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시각] 건설현장 기술자 부족이 부실공사 자초한다
[전문기자의 시각] 건설현장 기술자 부족이 부실공사 자초한다
  • 국토일보
  • 승인 2020.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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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호

본보 건축부문 전문기자

(주)종합건축사사무소 가람건축 사장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기술자들에 대한 처벌조항은 점점 더 강해지고 공사 중 국토교통부, 관할 지방자치 단체, 발주청, 감사원 등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품질검사다 안전점검이다 해서 기술자들이 많은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또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각종서류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현장에 배치돼 있는 기술자들은 현장의 품질 및 안전관리에 대해 신경을 쓰기는 커녕 제대로 공사를 추진할 시간적 여유조차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품질저하 및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보통 설계자의 자질 및 설계기간의 부족, 무리한 저가입찰, 품질에 대한 기술자들의 인식부족, 발주자의 강압적인 태도 등 여러 가지를 지적하고 부실공사를 방지한다고 점점 처벌을 강화하고 정기점검 비정기 검사를 강화하여 처벌위주로 정책을 펴고 있는데 처벌만으로는 부실공사를 절대 줄일 수 없을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건설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15년을 해외공사에 참여했는데 해외공사를 수행하면서는 크게 품질이나 안전에 대해 문제가 없었던 우리 건설업체들이 왜 국내공사에서는 왜 계속 지적을 받는지 의아해했는데 그 원인은 부실한 설계도면, 저가입찰, 너무 짧은 공사기간과 기술자의 능력도 문제지만 가장 큰 원인은 현장기술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경험한 해외공사에서는 1,000억원 공사에서 시공담당 기술자가 30~40명, 인스펙터가 50~60명 정도가 동원됐었다 그럼 국내공사에서는 어떠한가? 최근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비 1,000억원 이상의 아파트 현장 10개를 표본 조사한 다음의 결과를 보자.

아파트의 경우 59~84㎡ 평형 1개 세대는 통상 10~12개의 공간으로 나눠지는데 기술자 1인이 50세대(공간 수 : 500~600개) 이상을 관리하는 데는 이렇게 기술자 수를 줄이면 당연히 무리가 따르게 된다.

만약 기술자 하나가 100세대 이상의 세대를 관리해야 한다면 마감공사를 시작해서 준공 때까지 거의 1번도 들어가 보지도 못하는 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위의 결과치는 1인의 건축기술자가 212세대까지 시공관리하고, 1인의 이런 환경에서는 기술자는 감독관청의 품질·안전점검을 받을 때마다 결과를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기능공들과 작업반장들이 잘 숙련된 한국인들 이었기에 설계도면과 작업방법만 제대로 교육시키면 제대로 된 시공품질이 나왔으나 요즘은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현장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엄격한 교육과 관리감독을 하더라도 부실공사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건축 감리자가 최대 349세대를 감리해야 함을 보여준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계, 전기, 토목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부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한국인기술자라도 배치해야 하는데 시공, 감리업체에서는 아무리 낙찰가를 잘 받더라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술자만 배치하게 된다.

제대로 된 품질을 확보하고 안전사고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장에 배치되는 시공기술자 수의 최소치와 감리자 수의 최소치에 대한 기준을 제정하여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현장배치기술자 1인당 담당 세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