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물류창고 화재 분석, "안전사고 예방 위해 반드시 적정 공기 확보돼야"
이천물류창고 화재 분석, "안전사고 예방 위해 반드시 적정 공기 확보돼야"
  • 국토일보
  • 승인 2020.05.0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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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안전 전문기자/ 공학박사/기술사/지도사

저가 낙찰, 비용 절감 위해 공사기간 무리하게 단축하면 사고 발생률↑
안전 고려해 단열작업과 화기사용 작업 동시 병행 공정계획 수립 금지
고정된 준공기한·사업발주 지연·비체계적 발주처 공기산정 방식 개선돼야
공기 부족 인한 각종 문제와 안전사고 예방 위해라도 적정 공기 확보 필수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난 29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관련해 “과거 일어났던 유사한 사고가 대형 참사 형태로 되풀이된 매우 후진적이고 부끄러운 사고”라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지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2008년 냉동창고 화재사고 이후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 화재 안전 대책을 강화해 왔는데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화재사고가 발생한 원인은 당연히 현장에서 안전관리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서 발생했다. 그렇다면 왜 현장에서는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적은 공사비와 촉박한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단열공사와 화기작업이 동반되는 엘리베이터 설치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건설공사의 공사기간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준보다 경험을 바탕으로 하거나 예정된 준공일자에 맞추는 등의 방법으로 산정됐다. 이는 대다수 현장이 공사기간 부족으로 휴일 없이 공사를 강행하거나 동시 병행작업이나 야간작업 등을 통해 준공기한을 맞추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마감 공정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 품질불량이 많았고,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었다. 공기부족으로 인해 건설회사들이 받는 또 다른 부정적 영향은 협력업체와의 갈등 관계뿐만 아니라 공사비와 간접비 증가를 유발하여 법적 소송으로 까지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공기가 부족한 주요원인을 분석해 보면 착수시기와 무관하게 정책적 사업의 고정된 준공기한, 공사비 확보 등의 요인에 따른 사업발주 지연, 체계적이지 못한 발주기관의 공기산정 방식 등을 들 수 있다. 건설회사 들의 경우 경영활동의 유지를 위한 사업수주 때문에 공사기간을 세밀히 검토하기 보다는 공시비의 적정성만을 확인한 후에 해당 사업의 입찰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 또한 공사를 저가에 낙찰 받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다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를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공사기간을 산출할 때는 준비기간, 비작업일수, 작업일수, 정리기간을 포함해 산정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품질·안전강화, 건설 환경 변화와 기후요인 등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준비기간은 도면검토, 하도급업체 선정 등 착수준비에 필요한 기간이다. 비작업일수는 건설현장의 공사 진행이 불가능한 날짜를 말하며, 법정공휴일과 기후여건으로 인해 작업을 할 수 없는 일수를 반영해야 한다.

작업일수는 해당 공사의 공종별 수량을 시공하는데 필요한 총 작업일수로 1일 8시간 주 40시간 산정이 원칙이다. 정리기간은 주요 공정이 마무리된 후 준공 전 행정절차와 청소 등 현장 정리에 소요되는 기간이다.

앞으로 공사기간을 산출할 때는 반드시 이번 화재사고 요인인 단열작업과 화기사용 작업과 같은 위험공정이 동시에 병행되어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순차적으로 작업이 진행되도록 공정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고, 이에 따라 적정한 공사기간을 산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공 중에는 적정한 공기를 준수토록 하기 위해서 시공사가 적정공기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단속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도로에서 최저, 최고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공사현장에서 산정된 적정한 공사기간을 무시하고 너무 빨리 공사를 끝낼 경우에는 시공자를 상대로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적정 공사기간 확보는 건설근로자의 복지향상, 충분한 휴식보장과 적정한 양생(보양)기간 확보로 시설물 시공에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며, 공사기간 부족으로 인해 발생했던 각종 문제와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공기는 건설품질 하락, 안전사고 발생, 기업의 이익 하락 등 건설산업 차원의 피해를 유발하므로 제대로 된 공사비와 필요한 공사기간을 제공하고 제대로 시공하는 건설문화 정착을 위해서 발주자, 시공자, 감리자, 관련 행정기관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