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시각] 건설생산 선진화 및 건설사업관리자의 역할
[전문기자의 시각] 건설생산 선진화 및 건설사업관리자의 역할
  • 국토일보
  • 승인 2020.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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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한 기
본보 CM분야 전문기자
(주)신한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

 

필자는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조선 세종대왕시절 물시계 자격루, 해시계 앙부일구를 만들었던 장영실이라는 천재적인 과학기술자가 임금의 가마를 허투루 만들었다고, 곤장을 맞고 하루아침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는 주변 관료들이 노비 출신에서 종3품관 대호군까지 오른 장영실에 대한 수많은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던 시절, 장영실을 쫒아내기 위한 좋은 명분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역사란 가설이 존재하지 않지만, 장영실 같은 과학 기술자가 제대로 대우받는 시대가 계승됐다면, 조선은 일본보다 먼저 총기와 신무기를 개발, 160여년 뒤에 발생한 임진왜란을 멋지게 승리하고, 일제 강점기도 없었으리라 상상을 해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실벌점 제도 등에서도, 국민의 기본권, 법질서도 무시하는 제도를 양산하고, 많은 부실과 안전의 결과가 건설생산 시스템상의 잘못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을’에 해당하는 회사와 개인에게 그 책임을 모두 전가하고 있다.

최근 북유럽을 여행할 기회에 스웨덴 시청사를 방문했을 때, 북유럽의 척박한 땅에서 그들이 잘사는 이유는 오직 기술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기술 특허와 신기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건수도 최대이다.

또한 시청사 건축에 공헌한 기능장, 건축가 등 기술인들의 흉상들이 벽면에 세워져있음을 보고, 기술자가 적합한 처우를 받는 국가가 강국임을 느끼고, 그들의 사회적 위상과 금전적 보상은 고위 관료와 부럽지 않다는 설명을 듣고 매우 부러웠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발주자는 공학지식이 부족한 행정관료 위주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항상 ‘갑’의 위치에서 일방통행 적인 법률개정, 처벌위주의 행정지시로 다른 파트너를 ‘을’로 취급하고, 발주청의 과실은 묻지 않는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공공건설에서의 건설사업관리자는 발주청의 권한을 위임받아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계약상대자로 취급당하고 건설사와 같은 위치에서 처벌한다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시스템이다. 

부실공사와 안전사고 예방의 첫 걸음은 건설사업관리자를 발주청과 같은 위치에 두고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그 책임을 묻는다면 해결될 문제이다. 그렇다고 모든 범죄를 경찰이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듯이 한계는 존재할 것이다.

그 실체는 국내 건설사가 수행한 미군기지 이전공사를 살펴보면, 품질과 안전이 탁월하다. 이는 품질 및 안전기준을 글로벌 스탠다드를 활용하고 엄격한 사업관리자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건설사가 적자 공사와 클레임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적정공사비 확보와 강력한 건설사업관리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결국 건설산업의 선진화는 적정공사비 확보, 적정공기 확보, 엄격한 건설사업관리자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선순환 건설생산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품질을 확보한다는 사실을 정책을 수립하는 관료들이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