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박인석 위원장에게 듣는다
[특별인터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박인석 위원장에게 듣는다
  • 하종숙 기자
  • 승인 2020.06.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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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가치 증진… ‘좋은 건축․열린 도시’ 앞장
中企 육성․일자리 창출 등 건축 혁신 주도한다”

건설업, GDP 15-16% 수준… 국내 건축은 건설업의 70% 차지
건축, 품질 강화․경쟁력 제고 위해 특성 부합한 관리방식 법체계 수립 시급

소규모 건축물 설계부터 경쟁력 높여야 아름다운 도시환경 구축
3기 신도시서 부분 적용… ‘좋은 건축’․‘열린 도시’ 창출 모델 제시

“건축은 양적 확충을 목표로 하던 시대에서 공간의 문화적․사회적 가치를 증진시켜 견실한 업체 육성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좋은 건축과 열린 도시’에 집중, 대한민국 건강한 상식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습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제6기 출범과 함께 사령탑을 맡은 박인석 위원장(명지대학교 건축대학 학장)의 소신에 찬 목소리다.

건설업에서 건축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8.6%. 국내 건축산업의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건설의 시대에서 건축의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데 건설과 건축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좋은 건축으로 견실한 중소기업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열린 도시공간 지속 확대로 소통 강화 등 국민 삶의 질 개선에 역량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국건위 출범 30여일! 현재 6기 중점 추진사업 발굴 등 대한민국 건강한 미래건축을 위해 정주행하고 있는 박 위원장을 만나봤다.

인터뷰=本報 김 광 년 편집국장   

- 제6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본격 가동됐습니다. 중점 추진방향은 어디에 두고 있는지요.

▲ 6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가동, 현재 6기 고유의 과제 발굴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새로운 과제 발굴 및 추진 뿐만아니라 5기 국건위에서 추진한 건축정책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가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건위 핵심 키워드는 ‘좋은 건축’과 ‘열린도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6기에서는 40대 젊은 위원들을 대거 영입해 젊은 사고, 혁신 사고 반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좋은 건축과 열린 도시 공간 창출에 역량을 결집하겠습니다.

- ‘좋은 건축’과 ‘열린도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 현재 건설의 시대에서 ‘건축의 시대’란 말이 회자되고 있는데요, 건설과 건축의 개념을 구분,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업은 국가경쟁력 제고에 일익을 담당해온 기반 산업으로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 15-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20%가 넘었을 때 보다 내려왔으나 여전히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건설산업 비중 중 건축공사는 68.6%로, 건축이 건설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만 보면 토목이 조금 크지만 건축이 전체적으로 주도한다고 봐야합니다. 그만큼 건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입니다. 건축에 이어 토목이 15%, 산업설비 14-5%, 조경이 나머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대규모공사 중심인 토목과 달리 건축은 수많은 소규모 건축물 공사로 이뤄져 있습니다. 때문에 건축은 관리의 방식이 달라야 합니다. 그러나 국내 법 체계는 건설을 하나로 취급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됩니다.

일례로 건설기술진흥법에서 건설공사의 시행절차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각 단계별 절차가 있습니다만 ‘사업비 100억 이상 적용’이 원칙입니다. 건축공사는 100억원 이하가 대부분으로, 건축 특성에 부합한 관리하는 법 체계가 없습니다. 방치돼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지요.

작은 건축물 현장일수록 부실이 따라다닙니다. 이는 관리방식 부재에 의한 것으로 사고가 일어나면 벌 줄 생각만 하는 것에서 비롯된 부산물입니다.

건강한 주체들이 주도할 수 있는 시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국민 삶의 질 제고는 물론 건축의 품격을 높이는 ‘1석 2조’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산업 발전 효과까지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작은 건축물까지 관리 강화해야 시너지 크다는 것이죠.

현재 데이터가 없어 연구용역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만 국건위에서 과제를 선정, 발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골목경제 챙기기는 좋은 일자리까지 챙길 수 있기에 국가 차원의 과제라 생각합니다.

- 이의 실현을 위한 국건위 노력은.

▲ 소규모 공공건축을 타겟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규모 건축은 잘되고 있기에 동네건축, 즉 우체국․주민센터․파출소 등 작은 건축물들이 주요 대상입니다.

그동안 작은 건축물들은 설계를 가격으로 입찰했습니다. 디자인을 가격입찰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요, 품질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작은 건축물 설계부터 신경 쓴다면 아름다운 도시환경 구축을 앞당기게 될 것입니다.

설계공모가 의무화, 지난해 2억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까지 설계공모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설계공모를 통해 실력이 검증된 건축가를 선정하는 것은 설계 기술력 제고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많은 행정력 소요가 문제점으로 지적,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가격입찰의 경우 조달청에 의뢰하면 되나 공모의 경우 심사과정에 따른 행정력을 늘려야 하기에 현실적 어려움으로 지적되는데요, 이의 해소를 위해 점진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무엇보다도 설계의 질을 제고하는데 초점, 좋은 건축을 생산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건강한 건축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보기만 좋은 것이 아닌 생산과정부터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좋은’, ‘건강한’ 건축이 육성되도록 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는 곧 설계품질의 질적 제고 뿐만아니라 중소기업 살리기, 일자리 창출 등과 함께 예산낭비 최소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 ‘좋은 건축’ 의미가 큽니다. ‘열린 도시’ 공간 창출을 위해 어떤 방안이 추진되는지요.

