회에서 직장과 가까운 ‘서울에 내 집’은 달성해야할 목표이기 때문이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아야 일과 삶의 균형 ‘워라벨’을 실현할 수 있고, 서울에 살아야 자녀에게 최고의 교육환경을 줄 수 있다.

30대가 영끌해 내 집을 마련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불과 2~3년만 내다보면 알 수 있는 현실을 총명하게 예견하고 결정한 일생일대의 결정이다. 이들의 선택을 패착으로 치부하는 훈수꾼(기관장들)들에게 조소를 보낸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나온 김광규씨는 제때 집을 못산 것을 후회라도 하는데 말이다.

시장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전세라는 주거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전세지원제도가 잘 정비된 대한민국에서, 저금리기조로 전세자금 대출이자가 낮은 상황에서 전세가 없어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한다. 고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