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시대
월세시대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0.08.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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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리뷰]

시장에 풀린 거대한 돈이 코스피를 2400선(11일) 위로 밀어 올렸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바닥(1457)을 찍은 뒤 5개월 만에 1000포인트 급등시킨 것이다.

파괴력은 무섭다. 일례로 지난 5월 21일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 양회(兩會)가 열리자마자 대중국 인프라 관련주들을 폭등시켰으며, 7월 14일 발표된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관련종목을 상승시켰다. 최근에는 업계 2위 현대건설기계가 업계 1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두산그룹 경영정상화)를 검토한다는 루머에도 매수세가 몰리는 과열 상황이 연출됐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돈은 거대해졌다. 부동산규제의 풍선효과로 수원 영통과, 의왕의 집값을 폭등시켰고, 6.17대책에서 김포와 파주가 제외되자 순식간에 웃돈 1억원을 붙여줬다. 행정수도 입방아에 폭주한 세종시 아파트값도 10억원 시대를 열어젖혔다.

상황은 예견됐다.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 선진국들이 경기진작을 위해 돈을 풀고 있고, 우리나라도 추경과 재난지원금을 뿌리며 유동성 증가에 기여했기 때문.

이제 돈의 힘이 월세시대 전환을 가속화시킬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세 4년 보장을 골자로 한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등에 업고.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계약을 1회(2년) 연장할 수 있는 제도다. 이로 인해 2년 공짜라는 말이 나왔었다. 그러나 공짜의 장점보다 4년 전세로 인한 전세매물 감소, 매물감소에 기인한 전세가격 상승, 전세의 월세전환 등 부작용이 예고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부작용을 통해 임차인은 비싸진 전세나 월세를 찾기보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패닉바잉(공포 매수)을 겪게 된다. 당장 4년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달콤함보다, 4년 후 돌려받은 보증금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임차인의 패닉바잉은 집값상승을 부추긴다. 시장 전문가들도 계약갱신청구권이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악법이라 평한다.

때늦은 정부는 언제나처럼 뒷북이다. 우려가 목소리가 높아지자 전월세전환율을 제한해 월세부담을 낮추겠다는 엄포를 놨다. 그러나 이것은 말장난이다.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때나 통하는 소리다.

임대인은 4년 계약에 대비한 새 계약을 원하고, 이전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해 갈등이 초래된다. 이 과정에서 없던 다툼이 생겨난다. 매번 규제로 풀어보려는 정부의 어눌함에 진절머리가 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집값상승이 진정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평했다. 집권 3년 만에야 제시한 서울의 주택공급 확대정책이 꽤나 흡족했던 모양이다.

이제 부동산시장은 대변혁의 시대에 들어섰다. 공급과잉 MB정부 때 올 것 같았던 렌탈의 시대가 규제과잉 문정부때 오고 있다. 부동산투기를 막겠다는 문정부의 의도가 과연 이것이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