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다만 재난에서 구하소서
[기자리뷰] 다만 재난에서 구하소서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0.08.22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난 원인을 두고 ‘네 탓 공방전’이 지겹다. 홍수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갑론을박 펼치는 국토부(제방 관리)와 환경부(댐 관리)의 책임 떠넘기는 이제 식상하다.

올해는 기록적 폭우로 인한 홍수피해를 두고 여야가 4대강사업과 산지 태양광을 연관 지으며 원인규명에 힘을 빼고 있다. 또 최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선 관계기관들이 날씨예측 오보와 댐 홍수조절 능력 부실 여부로 신경전까지 펼쳤다. 다시는 국민들이 이런 참사를 겪지 않도록 개선점과 돌파구를 제시해야 할 시점에서 책임 떠넘기기는 눈살만 찌푸리게 한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가 지난주 자연재해 피해 저감을 위한 종합적 재난안전대책을 정부 등에 건의하며 선제적 재해예방에 한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핵심은 SOC예산 투자를 통한 뉴딜의 현실화다. 풍수해 재난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노후시설물을 개선하고 위험지구에 과감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SOC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월동 도심배수 저류터널 등 대형빗물저수지처럼 근본적 풍수재난방지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좋은 예다. 또 토사 유실이 심한 하천에 토사가 하류에 흘러내려가지 못하도록 인공 댐인 ‘사방댐’을 설치해서 산사태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대책도 제시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의 복구비용이 피해액의 최소 2배 이상 소요됨을 직시하며 과감한 선행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을 때는 민자 유치로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난 피해를 상기해본다. 지금까지 50여 일 동안 지속된 초유의 장마와 폭우로 인해 42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8,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자치단체는 열여덟 곳에 이른다.

그럼에도 지난 6월 행정안전부의 ‘2021년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안 확정’ 자료에 따르면 내년 중앙행정기관의 풍수해 예산 요구액은 올해와 동일한 2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땜질식 피해복구가 아닌 5조원 이상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강남역 일대 재침수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를 두고 토목사업 배불리기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권선징악이 아닌 일단 악으로부터 구하는 것에 최우선 목적을 두는 것처럼, 정부와 여야도 책임규명보단 대대적 인프라 개선 투자 등 선제적 재난예방 방안 마련에 몰두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