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시각] 위기 타파·미래 희망은 공업화건축에 달렸다
[전문기자의 시각] 위기 타파·미래 희망은 공업화건축에 달렸다
  • 국토일보
  • 승인 2020.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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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본보 건축분야 전문기자

(주)이가ACM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2020년 한해를 새로운 마음으로 다짐하고 시작해야 할 시기에 지구촌이 코로나의 습격을 받아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전염속도는 마침내 1,000만 인구의 도시를 폐쇄하고, 수많은 사람을 사망케 했다. 이런 뉴스는 세계 각국을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목을 끄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지난 2월초 중국정부가 병동의 부족분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병동을 열흘 만에 뚝딱 짓는 것이 아닌가? 미리 준비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2층 규모의 대규모 병동이 지어지는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생중계 됐다.

지금 우리나라도 대규모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환자들이 병동이 부족해 격리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중국이 보란 듯이 대규모 병동을 초스피드로 건설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막강한 사회주의 정치구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국가와 산업이 그동안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꾸준하게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번 중국 위한에서 보여준 마술과 같은 장면은 모듈러 시스템으로 건축계에서는 이를 4차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여길 만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재래식 공법인 현장시공(On-site) 중심의 산업구조에 머물러 있다. 정부도 우리의 건설산업 구조가 탈현장(Off-site)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는 필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거의 방치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우리도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법령이나 발주제도와 같은 기본적인 정책을 대폭 손질해야 하고, 이와 관련된 산업이 성장하고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의 건축산업은 이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요구받고 있는지 오래다. 특히 건설노동자의 인건비 상승으로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대부분의 공종을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고 있고, 그들에게 우리의 안전과 품질을 떠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도시환경과 교통, 안전성 확보에 관한 요구수준은 매우 까다로워져 현장에서의 시공여건은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미 팬데믹(pandemic: 세계적 유행병) 사태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향후 건설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봐야할 때인 것 같다. 앞으로도 이번 사태와 유사한 상황을 계속 겪을 수 있다면 외국인 근로자가 없이 현장운영이 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지금과 같은 현장시공(On-site) 중심의 시공방식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즉,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운영시스템을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장중심의 공법이 아닌 공장중심의 운영체제가 바람직 할 수 있다.

공업화건축, 우리나라도 이제 시급한 현실로 다가온 것이 분명하다. 수세기 전부터 운영해오던 현장중심의 운영방식에서 탈피하여 4차 산업혁명의 관문일 수 있는 공업화건축을 통해 스마트 건설시장을 열어갈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