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26주년특집] 석유개발 확대-저유황유 생산 등 유가전쟁 대비
[창사26주년특집] 석유개발 확대-저유황유 생산 등 유가전쟁 대비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0.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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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국내외 유전 개발 기지개… 국내 대륙붕 탐사도 추진
정유업계,‘IMO2020’ 발효 대응… 저유황유 생산 증가 등 ‘잰걸음’

미국, 원유 생산량 증대… 사우디-러, ‘코로나19’에도 감축 합의 결렬

세계 석유수입국 5위 한국, 외부 환경 능동 대응 발빠른 행보

석유공사, 16개국 29개 원유개발사업 참여… 13개국 20개 사업서 성과

석유공사가 추진중인 UAE 할리바 유전(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석유공사가 추진중인 UAE 할리바 유전(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에도 석유수출국들은 감산합의를 결렬했고, 이는 시장 공급과잉으로 가격의 하락을 가져왔다.

석유자원개발은 기본적으로 유가와 관련이 높다. 적정한 가격이 유지되면 국가나 기업은 수익의 일부를 탐사나 개발 및 생산에 투자, 수익 확대전략을 마련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의 특성상 불확실성의 가중으로 인해 신규사업 진출이 어려워진다.

최근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키워드는 ‘감산’이었다. 지난 2016년 말 유가가 급락하자,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는 그해 11월 감산에 합의해 석유 가격을 조정했다. 이 같은 감산 키워드는 올해 3월 OPEC+ 회의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월 감염병 여파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줄고 감산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양국은 3월 회의에서 감산 종료를 선언했다. 공급은 늘고 소비가 줄어들며 석유가격은 폭락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손익분기점 이하의 마진을 감수하면서도 이 같은 결정을 하는 배경에는 국제 석유업계에서 미국 점유율 확대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셰일오일 생산에 힘입어 2018년 최대 산유국이 됐고, 2019년에는 석유 순수출국가로 전환하면서 국제 석유시장 점유율 전쟁에 뛰어들었다. 

유가 전쟁은 1980년대 이후 반복됐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로 시작된 증산과 감축의 반복은 2010년 이후, 미국이 셰일혁명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자 분기점을 맞는다. 

사우디는 OPEC만의 감산으로는 가격과 수급의 균형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러시아의 협조를 구하지만 러시아는 독자노선을 걷는다. 양국이 2016년 감산에 합의하기까지 석유 강대국들의 싸움에 한국과 같은 수입국들은 전방위적인 피해를 입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국제시장은 최근 다시 혼란에 봉착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국내 석유·정유업계의 손실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실패, 코로나19로 인한 수요부족으로 업계는 이중고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정유산업은 유가 하락에 따른 단기적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며 “최근의 상황은 감축 불발로 인한 재고평가 손실과 가격 하락기에 발생하는 전반적 수요 위축으로 인한 악재”라고 평가한다.

유가가 하락하자 국내 정유사들의 주가도 급락했고, 생산량을 줄이는 감산 카드를 꺼내고 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석유공사 월간석유수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처리 공장 가동률은 86.1%로 전년 동기보다 2.9%P 낮아졌다.

정유사의 수익을 가늠하는 정제마진도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1월 0.4달러였던 마진은 2월, 3.0달러까지 반등했지만 3월 셋째주 -1.9달러로 폭락했다.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약 4~5달러 수준이다.

유가 변동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석유수입국이다. 국제 유가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석유공사 개발동향팀 최지웅 과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공사가 추진하는 비축사업, 공동비축, 국내외 자원개발 사업은 산유국들의 일방적인 의존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해석하면 골자는 자원개발사업의 확대다. 국내외 자원개발의 확대가 에너지수입국인 한국의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 현재 정부가 자원개발사업을 부담으로 여겨 유전개발사업 예산지원에 미온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로 풀이된다.

IEA는 2040년에도 석유가 제1의 에너지원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석유 소비국들의 석유안보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2030년대부터 미국 셰일오일 성장세가 둔화돼, 세계 국가들의 중동 석유의존도가 다시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 석유공사, 국내외 유전개발 기지개

석유공사는 최근 국내외 경영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재무 역량을 강화해 다시 해외 수익 실현에 선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공사는 지난해 9월 UAE 할리바 유전개발로 시추한 원유 10만 배럴을 여수항을 통해 국내에 첫 반입했다. 한국 기업이 UAE에서 탐사·개발·생산 전 공정에 참여해 원유를 국내에 직도입한 최초 사례다.

