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기반기금, 한수원 '탈원전 비용'에 쓰이나?
전력산업기반기금, 한수원 '탈원전 비용'에 쓰이나?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0.07.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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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자 보전비용 사용' 근거 마련
장관 '인정하는' 사업자 규정-자의 해석 가능성 문제
전기사업법상 기금 조성 목적과 상충한다는 의견도 제기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1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1호기.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용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자 일부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진행이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는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주) 등 탈원전 사업자에 대한 비용 보전 근거를 마련하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등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에너지 정책의 이행과 관련해, 산업부 장관이 인정하는 전기사업자의 비용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해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34조 제8호 신설)

산업부는 지난 2017년 에너지전환로드맵을 통해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관련,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서는 기금 등 여유 재원을 활용해 보전하고 필요시 법령상 근거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월성1호기 조기폐쇄(2018.6.), 천지1·2 및 신규1·2 사업종결(2018.6.) 등 에너지전환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어 사업자에 대한 비용 보전의 법적 근거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 시행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우선 전기사업법 시행령 34조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사용을 1~7호까지 명확하게 쓰임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력산업과 관련한 중요 사업', '안전관리를 위한 사업', '전기의 보편적 공급을 위한 사업', '전력산업기반조성사업 및 전력산업기반조성사업에 대한 기획·관리 및 평가', '전문인력의 양성 및 관리, 시험·평가 및 검사시설의 구축', '해외진출 지원사업', '전력산업 분야 개발기술의 사업화 지원사업' 등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신설된 8호 규정은 '산업부장관이 '인정하는' 전기사업자의 비용보전을 위한 사업'이라고 명시해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더불어 일부에서는 기금 조성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탈원전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꾸려는 꼼수가 보인다고도 지적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사용하는 전기요금에서 징수되는 준조세 성격을 가진다. 전기를 쓰는 국민이면 누구나 부담한다. 전기사용자에게 전기요금의 3.7%에 해당하는 부담금과 RPS(신재생 에너지 의무할당제) 과징금을 통해 재원이 마련된다.

2000년대 초 한국전력이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조성됐다.

전기사업법 49조는 '기금의 사용'에 관해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업자 및 신·재생 에너지 생산 전기의 전력계통 연계조건 개선 사업, 전력수요 관리사업, 전원개발의 촉진사업, 국내의 석탄사업, 액화천연가스 산업 및 집단에너지 사업에 대한 지원사업 등이 명시돼 있지만 '사업자의 비용보전'에 쓰인다는 규정은 없다.

야당 의원들도 입법안을 마련하고 대응했다.

한무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기금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손실보상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즉각 발의했다. 개정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사용처에 전력사업자의 보상비용을 '제외한'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기반조성에 필요한 사업으로 명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 의원은 "정부가 탈원전으로 발생되는 비용을 국민에게 부담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성토했고, 윤상현 의원(무소속)도 "국민이 낸 전기료로 마련한 기금을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손실에 충당하려고 한다"고 페이스북에 의견을 올렸다.

산업부는 "이번 개정안의 사업자 비용보전은 이미 조성돼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지출 한도 내에서 집행되므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전기요금 인상 등 추가적 국민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전기사업법 48조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설치 목적인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도 부합하는 것으로, 법상으로도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른 탈원전 사업자 비용보전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8월 11일까지 의견 청취를 거치고 최종안을 확정한 후 세부내용 고시를 제정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