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간 밥그릇 싸움만 시키는 건설업역 개편
업계 간 밥그릇 싸움만 시키는 건설업역 개편
  • 김광년 기자
  • 승인 2020.06.29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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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김광년 기자] 한국건설 70년사를 반추해 본다.

6.25 전쟁 이후 전후복구로 시작된 건설업이 온갖 격변기를 거치며 반세기 만에 세계 6대 건설강국으로 우뚝 서 있다.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이 글로벌 성공모델 케이스로 인정받는 것은 앞서간 선배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2020년 6월 - 작금 한국건설은 제2 도약 시점에서 방향타가 훼손됐는지 크게 흔들리며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달리고 있음을 200만 건설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40년 찌든 칸막이구조를 타파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를 걸고 출발한 ‘건설생산체계 개편 정책’ 이 이제 2년 반을 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묻고 싶다.

애당초 목표는 좋았는데 그 긴 시간동안 국민세금 다 써 가며 무슨 일을 어떻게, 무엇을 얻었느냐는 질문이다.

‘ 건설산업혁신위원회’ 라는 멋진(?) 조직을 운용하면서 거창한 애드벌룬을 띄운 지 3년이 다가온다.

민간기업이 이렇게 운용했다면 TF팀장은 물론 팀 자체가 해체됐을 것이다.

특별하게 주어진 시대적 난제에 대해 발전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위원회의 역할이며 사명이다.

특히 ‘건설혁신’이라는 매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조직은 정부의 입김이나 특정집단의 입맛대로 정책결정이 좌우돼서는 국가백년대계를 향한 결정적 요소로 위협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른바 전문건설의 전문성이 사라지고 시설물 유지관리업의 특수성이 변질되고 오히려 하도급 구조의 음성화만 조장하는 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에는 포장공사업계가 업역개편안에 문제가 있다며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사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건설생산체계 개편안에 대해 긍정적 반응은 없다. 단 어쩔 수 없는 구조적 환경 아래 울며 겨자먹고 있다는 형국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다.

시설물 유지관리산업계 뿐 아니라 전문건설 18개 업종 중 과반수가 반대 입장이고 일반건설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본보는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개편인가! 이것이 건설혁신이란 말인가!

국가경제의 약 15%를 차지하는 기간산업 건설시장을 혁신하는데 말 그대로 혁신이 돼야 하는 것. 그러나 이것은 혁신이 아니라 혁파다. 즉 반세기 동안 이룩해 놓은 우리의 좋은 것들을 부수고 있는 것이다.

내용이 어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니 구체적 개편내용은 생략한다만 ... 이것은 아니다.

도무지 설득력 없는 건설혁신 방향에 분명 이의를 제기한다.

해외시장에서 우리 같은 생산구조를 가진 국가가 없다고 우리도 없애야 한다는 논리는 도대체 무슨 근거인지 변명이 구차하다.

국토교통부에 묻는다.

“ 진정 한국건설 미래 글로벌 경쟁력과 산업진흥을 위한 차원에서 고민을 해 보았는가?”

국토연구원에 묻는다.

“ 국책연구기관의 사명감과 소신을 담보로 가치있는 연구용역에 충실하고 있는가?”

3년 4개월 전... 2017년 2월 발표한 국토연구원 브리핑 자료를 제시한다.

연구보고서 제목은 ‘ 건설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한 건설업역체계 합리화 방안’이다.

연구의 결론은 “한국건설 시장은 시장구조,기술특성,시장경쟁 등을 종합해 볼 때 전문업종은 실내건축공사업, 시설물유지관리업, 건물설비공사업, 시설물축조공사업,기반조성공사업,조경공사업 등 6개업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주장한다.

이것이야말로 미래를 내다 보고 소신있게 연구한 제대로 된 보고서라고 감히 판단한다.

이 당시에는 아무도 이 연구용역에 관심 없었고 그 누구의 입김도 작용하지 않았을테니까...

그런데 지금 국토연구원은 사뭇 다르다.

두 눈 크게 뜨고 귀와 가슴을 열고 미래를 보자.

본보 편집국장 김광년 / knk@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