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신용 건설사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 폐지… 종합-전문 '갑론을박'
高신용 건설사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 폐지… 종합-전문 '갑론을박'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0.04.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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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대형건설사 대금 미지급 사례 없어… 보증수수료 부담만 늘리는 규제" 반발
전문 "대금지급 원활치 않아 분쟁 다수… 건산법엔 이미 폐지, 이제야 정상" 환영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에 주어졌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의무 면제가 폐지된다. 또 법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던 하도급대금 직불합의 기한은 30일 이내 지급으로 설정될 예정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을 받는 전문건설업체의 공사대금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개정한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서 의결, 공포 3개월 경과 후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건설업계는 환영의 의사를 나타냈고, 종합건설사들은 강력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어 개정안 취지의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신용등급에 따른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사대금 지급보증 의무 면제사유 중 ‘원사업자가 신용평가에서 공정위가 고시하는 기준 이상의 등급을 받은 경우’를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진 대형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일정수준(회사채 A0 이상 또는 기업어음 A2+) 이상인 경우 지급보증 의무를 면제했지만, 단기간 경영상태가 악화되는 업체도 있고, 대금 미지급 관련 법위반이나 분쟁도 다수 이뤄져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입장이다.

또 ‘건설산업기본법’에선 이미 지난 2014년 ‘회사채 등급이 높은 사업자에 대한 지급 보증 면제 조항’이 폐지돼 양 법령 간의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이번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직불합의 기한설정을 30일 이내에 하도록 법적 내용을 명확히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미 원사업자와도 충분히 의견수렴을 거쳐 도출해낸 결론인 만큼 차질 없이 법 개정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원사업자의 부담을 고려해 3개월 경과 후 시행토록 하고, 시행일 이후부터 체결하는 계약에 시행령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종합과 전문건설업계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종합업계는 신용등급이 우수한 건설사의 대금미지급 사례가 없는데도 이는 업계의 보증수수료 부담만 늘리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2011년 K건설사의 회사채 평가 등급이 A-에서 CCC로 급격하게 떨어진 사건은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이며, 그렇다 하더라도 대금지급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종합건설사 한 관계자는 “이미 전자적 대금시스템이 의무화(하도급지킴이)되고 있어 직불이행을 성실히 이행하는 업체가 공연히 피해를 보게 될 것 같다”며 “오히려 신용등급이 높은 업체를 더 늘리는 방안으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등급이 떨어진 업체들에 대해서만 제재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대형건설사들은 대부분의 공정을 직접 시공할 수 있어 하도급규제가 강력해지는 것이 전문건설업계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문건설업계는 급격한 경영악화로 인한 워크아웃 외에도 대금지급과 관련해 분쟁조정이 다수 발생하는 것 자체가 약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대형건설사의 보증수수료 부담은 영업이익 대비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전문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특별법(하도급법)이 일반법(건산법)보다 하수급인을 두텁게 보호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 것이 이제야 올바르게 바로 잡힌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대금미지급, 계약불이행 등의 분쟁발생 시 수급사업자의 대항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계는 건설산업생산체계 개편으로 업역 칸막이가 허물어지는 등 직접시공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하도급관련 규제가 지속 강화되는 것이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각 건설업계가 돌이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