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강해도 무너지는 벽돌건축물… "3원칙만 지켜라"
보강해도 무너지는 벽돌건축물… "3원칙만 지켜라"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0.09.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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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수직 줄눈·부식불가 재질·통배수구 설치 권고
"벽돌벽 특성 알고 자연현상 이해하면 부실시공 막아"
벽돌벽 직접 뚫는 '천공식 보수'도 부실가능성 있어 非권장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강남 K여고 학교건축물이 몇 해 전 치장벽돌 보강공사를 마쳤음에도 최근 하자가 발생했다. 주먹구구식 보강이 아닌 전문가 조언에 따른 체계적 보수·보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벽돌 전문가들은 특히 ▲내력벽의 수평·수직방향 수축팽창 줄눈 설치 ▲부식 불가 철물 사용 ▲통배수구 및 상부 통기구설치 등 보강 3원칙만 지켜도 벽돌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치장벽돌 보수·보강은 벽돌 구조에 대한 과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해결방안이라기 보단, 신축현장에서 얻은 피상적 지식으로 하자를 해결하려는 게 문제라는 분석이다. 그렇다 보니 보수·보강을 했음에도 신축건물에서 볼 수 있는 똑같은 경우의 하자가 지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벽돌건축물 기술지도자 (주)대도벽돌시스템 원종균 회장은 “벽돌재료가 다른 건축재료에 비해 무거운 편이고, 또 벽돌과 모르타르로 연속 쌓게 되면 면적이 큰 경우 대기 온도 변화에 반응해 여름에 팽창하고 겨울에는 수축하게 된다”는 자연원리를 설명했다.

이에 “이러한 현상은 벽돌에만 있는 것이 아닌 지구상 모든 물체에 해당된다. 벽돌재료 역시 균열방지를 위해 구조적으로 감당할 만한 크기로 잘라둬야 한다”며 “이런 팽창은 한 쪽 만이 아닌 사방으로 발생하므로 벽돌의 형상을 반영한 수직과 수평방향의 수축팽창 줄눈을 두어 균열을 사전에 흡수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부식 불가 철물연결도 하자를 막는 요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벽돌은 기본 수축팽창 외에도 지구중력에 대한 지내력, 풍압과 지진에 대한 지지력 등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철물을 사용하게 된다. 철의 부식은 구조 단면손실로 이어져 건물의 수명을 단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부식속도가 느린 스테인리스를 사용할 것도 추천한다. 외력에 대한 안전성 확보는 외벽 판의 구조적 안정성과 지지 구조체와의 상호 연결성이 중요하다. 외벽면에는 구조계산으로 확인된 구조용 선형 철물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고, 이를 또한 일정한 간격으로 내부 지지체로 연결해 고정해야 한다. 이 때 철물설치는 강구조가 아닌 지진을 대비한 유구조 형태가 돼야 한다.

추가적으로 무리한 벽돌 천공은 권장하지 않는다. 벽돌에 구멍을 뚫어 내벽에 바로 연결하는 방식은 기존 벽돌면에 변형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배수구 설치 불량도 하자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통·배수구 설치 시 배출되지 않은 수분의 결빙으로 인한 균열 발생이나 모서리부위 수축팽창 현상을 고려하지 않으면 부실시공이 된다. 또 통·배수구를 설치하고 이를 줄눈으로 막으면 벽돌에 백화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원 회장은 “벽돌은 1,200도로 구워 여러 점토질 소재가 응집된 단단한 자재이기에 수 백 년을 견딜 수 있다”며 “그럼에도 벽돌의 성격과 사용법, 자연현상과의 조화로운 공존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금이 가고 무너지게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내 최초 벽돌벽 보강시스템이 적용된 국내 최고층 벽돌건축물 이레빌딩(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소재, 前 신동방사옥, 1999년 준공, 23층), 현대 성우 오르시떼(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2002년 준공, 25층)는 현재까지도 철저한 원리원칙에 의해 설계·시공돼 지금까지 어떠한 하자도 발생하지 않아 벽돌건축물의 모범사례로 일컬어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도 소재 이레빌딩 전경(前 신동방 사옥). 사진제공=(주)대도벽돌시스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도 소재 이레빌딩 전경(前 신동방 사옥). 사진제공=(주)대도벽돌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