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갈팡질팡' 마스크 정책, 정부가 불신 조장
[국토일보 현장 25時] '갈팡질팡' 마스크 정책, 정부가 불신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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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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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국토일보 안전 전문기자/공학박사

[국토일보 현장 25時] '갈팡질팡' 마스크 정책, 정부가 불신 조장 

확진자 늘고 공사중단 장기화될 경우 건설업체 피해 '고스란히'
코로나19 대해 대규모 현장보다는 소규모 건설현장이 가장 위험
감염 확산방지 위해서 모든 사람이 마스크 착용해 안전 확보 가능
건설분야 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 문제해결 필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공사가 멈추는 건설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재택근무나 분산근무가 불가능한 건설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확진자가 늘고 공사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업체가 입을 수밖에는 없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건설공사 현장의 경우 이동범위가 상대적으로 넓고 작업공간이 광범위해 근로자들 사이에 밀접한 접촉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특히 건설업의 특성상 수백명 이상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많고 같은 숙소와 같은 식당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확산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는 코로나19 행동수칙과 의심환자나 확진자 발생 시 사후조치를 포함한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건설현장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다.

코로나19에 대해 대형 건설사는 그나마 체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소규모 건설현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건설현장에선 근로자에 대한 체온관리나 외국인력의 출입국 확인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솔직히 근로자에게 마스크를 주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는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만 해도 정부는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권고 했었다. 하지만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가 품절 사태를 겪고 병원들도 구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나오자, 일주일도 안 돼 세계보건기구, WHO 기준이라며 권고 기준을 또 바꿨다.

이때부터 KF80 이상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 대상을 기침하거나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사람, 의료기관 방문자, 감염 위험이 높은 직업군 종사자 등 고위험군으로 제한했다. 그러다 이삼일 전에는 급기야 건강한 일반인은 굳이 쓰지 않아도 되고, 마스크 재사용도 이제는 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정부의 '갈팡질팡' 마스크 정책으로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따라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인 WHO 기준은 건강하다면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돌보는 경우에만 마스크를 착용하면 된다고 하고 있다. 마스크 사용 전후 반드시 손을 씻고 마스크를 다시 사용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즉 건강한 사람의 경우 마스크를 굳이 사용할 필요 없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를 돌볼 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 외에 본인이 재채기 혹은 기침을 할 때 마스크 착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안전공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페일 세이프(Fail-Safe, 이중안전장치)라는 단어가 있다. 인간 또는 기계가 과오나 오작동이 있더라도 사고나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2중, 3중으로 안전장치를 한 시스템을 말한다.

이 원리를 적용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는 당연히 마스크를 착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환자와 접촉하는 자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서 본인이 감염되지 않도록 2중, 3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안전장치를 1개만 적용할 시에는 불안전하기 때문에 반드시 페일 세이프를 적용해야 안전할 수 있다.

누가 환자인지 감염 의심자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감염 확산방지를 위해서는 양쪽 모두 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건강한 일반인은 굳이 쓰지 않아도 되고 마스크를 재사용해도 된다는 이야기 하고 있다. 제대로 정신이 박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보건당국은 스스로 마스크 대란을 잠재울 근본정책이 없기에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현재 상황만 모면하기 급급해 하는 것 같다. 도대체 한달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조속한 시일 내에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 예방 관련 의사나 간호사, 건설 전문가, 안전보건 전문가, 사회학자, 심리학자, 리스크 관리 전문가, 창의적 문제해결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

이들을 창의적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대응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 입맛에 맞는 소수 몇 명으로는 이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