이는 석유공급 위기시 국내기업이 주도하는 개발이 에너지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할리바 유전은 향후 최대 4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어서, 국내에 연간 최대 580만 배럴의 원유 도입이 가능해진다.

국내 대륙붕 탐사 사업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4일 공사는 동해 울산 앞 심해지역인 '6-1광구 중부 및 동부지역'의 조광권(광물·지하자원 채굴·취득 권리)을 확보해 오는 2030년까지 탐사를 벌인다. '6-1광구 중부 및 동부지역'은 국내 유일한 가스전인 동해가스전 인근 탐사광구로서, 석유공사는 동 광구 내 위치한 유망구조인 '방어'구조에 대한 탐사를 추진 중이다. 이 해역은 가스 부존 가능성이 높아 동해가스전보다 10배 이상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공사는 6-1 중부와 동부 조광권 확보 외에도 ▲'동해-1', '동해-2' 가스전 등 2개 생산사업 ▲'6-1 동부', '6-1 북부/8광구' 등 2개 탐사사업을 벌이고 있다.

방어구조와 동일한 형태의 심해 지층이 분포한 '8광구/6-1광구 북부지역'에서 호주 우드사이드사와 함께 탐사를 진행해 2015년에 가스를 발견한 바 있으며, 추가 자원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금년 상반기중 대규모 3차원 물리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석유공사는 심해 탐사에 대한 위험 부담과 비용 경감을 위해 국내외 석유 회사를 대상으로 '6-1광구 중부 및 동부지역'의 가스 부존 유망성을 설명하고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캐나다, 영국, 베트남, UAE 등 국내외 16개국에서 29개 원유개발(탐사·시추·생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13개국 20개 사업에서 원유를 생산 중이다. 

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 정유업계, 저유황유 생산 확대

국내 정유사들도 사업 확대를 통한 반전카드를 준비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IMO2020를 발효하고 올해 1월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0.5%로 대폭 강화했다. 

선박 연료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매우 높고, 전 세계의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배출량 가운데 해운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넘는다.

IMO는 기존 선박용 연료유가 엄청한 양의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을 배출한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올해부터 규제를 시행한다. 선박유 시장은 벙커씨유 등 고유황유에서 저유황 중질유, 선박용 경유 등 저유황유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전세계 선박용 저유황 연료유 시장이, 일평균 기준 2019년 10만 배럴에서 2020년 100만 배럴로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유가로 이익 창출에 고민하던 국내 정유사들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전세계 각국 항만에서 입항선박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선박용 저유황 연료유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된다. 해운정보업체 시인텔리전스(Sea Intelligence)는 저유황유를 사용하면 해운업계가 더 지출해야 하는 연간 유류비는 130~150억 달러라는 추산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추가 지출의 상당 부분은 석유 관련 업계의 수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국내 주요 정유사는 이미 내부적으로 IMO2020 시행에 따른 대응책 수립을 완료했다. 

SK에너지는 약 1조원을 투입해 친환경 저유황유 생산설비인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구축하고 3월말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VRDS는 감압증류공정의 감압 잔사유(VR)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하루 평균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하며, VRDS가 준공되면 시황에 따라 연간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월 31일부로 기계적 준공을 마쳤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해상유 블렌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10년 이상 싱가포르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해상유 생산경력을 기반으로 초저유황중유(VLSFO)를 대량 생산·비축할 계획을 세우고 올해 월 60만톤까지 판매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12월부터 VLSFO를 판매하고 있다. 1988년 도입된 중질유 처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산공장의 고도화설비 일부에 신기술을 접목해 초저유황유를 생산하는 공정을 마련했다.

혼합유분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유분을 폭넓게 배합해 수요 증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설비를 활용해 투자비를 최소화하고 시장수요에 맞춰 공장을 기존 모드와 초저유황선박유 생산 모드를 선택할수 있도록 변경해 생산성을 높였다.

에쓰오일은 벙커C유를 저유황유로 고도화할 수 있는 잔사유고도화시설(RUC)·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을 2018년 11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RUC는 원유에서 가스와 휘발유 등을 추출하고 남은 잔사유를 다시 투입해 휘발유나 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시설이다. 에쓰오일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VLSFO 가격 상승으로 영업비용이 늘었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일 27만4,000배럴의 고유황 중질유를 정제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자체 공장 연료용으로 생산하던 저유황유를 LNG로 대체하고, 저유황유를 판매하는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