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침수사고 예방 위해 재난안전 관련 예산 증액해야 한다
[국토일보 현장 25時] 침수사고 예방 위해 재난안전 관련 예산 증액해야 한다
  • 국토일보
  • 승인 2020.08.0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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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지하차도 침수사고로 숨진 유족 일부, 지자체 상대로 본격적인 법적소송 준비 착수
지하차도 펌프용량 산정 기준
, 현행 30년에서 100년 기준으로 상향 필요
재난안전 예산
, 정치인 입맛 따라 복지예산으로 변경이나 감액은 더 이상 안 돼

국지성호우는 돌발적으로 출현해 예보가 어려우며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비가 내리는 시간과 관계없이 총강수량이 많은 것을 호우라고 한다. 단시간에 비가 많이 오는 현상을 폭우 또는 집중호우라고 한다. 그러나 국지성호우는 지형적인 특징과 강우 전선 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특정 지역에만 국한돼 집중적으로 비가 내린다. 일반적으로 홍수나 산사태 등의 재해를 수반하므로 커다란 사회 문제를 야기하곤 한다.

최근 이러한 국지성 집중호우로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가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차도에 갇혀 구조되지 못하고 숨진 3명의 유족 일부는 관리주체인 지자체를 상대로 본격적인 법적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이번 부산에서 발생한 지하차도 침수는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2014년 8월 시간당 최대 130mm 비가 내리면서 침수된 동래구 우창춘로의 지하차도에서 2명이 사망했던 사고가 있었다. 당시 배전반에 물이 잠겨 배수펌프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했다. 당시 지하차도 대부분의 전기시설을 지상으로 올렸고 배수펌프 용량을 증설하는 작업을 했지만, 이번 비로 배수펌프 용량이 부족해 또다시 침수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차도나 하천의 배수펌프 용량을 늘려서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재발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현행 지하차도 펌프용량 산정기준은 ‘30년 기준’이지만, 기상이변이 잦은 지금의 기후에는 맞지 않으므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차도 펌프용량 산정 기준을 현행 30년에서 100년 기준으로 상향시킬 필요성에 대해서 전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는 지하차도 배수펌프 용량의 산정 기준을 상향하게 되면 예산이 부족하다고 이야기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관련 예산이 부족해 사고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 또다시 방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재난안전 관련 예산 증액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재난안전 관련 예산은 항상 표를 쫒는 정치인들의 입맛에 따라 복지예산으로 변경되거나 감액되곤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당장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우선순위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가 사고가 터지면 관련된 기술인들을 문책하고 죄인 대하듯 하였다. 이제는 이러한 구태의연한 악습의 연결고리를 과감하게 끊어내야 할 때이다.

중국 정부는 몇 년 전에 집중호우로 지긋지긋한 침수피해를 예방하고자 ‘스펀지 도시’라는 야심찬 프로젝트 계획을 세워 시행하였다. 스펀지 도시란 도시가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어 홍수 피해를 막아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짧은 시간의 국지성 폭우로 강이 범람하고 물이 도시로 역류하는 악순환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로젝트 사업의 1단계가 종료되는 올해 발생한 집중호우로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 시범도시들은 상대적으로 타 도시에 비해 피해규모가 컸다.

스펀지 도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대적 배수망과 연계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피해가 발생했던 중국의 오래된 도시들은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 사업과 연계하여 배수망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원투입 대비 효과도 적고 티도 안 나는 배수망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지방정부는 가용할 예산이 부족했고 중앙 정부 또한 관심도 적어 눈에 보이지 않는 배수망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이번과 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보여주기식 사업을 하면 또다시 커다란 수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이다.

우리도 중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눈에 보여주기식 사업을 하기 보다는 사고를 완벽하게 예방하겠다는 각오로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까지 연계하여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겠다.

이제는 제발 사고 원인을 천재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고는 인재이다. 다시는 침수사고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는 경우가 없도록 재난관련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