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들 뿔났다…정부의 건축사 자격남발에 강력 대응
건축사들 뿔났다…정부의 건축사 자격남발에 강력 대응
  • 이경옥 기자
  • 승인 2020.09.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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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대책위원회 발족…1인 릴레이 시위 돌입
- 건축사자격시험 1회 시행 및 자격 면허제 환원해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대한건축사협회 석정훈 회장.

[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건축사들이 정부의 자격사 남발에 강력 대응하고 나섰다.

올해부터 건축사 자격시험을 2회로 늘리면서 자격사가 과다 배출될 것을 우려해서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시위에 나섰고, 비상대책위원회도 발족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부터 청와대를 시작으로 국회, 국토부 등으로 이어가며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오는 26일 건축사 2차 시험이 있을 예정이기에, 24일까지 1차적으로 시위를 하고 28일에는 국토부 앞에서 전체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전재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해 장애인이나 임산부를 비롯해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시험을 못 보게 되는 사람들을 배려해 시험을 1회에서 2회로 나누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저희도 그것에 동의는 했지만, 건축사 숫자를 확대한다는 것에는 강력히 반대하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건축사협회가 1963년 설립된 이후, 1965년부터 자격사 시험이 시작돼 55년 동안 2만 3,000여명의 건축사가 배출됐다. 그런데 올해부터 건축사자격시험을 2회로 갑자기 바꾸면서 1차 시험에서 1,306명을 배출했고 2차 시험에서 또 그만큼 나온다면 2,600여명이 된다. 55년 동안 배출한 건축사 수의 10%를 올해 뽑게 되는 셈이다. 대책도 없이 자격사를 많이 뽑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재우 위원장은 “현재 건설경기는 최악이다. 일부 건축사들은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하고 있다. 건축사들이 나와서 업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작년 1년 동안 용역 2조가 나왔지만, 전체 시장의 3%밖에 되지 않는 대형 사무실이 2조의 50%를 가져갔다. 나머지 97%, 2만여명이 되는 건축사들이 1조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건축사가 되려고 5년제를 다니고 경력을 쌓은 후 10년이나 지나 자격을 받는 사람들이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현실이 잘된 정책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협회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건축사가 국민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선별된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면허제를 도입하고, 철저한 시험 관리감독으로 연 시험 1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토부에 적극 건의한다는 입장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건축사가 고도의 전문지식과 도덕성, 소양이 요구되는 전문자격자임에도 성과위주의 미흡한 검증으로 건축사 자격을 남발하게 되면 과당경쟁에 따른 덤핑수주, 저품질의 건축물 양산으로 건축설계의 공공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전문자격시험 연 2회 실시는 타 국가자격시험과 비교해 유례가 없으며, 응시인원에 따른 일정비율 자격자 배출은 건축사 자격의 질 저하는 물론, 건축설계시장의 질서를 문란케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건축물의 안전과 직결된 건축설계·감리 권한을 부여받는 건축사 자격시험을 아무런 대책 없이, 자격을 남발하는 식으로 허술하게 시행한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강조했다.

전문분야의 서비스 개선은 인위적인 인원조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분야의 이해도를 높이고 전문성을 보호하며 육성하려는 국가적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함에도 오히려 정부가 덤핑수주, 자격대여 등 각종 불법에 대한 관리의무는 관리능력의 한계로 손을 놓은 채, 대책 없이 자격을 남발하는 것은 건축시장을 회복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은 물론, 온갖 불법을 부채질 해 각종 안전사고를 유발하게 될 것이며, 결국은 국민에게 피해가 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건축의 미래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건축사자격시험을 1회로 환원하고, 시험의 출제, 채점, 합격자 기준 개선, 건축사 면허제도 부활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건축사 면허제 도입, 대학입학정원 조정 등 건축사 자격 남발에 대한 개선 건의와 협의를 요청했음에도 현실을 무시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부에 대해 다시 한 번 개선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