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發 ‘산사태’ 이제 시작이다”
“태양광 發 ‘산사태’ 이제 시작이다”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0.08.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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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태양광 설치현장 자연훼손 심각
통합당, “경사 강화 권고 무시 산사태 급증… 재난 키워” 주장
전문가, “경사도 15도 의미 無… 산지 난개발 기준 강화해야”
산지 태양광 산사태 현장.
산지 태양광 산사태 현장.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국내 태양광 설치 현장에서 산사태 20건이 발생했다.

이중 산지태양광 산사태 12건의 원인을 두고, 미래통합당과 일부 언론이 정부의 관리 기준 소흘을 문제로 삼고 있어 논란이 팽배하다.

이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산사태 방지를 위해 평균경사도를 10도 이하로 설치할 것’을 권고한 바 있지만, 산업부가 이를 무시해 이번 재난을 키웠고 “이번 산사태는 정부의 태양광 집착이 낳은 인재”라는 지적이다.

이에 산업부는 통계를 제시하며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2018년 12월, 산지전용허가 기준이 강화된 이후에 설치된 산지 태양광에서는 1건의 산사태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됐고 산지 태양광 피해 12건 중, 9건의 사업 허가는 이전 정부, 3건도 경사도 허가기준 변경(25도→15도) 이전 기준에서 산지전용 허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산업부도 산지태양광 등 환경훼손 부작용 우려가 심해지자, 2018년 5월 ‘태양광·풍력 부작용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산림청은 산지태양광 경사도 허가기준을 당초 25도에서 15도로 강화할 것을 요청했고, 이견 없이 경사도 허가기준 15도가 결정됐다.

환경부도 같은해 8월 1일 ‘육상태양광발전사업 환경성 평가 협의 지침’을 제정, 경사도 기준(15도 이하)을 포함해 생태자연도·산사태위험 기준 등을 정했고, 산림청도 12월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시행해, 동일하게 경사도 허가기준을 강화했다.

즉, KEI가 수행한 용역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지침 마련을 위한 것으로, 2018년 8월 31일 완료돼, 용역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말을 듣지 않아 경사도를 15도로 설정해 산사태를 기웠다는 논리는 단순히 시간 순으로 본다면 맞지 않은 주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산업부의 태도다. 정부가 시차나 숫자논리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무마하려고 하자, 재난 지역민과 일부 전문가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한번이라도 발생하면 지역민에게는 생사가 달린 재난을 두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정부부처가 연구원의 권고를 모두 수용할 의무는 없지만, 용역이 완료된 8월 이후와 산림청이 시행령을 개정한 12월 4일 사이에는 ‘좀 더 안전한 제도’를 마련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학계 전문가들은 경사도 제한은 의미 없는 기준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토목공학과 A 교수는 “산업부가 기준으로 제시하는 산지 경사도 15도 이하는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려면 해당 산지의 평균 경사도가 15도 이하가 돼야 가능하다는 기준인데, 이는 산 전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같은 산이라도 시설이 들어서는 곳에 따라 경사도가 다르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좀 더 구체적인 제도 마련의 촉구 목소리도 제기된다.

‘사면안정성 검토’가 각 지가체 인허가 의무사항으로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사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때 토양 종류, 단단함, 마찰각, 안식각 등 토양 성질과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폭우, 태풍 등을 종합 고려해, 구조물의 적정한 규모와 설계를 도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

현재 이 검토를 인허가 의무 사항으로 도입한 지자체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안전성을 담보하는 설계 없이, 경사도 강화 방식만으로 산사태를 대비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면안정성 검토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약 400~5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앞으로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태양광 설치 시 의무화하는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이 이번 장마로 인한 전체 산사태 피해 약 1080건 중 태양광시설로 인한 재난은 12건으로, 1%에 지나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태양광發 산사태’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