▲ ‘열린 도시’의 중요성은 코로나를 계기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개인 발코니 회복 운동으로 연결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부공간의 필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외부공간을 대용하는 발코니를 만든다면 열린 도시 의미와 부합되는 것이죠. 소통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될 것입니다.

현재 아파트와 학교는 열린 도시와는 거리가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입니다, 학교의 경우 담장으로 막혀있고 아파트 역시 여러 사람이 살고 있으나 느낄 수 없을 뿐만아니라 똑같은 집, 일명 군대막사라는 오명을 떨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발코니 확장, 담장 허물기 등 이같은 정책 추진은 쉽지 않습니다. 발코니는 개인재산과 관련 있어 반발이 심화, 첨예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발코니가 개인에게는 ‘열린 도시’의 시작인 것은 확실합니다. 도시 차원에서는 담장이 사라지는 게 중요하기에 이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기존 도시나 아파트단지에 적용이 어렵습니다. 신도시의 경우는 이의 실현이 가능, 현재 3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부분 적용을 진행 중입니다.

국민 삶의 질 제고는 공공공간의 퀄리티가 좋으면, 좋을수록 높아집니다.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지요.

‘열린공간’이란 개인들이 모인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공조하는 것으로 당장은 부분적으로 실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현재 건축의 현주소, 현안과제는 무엇인지요. 대한민국 미래도시, 미래건축을 위한 제언이 있다면.

▲ 우리만의, 우리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하나하나의 건축물들이 품격있는 생활공간 창출을 위해 좋은 건축으로 생산되는 게 키워드입니다. 개별 건축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좋은 생산과정은 좋은 성과까지 유도합니다. 좋은 설계가 건축물의 품질제고는 물론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유도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 국민 삶의 질 제고까지 시너지가 큽니다.

중소 설계업체 육성 또한 중요한 사안입니다. 설계 잘하는 좋은 설계업체, 시공 잘하는 우수한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건강한 생태계 조성의 근간입니다.

대형 건설사 10개 업체가 해야 할 일을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업체 200-300개사가 할 수 있도록 한다면 견실한 중소기업 육성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시재생도 이같은 맥락인데요, 풀뿌리 업체의 협력과 굿 아이디어가 결합,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시대의 변화를 가속화 할 것입니다.

신도시개발도 이렇게 전환돼야 합니다.

-국내 도시재생사업에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하지 않는데, 외국과 비교하면.

▲ 리뉴얼 도시재개발과 도시재생은 의미가 다릅니다.

재생사업은 1990년대 후반 영국 노동당이 선택한 정책입니다. 이것이 풀뿌리정책인데요, 우리나라가 5-6년 전부터 국가정책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은 풀뿌리가 기반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참여가 필요한 것이지요.

실제 주민참여가 아닌 지역의 기반을 둔 경제조직이 참여하도록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그 지역에서 일하는 사회적 기업이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도시재생으로 만들어진 카페를 생업이 있는 주민이 운영할 수 없죠. 지역에서 참여 가능한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이같은 맥락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풀뿌리 경제 출발선에 서 있는 만큼 이의 확대 실현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설계, 시공 업역 완화 문제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 건축설계업과 건설업 상황 속에서 이야기해야 하는데요, 국내 건축설계산업은 건축을 건설로 인식해 왔기에 국내 설계사무소의 국제경쟁력이 낮습니다. 대형 설계업체 조차도 힘든 상황인데 80-90% 업체가 영세 설계업체이다 보니 상황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대형 건설사들의 설계업 허용은 자칫 중소규모 설계업체의 하도급사 전락이 우려됩니다. 이는 곧 건축산업 경쟁력 강화의 걸림돌로 작용될 것입니다.

중소 규모 설계업체의 건강한 육성이 제일 시급하다 하겠습니다.

- 건축산업계에 보내는 메시지는.

▲ 국내 건축은 엄청난 비전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은 전세계적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입니다. 소규모 정비사업, 재생사업은 지역 기반의 풀뿌리 집약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데요, 이게 바로 건축의 시대입니다.

건설은 대형이 주체라면 건축은 작은 주체들이 힘을 모으는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건설산업 혁신방안 시행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시티, 빅테이터 등은 소규모인 다가구․다세대와는 동떨어진 것입니다. ‘건축산업 혁신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부처별 협력을 강화, 불합리한 건축 제도 개선 등에 집중해 보다 나은 건축산업, 선진화된 건축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범정부 협의체를 통한 공공건축 디자인 질적 상승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3기 신도시에서는 1기, 2기와는 다른 신도시를 만드는 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정리=하종숙 기자 hjs@ikld.kr
사진=한동현 부장 hdh@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