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26주년특집] 에너지 전환시대, 친환경 분산전원으로 본격화
[창사26주년특집] 에너지 전환시대, 친환경 분산전원으로 본격화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0.03.23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전-석유 등 집중형 기저발전, 환경 훼손-재해 취약… 친환경 전환 ‘속도’
소규모-자립화가 에너지전환 주축… 주도권 개편, 프로슈머 등장 기반
에너지자립섬 조감도(사진 제공-한국중부발전)
에너지자립섬 조감도(사진 제공-한국중부발전)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전통에너지원인 원전과 석탄, 석유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시설과 이를 관리하기 위한 거대 기관, 기업의 존립이 필수다. 1차 자연에너지를 직접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를 다시 공정하기 위해 생산과 변환의 과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집중형 발전방식은 대도시 및 수요지 근처에 건설도 불가하다. 때문에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도심지나 사용시설까지 대규모 송-배전선이 필요하다. 메가 전력을 분산, 변화시키는 부수기관도 필수다. 인위적인 시설이 많아지니 당연히 자연환경 파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재난이나 사고에도 취약했다. 촘촘하게 연결된 시설들은 한번의 실수나 사고가 대형재난으로 이어진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계기로 전 세계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주목하고 있다. 어젠다의 중심은 재생에너지다. 인류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얻기 위한 방법의 고민이다. 조금 더 안전하고 환경에 해를 주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론으로 분산전원의 확대가 대안으로 주목된다.

분산전원은 중앙 집중형 에너지 급전과 달리, 전력 소비 지역 부근에 분산해 배치 가능한 발전 구조다. 신재생에너지발전, 집단에너지, 자가발전 등이 해당된다. 즉 필요한 곳에 분산 설치해 일정 구역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전원이다. 분산전원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중심의 소규모, 친환경, 지역 중심의 에너지 공급과 자립을 추구한다. 장점은 송전 계통과 배전 계통의 운영비가 절감된다는 것이다.

부하가 몰리는 도심지에 건설하는 방식으로 에너지의 원거리 이동으로 인한 손실도 줄일 수 있다. 자체 전력으로 수요를 충당하기 때문에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영향도 받지 않는다. 이 같은 장점으로 학교, 병원, 단독 주택 등에서 사용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에너지시장의 주도권 개편'이라고도 설명한다. 대형-집중형 발전은 국가와 거대 기업이 주도하는 독과점 형태의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가능하다. 기존 시스템에서 소비자는 에너지를 수동적으로 공급받는 위치일 뿐이지만 분산전원의 확대는 소비자에게 공급자의 역할도 가능하게 한다. 4차산업 IOT 기반 에너지수요관리, 가상발전소(VPP), 마이크로그리드(MG), 집단에너지사업 등은 분산전원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 차세대전력망 ‘마이크로그리드’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구조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한 지능형 전력망이다.

마이크로그리드(MG)는 이를 더 작은 지역과 구조의 특성에 맞게 적용한 것을 말한다. 전력의 자급자족 및 네트워크를 활용한 거래가 가능한 스마트그리드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마이크로그리드는 이보다 더 작은 단위로 한정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그리드는 도, 시 단위로 주로 운영되고 마이크로그리드는 건물이나 섬, 특정 지역 단위로 설정된다.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 안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등이 융복합된 전력 체계다. 에너지 주체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일정 장치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잔여분은 ESS에 저장한다. 전력이 부족하면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하고 수요자와의 연결로 에너지 공유도 가능하다. 소규모 지역에 대한 에너지 분산화다. 

이 체계는 구축기간도 짧고 투자비용도 상대적으로 적어 빠르게 경제성을 확보하는 장점을 가진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에너지 자립섬과 같은 도서지역에 많이 들어서고 있다. 또 마이크로그리드로 생산된 전력을 사고팔 때 블록체인으로 스마트 계약을 맺는 개념도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에너지프로슈머 등장과 확대가 더욱 쉬워진다”고 진단한다.

기존 집중형 방식의 단순한 에너지 공급과 소비를 넘어 수요자가 전력을 생산한 후, 사용하고 잉여분을 팔수도 있는 진정한 에너지 자립구조가 생성되는 것이다. 에너지시장의 구성원들이 에너지를 투명하면서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LS산전은 이미 지난 2015년부터 한국전력공사 등 21개 기관과 공동으로 서울대 관악캠퍼스 7개 동을 대상으로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전과 같은 비상시 재생에너지원과 ESS를 기반으로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서울대는 매년 전기 사용량이 전국 순위를 다툴 정도로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기관이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도입 후 7개동 사용 전력량이 11% 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시도 한전 전력연구원과 사업비 200억원을 들여 에너지 자립도시 구현에 나선다. 자연 환경에 따라 에너지 생산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수소로 전환해 최적의 사용 방안을 창출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국내 최초로 시도된다. 울산시와 한전은 최근 ‘피투지(P2G) 기반 한전 엠지(MG) 실증사업 착수 보고회’를 개최하고 사업 구상에 나섰다.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된 수소를 생산 저장하는 기술(P2G)과 PV, FC(연료전지), ESS를 통해 생산된 에너지를 MG로 도시에 공급, 에너지 자립화 방안을 구상한다.

