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시각] 건설하도급의 공정경제 실현방안
[전문기자의 시각] 건설하도급의 공정경제 실현방안
  • 국토일보
  • 승인 2020.03.30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서구 (본보 정책분야 전문기자/하도급선진화연구원 원장)

이서구 (본보 정책분야 전문기자/하도급선진화연구원 원장)

최근에 상담한 불공정하도급 사례이다.

하도급사는 지방의 조경공사 업체이며 약 20년 정도된 회사다. 원도급사는 지방의 유력한 대기업이고, 하도급법을 위반한 내용은 대략 10건 정도였다.

위반내용을 보면, ▲저가하도급계약 결정 강요 ▲일부 건설공사를 납품계약으로 체결 강요 ▲이중계약서 작성 및 허위서류 발주처 제출 ▲직불동의 강요하여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 허위해약 및 직불 불이행 ▲기성금 지급거절 및 미지급 ▲원도급자 업무를 하도급자에게 떠넘겨 비용전가 ▲추가공사비·재공사비 등의 미지급 및 부당감액 ▲원도급자 현장소장의 지속적인 금품요구 및 지급 ▲현장 진입로·운반로가 없어 추가원가 하도급자에 전가 ▲일방적으로 공사타절 및 계약해지 통보 등이다.

가히 불공정하도급 행위의 백화점이다. 원도급자가 하고 싶은 마음대로 이것저것 모두 휘둘러 댄 것이다.

견적서는 아예 무시하고 원도급자의 내정가격으로 요구했으며, 건설공사를 납품계약으로 둔갑시켜 계약을 강요하고, 이중계약서 작성은 기본이고, 하도급대금지급보증서 수수료 절감을 위해 직불을 가장한 해약동의서 날인도 강요했다.

착공 후 6개 월동안 기성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약간의 허점을 근거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이다.

이렇게 계약단계부터 중도타절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이리저리 쥐어짜는데 살아남을 하도급사가 있겠는가.

결국 하도급사는 운영난을 견디지 못해 폐업 중에 있다.

20여 년 동안 쌓아온 생업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4명의 임직원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이러한 건설현장의 불공정행위는 지금도 전국적으로 만연되고 있으며 1건이라도 불공정행위가 없는 현장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많은 조사들의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2019. 11. 7)에 따르면, 하도급대금 부당감액된 중소기업 5곳 중 3곳은 ‘아무런 대응을 못한다’고 답했고, 그 이유는 88.9%가 ‘거래단절이 우려돼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도급사들은 대부분 영세한 업체들이고 직원 수가 적고 업무량이 많다보니 필요한 증빙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도급대금 미지급시 증거가 부족하여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제력이 약해 법적으로 소송할 여력도 없다.

이러저러한 사유로 하도급자의 약점을 잘 아는 원도급자들은 이를 악용해 불법적으로 최대의 이윤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60여 년간 정부가 불법·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어째서 아직도 이렇게 불공정행위가 만연되고 있는가.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첫째는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둘째, 정부의 강력한 의지부족, 셋째, 인세티브 미약 등이다.

불법의 이익이 준법보다 현저히 큰 상태에서 준법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리석은 일이다. 처벌을 대폭 강화,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해야 실효성이 있고 예방효과까지 볼 수 있다.

강력한 처벌로 효과를 거둔 외국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모든 불공정행위에 대해 징벌적 처벌을 도입하고 입찰참가를 자동적으로 제한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정부가 불법행위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강력히 처벌하는 행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한다.

그리고 적정한 하도급 금액결정, 추가·재공사비 지급, 부당감액 등 하도급사의 적정이윤 확보에 노력하고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원도급자에게 파격적으로 입찰점수를 부여하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이상과 같은 혁신적인 방안의 도입만이 60년 고질병인 하도급시장의 불법·불공정행위를 뿌리 채 뽑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처럼 미적지근한 방법으론 우리사회의 암 덩어리인 불법·불공정행위를 앞으로 50년, 100년 그대로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