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춘천시, 농어촌공사와 꼼수 수의계약 입찰 의혹
파주시-춘천시, 농어촌공사와 꼼수 수의계약 입찰 의혹
  • 선병규 기자
  • 승인 2020.04.2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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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차례 입찰동안 한번도 응찰안한 농어촌공사와 불쑥 수의계약 맺어
공정/투명한 입찰에 모범 보여야 할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오히려 적폐 양산

[국토일보 선병규 기자]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을 위해 앞장서야 할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서로 결탁해 꼼수 입찰을 추진해 감사원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보통 입찰시 두 번 유찰된 후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국가계약법의 틈을 노려 단독으로 응찰한 협회는 제끼고 응찰하지도 않은 공공기관(한국농어촌공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파주시청(시장 최종환) 상수도과 수도요금팀은 지난 3월 10일 지하수 조사전문기관을 대상으로 ‘파주시 지하수 관리계획 용역/3억원’을 경쟁 입찰을 공고했고, 한국지하수·지열협회가 단독 응찰해 유찰됐다.

이후 파주시는 3월 19일 재입찰을 추진했고, 이 입찰 역시 지하수·지열협회만 참여함으로써 결국 유찰됐다.

2번 유찰에 따라 파주시는 수의계약으로 방식을 바꿨는데, 이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두번이나 입찰에 응찰한 지하수·지열협회가 수의계약 대상자가 아니고 입찰에 응찰한 적도 없는 한국농어촌공사(사장 김인식) 경기지역본부(본부장이승재)가 불쑥 나타나 현재 파주시와 수의계약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에 한 번도 응찰하지 않은 농어촌공사측에 3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파주시청 관계자는 “농어촌공사측과 수의계약을 맺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한번 문제 여부를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파주시에만 그치지 않는다.

강원도 춘천시(시장 이재수)도 똑같은 입찰을 진행했고, 농어촌공사측과 이미 수의계약을 끝마쳤다.

춘천시청 상수도사업소 경영지원팀은 4월 3일 ‘춘천시 지하수 관리계획 재수립용역/3억원’ 경쟁입찰을 냈지만, 지하수·지열협회만 응찰했다.

이어 4월10일 재입찰 공고에서도 지하수·지열협회만 단독 참여해 결국 2번 유찰됐기 때문에 수의계약으로 돌렸다.

춘천시 경우도 입찰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농어촌공사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춘천시 담당자는 “과거 10년전 농어촌공사에서 유사 용역을 수행했고,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수의계약을 농어촌공사와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파주시와 춘천시 입찰 결과를 보면, 농어촌공사측은 입찰이전에 지자체들 로비 통해 수의계약을 결탁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입찰 담함(?)에 한국지하수·지열협회는 놀아난 셈이며, 정신적, 물질적 피해자가 되고야 만 것이다.

충청권 한 지자체 입찰 담당자는 “보통 입찰이 여러번 유찰된 경우에는 입찰에 적극적으로 응찰한 업체를 위주로 수의계약을 진행해왔다"면서 "파주시와 춘천시의 행태는 좀 의아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파주시와 춘천시, 농어촌공사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현 정권의 슬로건에 정면 배치되는 입찰을 자행한 꼴이 됐다.

아울러 공공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는 입찰질서를 교란시켜 지하수 시장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각성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에 빚어진 사태들을 계기로 다른 지자체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지하수 관리계획 수립 입찰 진행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수분야 한 전문가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속에 더욱 모범을 보여야 할 지자체와 농어촌공사가 적폐 입찰을 양산하는 것을 볼 때 씁쓸하기 짝이 없다”면서 “감사원의 전방위적인 감사 진행을 통해 적폐 발본색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