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황장전 회장 “아파트 근로자 피해 근절 갑질문화 철폐… 재발방지 법·제도 보완 시급하다”
[인터뷰]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황장전 회장 “아파트 근로자 피해 근절 갑질문화 철폐… 재발방지 법·제도 보완 시급하다”
  • 이경옥 기자
  • 승인 2020.06.2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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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격사법 제정 추진 등 전문성 강화로 안전망 구축
= 올 주택관리사 도입 30년… 갑·을 문화 철폐 교육 앞장 
= 정부·국회 등에 관련 대책 마련·제도 개선 등 촉구
황장전 회장.

[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입주민 갑질 피해로 공동주택 종사자들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비일비재합니다.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회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겠습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황장전 회장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경비원 자살사건 등 부당한 갑질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년 전 첫 직선제로 당선된 황 회장이 가장 먼저 화두로 꺼낸 것이 바로 ‘부당한 갑질 근절’이다. 현재 아파트 근로자들의 고용이나 신분을 보장하는 법률이 없어서다. 위탁 계약 관계에서 근로자들은 입주자대표회의 의지에 따라 순식간에 직장을 잃을 수 있고, 이런 구조 탓에 직원들은 입주자대표회의 부당한 요구나 갑질 등을 참고 넘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비극은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 2014년 강남구 모 아파트 경비원 분신자살 사건, 2016년 서초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종놈’ 막말 사건, 2018년 경기도 오산시 아파트 입주 경비원 폭행 사건, 2018년 서대문구 아파트 입주민 70대 경비원 폭행 사망 사건, 2019년 4월 부산 아파트 야구방망이 위협 사건 등이 있다.

2015년부터 2019년 6월 말까지 5년 간 공공임대주택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비원에게 입주민이 가한 폭언과 폭행도 2,996건에 달한다. 민간 아파트 등에서 일어난 경우를 포함시킬 경우, 관련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황 회장은 이 같은 현실에 국회와 국토부의 문을 두드리며 부당한 갑질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촉구해왔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제6항에서 부당한 지시를 금지하고 있지만, 정작 이런 경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벌하거나 제대로 방지할 수 있는 세부적인 규정이 없다.

황 회장은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제1항에 있는 부당간섭 배제 대상을 ‘입주자대표회의(구성원 포함)’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입주자등’도 포함시켜야 한다. 실제로 아파트 현장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회장, 동대표, 감사, 선거관리위원 등) 뿐만 아니라 입주자등(입주자, 사용자)에 의한 갑질 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2018년 윤관석 의원과 세미나를 개최하고, 함진규 의원이 강력한 갑질 방지법 입법 발의를 한 바 있으나 20대 국회에서 안타깝게 통과하지 못해 다시 문을 두드리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차원에서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갑질 피해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 관심과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지난 5월과 이달 각각 발표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 등과 함께 갑질 근절을 위해 토론회 등을 개최했다.

협회 대응TF도 신설했다. 입주민, 근로자 등 아파트 구성원과 지역 사회가 참여하는 서명 운동 전개, 갑질 대응 매뉴얼 작성 및 관리 현장 배포, 갑질 피해 예방 포스터 제작 및 배포, 국회 정책 토론회 진행 등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정부와 국회 등에 각종 대책 마련과 제도 개선 등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다.

“이제 갑·을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주택 종사자들의 안전은 곧 전체 입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되기도 합니다. 사실 관리사무소장이나 경비원 이외에도 전기·설비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시설팀 종사자 등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요. 사람을 귀하게 알고 기술력에 투자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황장전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아파트 종사자들을 위해 안전관리공단 위탁을 받아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일용직인 종사자들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민간의 역할도 최대한 보장하고, 활동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주택 관리 영역의 확대도 강조했다.

황 회장은 “이제 주택은 소유 보다 거주 중심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할 때다. 1기 신도시 등 30년 이상 된 아파트들이 많지만 이 아파트들을 전부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을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시설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주택관리사 제도 도입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협회는 다른 자격사의 경우 자격법을 갖고 있지만 아직 주택관리사는 자격법이 없어 주택관리사법 제정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황 회장은 “공동주택 온정주의도 필요하지만, 절제 있는 자격사가 주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주택관리사들이 책임과 윤리 의무를 다한다면 입주민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관리사무소 책임자의 신분이 안정화된다면 입주민 갑질 피해 사건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1대 국회에서는 공동주택 근로자들의 갑질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주택관리사법 제정안 재입법 발의와 통과의 결실을 맺길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