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발주, PQ개선으로 시장 확대해야
엔지니어링 발주, PQ개선으로 시장 확대해야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0.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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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자 행정편의 탈피… 대량 묶음 발주는 소수업체만 참여
코로나 직격탄 강소업체 살리기 일환 제도개선 이뤄져야
학교 정밀점검용역, 내진보강처럼 발주방식 변경 제안
내진성능평가용역, PQ에 유사실적 적용 방침도 고려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건설엔지니어링 발주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PQ)를 완화해서 업체의 참여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우수 중소업체들을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PQ는 추정가격 1억원에서 5억원인 용역에 대해 사전에 엔지니어링 업체의 재무상태와 기술수준, 실적을 심사하는 제도다. 부적격자의 참여를 제한하고 저가발주를 차단하며 발주자의 행정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개별용역 추정가격이 1억에서 5억이 아닌, 여러 용역을 한 번에 묶은 추정가격 1억 이상의 용역에 PQ를 적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수업체의 여러 용역 중복으로 인해 성과품질 저하나 불법하도급 발생이 우려될 수 있다는 것.

최근 수도권 내 학교시설 정밀점검 용역 발주현황 보면 실제로 1개 건물당 1,000만원 용역을 14개에서 31개까지 건축물을 묶어 PQ형식으로 발주한 사례가 있다.

지난 4월 1순위 발표결과 11개 용역 중 2개 업체에서 2개의 용역이 낙찰됐고, 그중 A사가 31개동, B사가 51개동에 낙찰됐다. 비록 유사실적이 부족해 유찰되고 재입찰이 이뤄졌지만 대량 묶음 발주는 소수 업체만 참여하게 된다는 단적인 예를 보여줬다.

학교시설 안전관련 전문가는 “정밀점검용역 발주도 학교 내진성능평가 용역처럼 1개 회사가 용역 기간 내 수행 가능한 수준으로 발주해야 한다”며 “발주 편의성은 살리되 소수 업체만을 위한 용역이 되지 않도록 발주방식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주 공무원은 “올해 처음으로 법적근거에 따라 정밀점검용역을 PQ로 실시하게 됐다”며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실력 있는 업체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발주방식으로 고민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안전진단업계 A사 대표는 “여러 용역을 한 번에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정밀점검용역은 기한 내 수 십 동 수행이 가능한 작업”이라며 “오히려 PQ로 진행하지 않으면 발주자들이 관리하기가 까다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점검용역과 더불어 내진성능평가 역시 PQ개선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국립대 내진성능평가 발주시 일부 업체의 무더기 낙찰에 따른 불법 하도급 및 부실점검 우려 논란을 대표 사례로 들 수 있다.

그나마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에게 발주인식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행정안전부에서는 최근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업무처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주자에게 효율적 발주방식 추진을 권고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발주계획 수립과정 중 참가자격은 책임구조기술사를 보유한 기관이어야 하며, 과업의 연면적 3만㎡ 이하 및 10동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건축구조분야 전문가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오히려 법적 해석차이로 인해 문제만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보다는 PQ 참가자격을 개선해서 실력 있는 업체들이 다수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경쟁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안전품질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진성능평가 업무는 내진설계에 있어 높은 수준의 설계 기술력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인데 정밀안전진단과 동일한 분야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PQ시 내진성능평가를 수행한 내진설계 전문가(건축구조기술사)의 실적을 인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회장 김상식)는 “PQ 세부평가항목에서 유사용역의 민간실적 인정 등을 통해 참여업체를 확대토록 노력하는 중”이라며 “건축구조분야 전문가들이 속한 업체들이 PQ시 기술력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준을 발굴해서 이를 적용토록 제도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공시설물 내진보강은 약 33% 남은 상태다. 올해는 2단계 기본계획이 종료되고, 현재 진행된 내진보강 사업결과를 토대로 ‘3단계(’21~‘25년) 기본계획’이 수립된다. 이에 따른 추후 제도개선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