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전문은 전문이다
[기자리뷰] 전문은 전문이다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0.05.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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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은 2008년 당시 전문화·계열화 정책이 폐지됨에 따라 산업이 완전한 자유경쟁 체제로 전환됐다. 이는 모든 업체에게 기회 균등의 차원에서 공정성을 제고하고, 경쟁과정을 통한 업체의 기술력 향상 도모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자유경쟁 체제로 인해 방위산업은 오히려 계약수주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됐고, 공장가동률 저하 및 인력 유출이 야기되는 사태를 일으켰다. 나아가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인해 기술보다 가격경쟁이 사업수주를 결정하는 요건이 돼버렸다. 자유경쟁 체제 도입이 오히려 승자 없는 싸움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건설산업 역시 방법은 다르나 방위산업과 궤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건설산업 혁신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종합과 전문건설업간 상호실적을 인정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고, 전문건설업의 유사업종을 통합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자유경쟁을 유도하고자 한다. 면허제도보다 주력분야 공시제를 도입해 실력 있는 건설업체를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내세웠다.

그러나 업종 통폐합으로 인해 잉여 기술자들이 실업자로 내몰리고, 기술력보다는 자본금을 앞세운 몸집 큰 업체만의 생존, ‘칸막이 허물기’에 따른 다중투자분산으로 인한 전문성 역행 등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건설업 28개 업종은 세분화돼 있어 무더기로 통합하고 토목건축업과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업무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폐지할 수도 있다니, 혁신에 일관성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추구하는 일자리 정책, 산업 안전강화, 4차산업 기술발전 등을 위해 오히려 전문성을 특화시켜야 할 특정업종이 하향평준화로 이뤄져 방위산업 개편처럼 여러 문제를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럼에도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이면 현 시점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속내가 궁금해진다. 그저 옛것을 타파하고 시대에 맞게 뜯어고친다는 ‘혁신’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하에 골치 아픈 업종을 사장시켜 업계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는 아닐는지.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정부가 현재 구상 중인 건설산업 혁신방안 체계 방향을 살짝 비틀어 볼 필요가 있다. 기술발전과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전문성 특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4차산업 대응사회에서, 건설산업이 그저 기타 산업의 부속품이 되지 않길 바란다면 ‘전문’을 좀 더 ‘전문’답게 키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