전력연구원은 다중 마이크로그리드 설계 및 통합 운영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과 실증 등 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울산테크노파크는 P2G 실증 인프라를 구축한다. 내년 1월 본격적인 실증운전을 계획하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도서지역의 전력 계통에 안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도 활용된다. 특히 도서는 송전선로가 닿지 않아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 공급해야 하므로 주로 디젤발전을 사용한다. 이로 인해 미세먼지 및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문제는 골칫거리다. 전력연구원은 이미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마이크로그리드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발전원에 동기발전기 모델을 이용한 가상관성을 부여, 안정적인 전력생산이 가능한 ‘가상 동기기 모델을 이용한 독립계통 발전량 제어기술’ 과제 개발을 착수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마이크로그리드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2018년부터 연평균 21.7% 성장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676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며 “전력연구원이 과제 개발 완료 후 중소기업에 기술 이전 시 국내 산업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가 완료되면 국내 도서지역 발전소의 전력 품질 향상은 물론 운영비용이 연간 10% 이상 절감될 전망이다.

■ 가상발전소, 분산전원을 ‘하나의 발전소’로

가상발전소는 분산전원을 소프트웨어로 합쳐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전하고 제어하는 체계다. 가정용 태양광과 같이 분산돼 있는 소규모 발전, ESS, 연료전지 등 설비와 전력 수요를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통합 관리하는 가상의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가정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하나의 발전소가 돼, 다수의 가정에서 수집된 전력 수요가 가상발전소에서 통합돼 관리되고 다시 소비자에게 재공급된다. 분산에너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력 수급과 공급의 변수를 인공개념을 통해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배전망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투자 비용도 줄어든다. 원격으로 전기 소비가 파악되기 때문에 배전망을 적재적소에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분산발전을 통해 자가 생산된 전력을 다수의 소비자가 거래를 통해 공유하고 남는 전력은 클라우드 인공지능이 수요를 파악해 저장하고 잉여 전력을 판매한다. 이처럼 개별 가정은 전력소비자이자 생산자의 기능을 한다. 독립된 소형 전력망인 마이크로그리드는 가상발전소의 중요 하위 요소가 된다.

최근 에너지공단과 한국남동발전은 협약을 체결하고 분산에너지 신기술 활성화에 나섰다.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체계를 미래지향적 에너지 분산형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수요지 인근 분산전원’ 확대, ‘프로슈머형 에너지 생산기반 확대’ 등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협력이다.

특히 양 기관은 분산에너지 및 가상발전소(VPP) 활성화 정책 개발, 가상발전소 비즈니스 모델 및 실증단지 개발, AI 기반 도서지역 마이크로그리드 개발 및 플랫폼 구축안 마련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에너지공단은 정책 개발과 산업 육성, 보급 확대에 매진하고 남동발전은 영농형 태양광 활용 가상발전소 사업모델 발굴, 백령도 지능형전력망 및 통합관리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독일 등 에너지 선진국에서는 실시간 제어 및 최적화 기술을 적용한 가상발전소 실증으로 경제성을 갖춘 모델이 등장해 에너지 시장의 분산화를 실현하고 있다.

김창섭 공단 이사장은 "에너지 패러다임이 중앙공급 체계에서 분산형 체계로 전환되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에너지공단과 남동발전이 최근 에너지 분산형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협력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한국에너지공단과 남동발전이 최근 에너지 분산형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협력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 정부, 열병합발전 공격적 확대

지난 2017년 집단에너지사업법 개정을 통해 정부는 집단에너지(열병합발전)을 분산전원으로 명시했다. 전통적 에너지발전시스템 중에는 열병합발전이 분산전원의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

집단에너지발전설비는 2015년 7.7GW에서 2018년 11.1GW로 증가하는 등 수용지 인근 발전으로, 열과 전기 공급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열병합발전은 한번의 발전으로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에너지 효율성에서 기존 발전시스템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6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40년까지 발전량의 30%를 분산전원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2035년까지 발전량의 15% 이상을 분산전원으로 공급하겠다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두 배에 달하는 공격적인 목표치다.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정부는 2031년까지 총 발전량의 18.7% 약 123.4TWh를 분산전원으로 대체한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